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달콤한 인생, 타짜, 추격자, 에덴의 동쪽-폭력물은 범죄다

스카이뷰2 2008. 10. 22. 11:20

   

 

 

 달콤한 인생· 타짜· 추격자·에덴의 동쪽 -폭력물은 범죄다


지난 20일 벌어진 서울 강남 논현동의 고시원 방화 살인사건의 범인은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잔인한 범죄수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사건 내용이 너무 끔찍해서 우리 블로그에 올리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영화 ‘달콤한 인생’이 6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7명에게 중상을 입혔다는 대목을 보면서 그 영화를 만든 김지운 감독이 어떤 기분인지 궁금했다.


‘감독이 무슨 잘못이냐 그런 영화 보고 따라한 범인이 나쁜 거다’ 라면 할 말은 없겠지만 ‘시대정신’을 이끌어나가는 오피니언 리더인 영화감독이나 TV 드라마 감독들은 이번 기회에 모두 자신이 만든 영상물이 우리 사회에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는 지를 곰곰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달콤한 인생’을 보진 않았지만 언젠가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케이블 TV에서 방영하는 그 영화를 한 두 장면을 보고 기겁했던 기억이 난다. 입으로 옮기기 어려울 정도로 화면은 잔인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화면에선 이병헌이 조직폭력배들에게 당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저렇게까지 잔인한 화면을 보여줘야 하는지 그 감독의 정신세계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엊그제 그 끔찍한 ‘고시원 방화 살인 사건’의 범인이 그 영화에서 ‘수법’을 배웠다지 않은가. 이렇게 되면 김지운 감독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없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비단 김지운 감독 뿐 아니라 작년에 SBS 인기 드라마 ‘쩐의 전쟁’이나 몇해전 장동건이 잔인하게 살해되는 장면을 보여줬던 ‘친구’의 곽경택 감독 등등 이른바 ‘조직폭력배’들을 미화한 영화와 드라마를 만든 감독들은 이번 기회에 반성하고 공부 좀 더해야 할 것이다.


물론 대중이 원하고, 그런 걸 만들어야 ‘관객’이 몰리는데 어떻게 수요를 외면하겠는가, 예술의 자유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 피도 눈물도 없는 게 자본의 논리다...

폭력적 영상물을  만든 그 감독들과 제작자들은 뭐 이런 식으로 변명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왜 꼭 그런 식으로 구역질 날 정도로 잔인한 장면들을 만들어야만 하는지를 그들에게 다시 묻고 싶다. 그런 건 예술이 아니라고 덧붙이고 싶다. 그래도 영화감독 하면 예술정신이 뭔지 아는 사람들일 텐데 그런 ‘폭력 범죄교과서’나 만들어서야 쓰겠는가.

 

보진 않았지만 금년 초 큰 인기를 끌었다는 ‘추격자’라는 영화도 이루 말로 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했다고 한다. 나홍진이라는 신예감독은 그 영화로 상을 많이 탔다고 하니 더 할 말이 없다. 오죽하면 크라잉넛의 한경록이 나에게 “그 영화 보지 마세요. 너무 잔인하고 무서워요”라고 했겠는가.


물론 현실에서 일어난 ‘실화’를 다뤘는데 감독이 무슨 책임이냐 라고 항변하고 싶겠지만 ‘영상의 힘과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고려해본다면 감독들에겐 조금 더 순화된 장면을 만들 책임이 있는 것이다.


SBS의 인기드라마라는 ‘타짜’도 무서워서 못 볼 정도다.

수백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타짜’에 너무 잔인한 장면이 나온다는 소리를 듣고 보지 않았다. 드라마라서 많이 순화시켰겠지만 그래도 눈을 돌리고 싶을 정도로 무서운 폭력장면이 난무하는 바람에 그 드라마는 보지 않기로 했다. 꿈에 나타날까 무서울 정도로 험악하게 인상을 쓰는 배우들의 진부한 연기도 지겹다.


시청률이 꽤 높다는 MBC의 ‘에덴의 동쪽’도 마찬가지다. 거의 보진 않았지만 켤 때마다 쓸데없이 지나치게 폭력장면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진흙탕에 처박히며 맞는 장면을 연기해야하는 배우들이 불쌍할 정도다. 게다가 한국 드라마의 단골 메뉴인 ‘출생의 비밀’에 얽히고설킨 스토리와 카지노와 폭력배등장이 주요 스토리로 보이는 이런 드라마가 방송사 창립기념 작품이라니 어이가 없다. 너무 진부한 스토리 진행에 툭하면 젊은 사람이 나이든 사람의 멱살을 잡고 악을 쓴다. 그것도 제 아버지인데 그것도 모르고 그런다나...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아기를 바꿔치기 했고 어쩌고... 이런 수준의 작품이 현재 대한민국의 인기드라마라는 게 너무 한심하다. 거기에 온갖 폭력을 마구잡이로 등장시키니 그야말로 ‘최악의 드라마’상이라도 주어야 할 것 같다.


이런 폭력드라마를 청소년들이 봤을 때 정서적 악영향은 이루 말 할 수 없다고 본다. 단지 ‘15금’이니 ‘19금’이니 이런 마크 하나로 ‘면피용’을 삼아선 곤란하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무방비 도시’가 되어버린 듯한 현대사회에서 추악한 영상물을 제작해 끔찍한 범죄를 유발시키는데 일조하는 ‘영상 예술 감독’들의 각성이 절실한 시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