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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16>아인슈타인 이야기-딸에겐 물리공부를 시키지 않겠다

스카이뷰2 2008. 12. 16. 11:27

 

 

  아인슈타인 이야기 16-딸에겐 물리공부를 시키지 않겠다

 

그래도 ‘안보면 보고 싶고 보면 시들하고’라는 유행가도 있듯이 밀레바와 헤어져 고향으로 휴가를 떠난 아인슈타인은 다시 그녀에게 열렬한 ‘연서’를 보내기 시작했다. “당신을 만날 날을 기다리는 것이 너무 힘들어. 나의 꼬마 요정, 나의 장난꾸러기, 나의 모든 것! 나의 수다쟁이”

 

밀레바의 부모는 아인슈타인과의 결혼을 그렇게 반대하지는 않았다. 비록 공부 잘하는 딸이긴 하지만 객관적 입장으로 볼 때 신부감으로서 ‘약점’으로 치부될 수 있는 ‘신체적 장애’가 그들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그렇잖아도 밀레바 자매에게 나타난 그 ‘장애’를 보면서 부모는 딸들의 혼사길을 벌써부터 걱정해 왔었다. 그렇기에 똑똑한 사윗감이 나타났다는 사실 하나로 밀레바의 부모는 고마운 심정이었다.

 

세상물정에 어두운  아인슈타인은 밀레바의 부모가 자신의 부모보다 덜 속물적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겨우 스물 한 살 된 청년으로서는 사랑과 결혼은 순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밀레바에게 보낸 편지에서 부모님께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이 말씀 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적어 보냈다.

 

이 말 저 말 하다보면 부지불식간에 ‘흠결’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또 자신이 밀레바에 대해 너무 많은 이야기를 부모님에게 함으로써 미리부터 부모의 반대에 처하게 된 것을 후회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1900년 7월부터 고향집에서 부모와 함께 휴가를 보낸 아인슈타인은 취리히에 빨리 돌아가 밀레바와 함께 공부도 하고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집에 있는 동안 그는 더 이상 부모와 충돌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집으로 놀러온 어머니 친구들을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적당히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결혼 문제로 신경이 예민해져 있을 모친에게 착한 아들처럼 재롱도 부렸다.

 

아인슈타인은 하루 종일 수다나 떨며 빈둥거리는 유한마담들의 모습을 보면서 밀레바의 재능과 학문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더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물리학하는  여성’밀레바를 동반자로 맞이하려는 자신의 생각을 친구들에게 자랑할 정도로 ‘진보적인 신예 물리학도’였다.

 

하지만 그 힘든 물리학을 한 집에서 두 사람이나 전공을 한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훗날 아인슈타인은 재혼한 아내 엘자가 물리를 모른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는 말을 했고, 딸이 있다면 물리 공부는 시키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그만큼 물리학이라는 학문은 연구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