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25>물고기자리의 풍부한 감수성,엄청나게 읽은 책 덕분에...
두 연인은 배를 타고 카데나비아라는 작은 어촌 근처에 있는 칼로티 별장에 들렀다. 19세기 러시아 왕녀가 결혼선물로 받은 그 별장은 예술적인 3층 석조 건물로 대리석 계단과 분수들, 아름다운 조각품들로 200년 넘게 코모호수 지역의 특수 지역으로 사랑받아왔다.
1만 7천여 평의 드넓은 정원에는 진달래와 철쭉 등 150종이 넘는 꽃들이 화사하게 피었다. 이곳을 둘러본 뒤 그들은 알프스 계곡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치아벤나라는 화려한 도시에 들렀다. 연인들은 그 도시 북쪽에 있는 최고의 절경으로 꼽히는 스풀뤼겐 고개를 넘어가기로 했다.
밀레바는 또 자랑하고 싶었다. 왜 안 그러겠는가. 드디어 사랑하는 연인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타인에게 자신들의 행복한 순간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번에도 또 헬레네에게 편지를 띄웠다.
“스풀뤼겐은 우리가 꼭 여행하고 싶었던 곳이야. 그곳은 아직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었어. 우린 사랑하는 두 사람이 꼭 붙어 앉아있을 수 있는 작은 마차를 한 대 빌렸어. 마부는 마차 뒤쪽의 판자 위에 앉아서 나를 보고 ‘시뇨라(부인,Signora)!’라고 불렀어. 이보다 더 낭만적인 여행은 상상할 수도 없을 것 같아.”
아직 아가씨인데도 ‘부인’이라는 호칭을 들었다는 걸 자랑하고 싶어했다는 건 그만큼 밀레바가 순탄치 못하게 진행되고 있는 아인슈타인과의 결혼문제에 얼마나 고민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누구에게라도 자신들이 ‘부부’로 보인다는 것에 흐뭇함을 느낄 정도로 그녀는 자신의 결혼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것이다.
달콤한 꿈 같이 보낸 ‘예비 신혼여행’에서 두 사람은 모처럼 정서적인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가뜩이나 자신감에 넘쳐 사는 아인슈타인에게는 이제 ‘일과 사랑’ 모두를 쟁취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였다. 그는 뛰어난 ‘편지 솜씨’로 연인에게 자신들의 자랑스런 허니문을 다시한번 되새기는 편지를 보냈다.
“우리가 보낸 그 순간들은 얼마나 즐거웠는지요. 사랑스러운 당신의 작은 몸을 자연이 허락한대로 꼭 끌어안고 부드럽게 입맞출 수 있었지요. 나의 사랑하는 착한 영혼!”
아인슈타인의 인생에 있어 이런 ‘편지쓰기 재주’는 김나지움 시절 대학생 멘토였던 의대생 탈무트의 ‘스파르타식 독서지도’에서 기초가 닦였다. 재주라는 게 누가 만들어준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단 주변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은 기본적 조치라고 본다.
이제 겨우 12세밖에 안된 어린 아인슈타인이 읽어치운 독서량은 요즘 웬만한 대학생들이 교양학부 시절 읽는 독서량을 압도하는 방대한 양이었다. 그 많은 책들을 읽는 동안 알게 모르게 쌓이게 되는 ‘글 솜씨’에다 워낙 감수성이 풍부한 별자리인 ‘물고기자리’태생이다 보니 그의 ‘연애편지’쓰기는 가히 독보적 경지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의 그런 글쓰기 기량은 비단 연애편지 쓰기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상대성 이론’을 비롯해 무한한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물리학 이론을 집대성하기까지 그가 10대 시절 갈고 닦아세운 글 솜씨는 무한한 뒷심으로 그를 지탱해주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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