파블로 네루다
도스토옙스키
무라카미 하루키
파블로 네루다, 무라카미 하루키 그리고 여름 휴가
그러니까 그 나이였다... 시가
날 찾아왔다. 난 모른다,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겨울에선지 강에선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목소리는 아니었다. 말도,
침묵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거리에선가 날 부르고 있었다.
밤의 가지들로부터,
느닷없이 타인들 틈에서,
격렬한 불길 속에서,
혹은 내가 홀로 돌아올 때,
얼굴도 없이 거기에 지키고 섰다가
나를 건드리곤 했다.
난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나의 입은
이름 부를 줄
몰랐고,
나는 눈멀었었다.
그런데 무언가 내 영혼 속에서 꿈틀거렸다
열병 혹은 잃어버린 날개들이,
그 불에 탄 상처를
해독하며,
난 고독해져갔다.
그리고 난 막연히 첫 행을 �다.
형체도 없이, 어렴풋한, 순전한
헛소리,
쥐뿔도 모르는 자의
순량한 지혜.
그때 나는 갑자기 보았다.
하늘이 걷히고
열리는
것을,
혹성들을,
고동치는 농장들을,
화살과 불과 꽃에
만신창이가 된,
구멍 �린 그림자를,
소용돌이치는 밤을, 우주를 보았다.
그리고 나, 티끌만한 존재는,
신비를 닮은, 신비의
형상을 한,
별이 가득 뿌려진
거대한 허공에 취해,
나 자신이 심연의
순수한 일부임을 느꼈다.
나는 별들과 함께 떠돌았고,
내 가슴은 바람 속에서 멋대로 날뛰었다.
(파블로 네루다의 '시')
먼 북소리에 이끌려 나는 긴 여행을 떠났다.
낡은 코트를 몸에 걸치고
모든 것을 뒤에 남기고
(터키의 옛노래)
여러분 간밤에도 열대야에 잠못 이루셨죠?
저도 새벽 두 시 넘어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잠이 안와서요.^^
위에 소개한 파블로 네루다의 '시'는 언제 읽어도 제 가슴을 뒤흔듭니다.
무언가 위로받고 싶거나 긴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형편이 닿지 않는 현실에서
네루다의 시를 읽거나 먼 북소리에 긴 여행을 떠났다는 터키인들의 옛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설렙니다.
이 여름도 조금 있으면 저물어 갈 겁니다. 그러다보면 한해도 금세 지나갈 겁니다.
이것이 우리네 삶이니까요. 그깟 더위가 문제가 아니겠지요.
오늘부터 저는 잠시동안 블로그를 쉬겠습니다.
네루다의 시를 다시 읽고 도스토옙스키를 다시 읽겠습니다.
자신을 유지하기 위하여 줄곧 글을 쓰는 상주적 여행자로 유럽을 떠돌던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마음의 여행을 떠나겠습니다.
캔맥주를 마시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와 데이트도 하고 싶네요.^^
여러분도 더운 여름날 건강 조심하시구요.
심신을 재충전해서 다시 건강한 마음으로 여러분과 만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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