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왕비호’와 동방신기 팬들의 열정

스카이뷰2 2009. 1. 8. 17:06

  

 

이태경기자사진. 

 

 

     ‘왕비호’와 동방신기 팬들의 열정


아침 신문 기사하나가 눈길을 잡는다. 그렇잖아도 얼마 전부터 ‘이슈’로 삼아 써보고 싶었던 이야기다. 다름 아니라 ‘왕비호’ 윤형빈에대한 인터뷰였다. ‘독설 개그’ ‘독설 신드롬’으로 2008년 최고로 뜬 개그맨이다. 일요일 밤 개그콘서트 프로그램은 시간되면 봤다.


특히 프로그램 말미에 왕비호가 나와 걸걸한 목청으로 ‘어이~ 아무개’하면서 시작하는 특유의 독설개그는 볼 때마다 웃게 만든다. ‘웃으면 건강해진다’는 소리를 들은 이후 될수록 꼭 보곤 한다. 우리네 요즘 일상이란 웃을 일이 별로 없기에 일요일 밤 개그 프로를 보고 웃는 것이다. 


28세의 건장한 청년이 하트 무늬가 새겨진 티셔츠에 진한 마스카라의 눈 화장 그리고 사각 핫팬티 차림으로 튀어나와  선·후배 가리지 않고 ‘독설’을 퍼붓는 걸 보면 가관이다. 이제까지는 볼 수 없었던 ‘신종 개그’스타일이면서 톡톡 튀는 역설이 제법이다. 아주 재밌다.


왕비호는 그동안 동방신기·서태지·빅뱅·원더걸스 등등 내로라하는 요즘 상종가 연예인들을 향해 무차별 독설을 쏟아냈다. 처음엔 ‘왕비호’가 그의 예명인줄 알았는데 ‘왕비호감’의 약자라는 소릴 듣고 한번 더 웃었다.


아무튼 개그콘서트의 하이라이트 코너라고 할 수 있는 이 ‘왕비호’ 원맨쇼는 요 근래 제일 재미있는 TV프로 같다.

왕비호의 공격대상 중 동방신기 편이 기억에 남는다. “어이 동방신기 팬이 80만이라는데 음반은 겨우 10만 나갔다면서?” 라고 외쳐대자 그 다음날로 30만장이상이 더 팔려나갔다는 소릴 듣고 놀랐다.


동방신기의 주요 팬 층이라면 여중고생들이라는데 그 소녀들이 왕비호의 신들거리는 비아냥에 열 받아 레코드 가게로 달려가 ‘팬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고나 할까.


왕비호는 아침신문 인터뷰에서 “동방신기의 앨범 판매량 이야기가 가장 반향이 컸던 것 같다. 물론 제가 ‘도발’해서 동방신기 앨범이 많이 팔린 것은 아닐 것이다”라고 말했다. 제법 겸손한 표현 같다.


어쨌거나 나도 왕비호가 동방신기와 그 팬들을 향해 ‘대갈일성’하는 모습을 보고는  조만간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소녀 팬들은 왕비호에게 보기 좋게 ‘본때’를 보여주었다. 유쾌한 반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해서 문화산업이 활성화된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게 아닐까. 


왕비호는 얼마 전 사인회에서 ‘동방신기 소녀 팬’에게 선물상자를 받았는데 그때 가장 공포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 소녀 팬은 “오빠 평소 잘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방신기 오빠들에 대한 이야기는 잘못된 것 같아서 이렇게 찾아 왔어요. 꼭 정정해주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박또박 이성적으로 반박해대는데 이상하게 무서웠다고 한다. 왕비호는 그 소녀가 상자 속에 도넛을 넣어준 걸 끝내 먹지 못했다고 말했다. 왜 일까? 그 이유는 직접 말하지 않았지만 개그맨다운 센스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젠 나도 동방신기가 어떤 노래를 부르는 그룹인지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동방신기를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지만 싫어하지도 않는다. 비교적 꽃미남에 가까운 젊은이들이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 팬들의 열정은 우리 시대 하나의 ‘문화적 트렌드’로 우호적인 시각으로 보고 싶다.


오늘 아침 개그맨 ‘왕비호’ 윤형빈의 인터뷰를 보면서 요즘 젊은 사람들의 문화적 센스나 트렌드에 대해 새삼 관심이 간다.

어쩌면 왕비호의 독설개그는 경기침체로 어려워진 우리 문화예술계에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