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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19>아인슈타인의 연인

스카이뷰2 2009. 1. 5. 09:36

 

   <연재 19 -아인슈타인 이야기> 아인슈타인의 연인

 

 

아인슈타인은 밀레바에게 이렇게 답장을 썼다. “어머니는 자주 우셔요. 아주 슬프게요. 이곳엔 한 시도 마음 편한 순간이 없습니다. 부모님은 내가 마치 죽기라도 한 것처럼 통곡을 하십니다. 오! 돌리, 사람을 더 이상 미치게 하지 마세요.”

연인의 이런 편지를 받은 밀레바의 심정은 어떠했는지 짐작이 간다.

 

밀레바가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고 불안에 떨었던 것은 어쩌면 그녀가 갑상선종이라는 병을 앓고 있었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갑상선질환의 특징들은 바로 밀레바처럼 심한 정서적 불안을 느끼거나 감정 컨트롤이 제대로 안 돼 신경질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이다. 질병으로 인해 그런 증세가 나타난 것인지 아니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다가 그런 질병에 걸렸는지,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고국에서 1000km나 떨어진 곳으로 유학 온 장애인 여성이 연인과 그의 가족들로 인해 받았던 정신적 고통은 그녀를 병에 걸리게 하고도 남았으리라 본다. 갑상선종이란 질병은 아무래도 그런 심인성 요인으로 인해 더 잘 걸리는 질병이니까 밀레바가 그런 병에 걸렸다고 해서 그녀를 비난한다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인 것 같다. 하지만 1등 아들을 두었다고 자부하는 부모들에게는 ‘이상한 질병’을 앓고 있는 며느리감은 천부당만부당한 존재였을 것이다.

 

그래도 아인슈타인은 부모의 그런 ‘현실적 계산’에 거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쇼펜하우어에 심취해 있던 그는 자신의 부모들은 ‘아내란 돈을 잘 버는 남자에게 허용되는 일종의 사치품’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태도는 아내를 장기계약을 맺은 매춘부로 보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 아니겠냐며 비판적 시각으로 말했다.

 

꼭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겠지만 인륜지대사인 결혼을 놓고 부모 자식 간에 세대 차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은 어느 시대에나 볼 수 있는 흔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그들 부모가 ‘대단한 속물근성의 소유자’들이라고 몰아붙일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아인슈타인의 그때 그 상황을 요즘에 그대로 대입해 보더라도 아들의 그런 결혼을 환영할 부모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결혼의 보편성’은 동서고금 세대 불문하고 공통적 분모가 있다는 얘기다. 그것이 사람의 삶이기에. 부모의 반대가 심해질수록  밀레바에게 보내는 아인슈타인의 편지는 화려하고 열렬했다. ‘그대를 다시 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작은 부랑아, 나의 작은 베란다, 나의 모든 것!’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랑의 얄궂은 속성이다. 아인슈타인은 ‘탄압받는 사랑의 순교자’처럼 간절한 연서를 밀레바에게 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