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21> 조교자리 조차 못 구한 아인슈타인- 취직이 어디 그리 쉬운가!
그의 그런 펄펄한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취직자리를 얻지 못했다. 그는 독일의 라이프치히 대학이나 유명한 괴팅겐 대학교, 네덜란드의 라이덴 대학교 등 물리학 수준이 웬만큼 높은 대학교의 조교 자리는 모두 알아봤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럴 때마다 그는 자신의 지도교수였던 베버 교수가 훼방을 놓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물론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얘기다. 정확한 물증은 없었지만 충분한 심증은 댈 수 있을 만큼 베버 교수와 아인슈타인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은 상태였다.
취직자리는 아직 찾지 못했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아인슈타인은 대단한 학자라도 된 듯 하늘을 찌르는 자부심을 백으로 삼고 전혀 기가 죽지 않은 채 계속 ‘자리’를 알아보고 있었다. 취직이 어디 그리 쉬운가!
자신의 취업을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을 밀레바에게 그는 이런 편지도 보냈다. “그것이 아무리 보잘 것 없다해도 전혀 개의치 않고 즉시 어떤 일자리라도 구할 결심이오. 내 과학적 목표들과 개인적 자존심은 잠시 접어두고. 가장 말단직이라도 사양하지 않을 겁니다.”이런 말 하는 걸 보면 아인슈타인도 생활 앞에선 잠시 철이 들기도 했었나보다.
갑상선종으로 오랫동안 취리히에 돌아오지 못했던 밀레바는 동생 조르카와 함께 다시 그녀의 작은 하숙방에 돌아왔다. 두 자매는 예전에 기거했던 하숙방은 놓치고 번잡한 대로변에 위치한 하숙집에 머물러야했다.
밀레바는 아르바이트는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의 부친 밀로스가 딸들의 생활비를 꼬박꼬박 대주고 있었던 덕분이다. 언니만큼 똘똘한 조르카와 밀레바는 당시의 엘리트 여성들답게 수준 높은 문화적 취향을 갖고 커피와 음악을 늘 가까이에 두었다. 그 무렵으로는 보기 힘든 모던한 풍경이었다.
밀레바는 아인슈타인의 논문이 잡지에 게재되기로 확정되자 재빨리 또 친구 헬레네에게 ‘자랑 편지’를 보냈다.“아인슈타인이 쓴 물리학 논문이 ‘물리학 연감’에 또 실린다. 그이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상상할 수 있겠지? 이건 그냥 평범한 논문이 아니라 액체 이론을 다룬 아주 중요한 논문이란다.” 이렇게 ‘자랑하고 싶은 연인’이 있는 밀레바는 더 이상 가련한 여인은 아닌 듯했다.
그런 편지를 받은 친구의 심정은 어땠는지 알려져 있진 않지만 모르긴 몰라도 아마 헬레네는 편지를 다 읽고 입을 삐죽였을 것 같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 있지만 이건 약간의 가식이 깃들인 말이라고 본다. 진정한 친구는 친구의 좋은 일에 무의식에서라도 진실로 기뻐해주는 그런 친구야 말로 진짜 친구인 것이다. 그런 친구가 많지 않다는 게 세상 진리인 것이다. 그래서 오죽하면 일생에 단 한 명의 진짜 친구를 만들었다면 그 사람은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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