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바이>와 마지막 세안

스카이뷰2 2009. 2. 20. 00:08

                           

 

         

 

   

우리 블로그에 '<굿'바이>와 마지막 세안'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사흘 뒤  <굿'바이>는 제 81 회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타이밍이 절묘했습니다. 아래에서도 밝혔지만 <굿바이>는 지난해 늦가을에 본 영화로 우리 블로그에 글올리는 걸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영화입니다. 그러다가 김수환추기경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쓰게 된 겁니다. 

 

아카데미 영화제 외국어영화부문은 주로 유럽쪽 영화들이 석권해왔고, 아시아권에선 1975년 터키 영화가 처음 이 외국어영화상을 받았습니다. 그이후 일본이 이번에 두번째랍니다.

일본영화가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상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 지금 일본 매스컴들 난리호들갑 야단입니다.

사촌이 땅사면 배아프다고 우리 영화는 이제껏 한번도 타지 못한 상을 일본이 탔다니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닙니다만 일본 영화의 수준은 어느 정도 인정해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인터넷 TV로 본 아카데미영화제 수상식장에서 주연배우 모토키와 그의 아내 역으로 나온 히로스에 료코는 현지 인터뷰에서 너무 기뻐 할말이 없다면서도 역시 배우답게 아주 조리있게 수상소감을 말하더군요. 특히 타키타 감독은 50대 중반남성이면서도 청년기운을 내뿜으면서 일본영화의 신이 자신들의 작품을 콕 찍어주신 것 같다는 말도 했습니다. 감독의 부인은 너무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더군요.

 

일본 후지텔레비전에서는 마침 '오쿠리비토'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에게 아카데미상 수상소식을 알려주면서 그 영화를 보고나오는 관객들에게 소감을 묻는 장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질문을 받은 관객들은 한결같이 자기일처럼 매우 기뻐하더군요. 단결심 강하다는 일본인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지금 일본은 전국적으로 이 아카데미 수상열기에 휩싸여 나라전체가 행복한 듯 합니다. 이 영화를 찍었던 야마가타현의 현지 주민들 인터뷰도 내보냈습니다. 아무래도 일본최초의 아카데미상수상의 가치는 그만큼 대단한것 같습니다. 오사카 사시는 교민의 말씀에 의하면 지금 TV,라디오 신문 온 매스컴이 잔치분위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답니다. 

어쨌거나 일본 영화의 저력은 인정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래 관련 기사를 소개합니다. 

 

타키타 요지로 감독의 일본영화 '굿` 바이(Good & Bye)'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굿` 바이'는 23일 오전 10시(이하 한국시간) 미국 LA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쥐었다. 독일영화 '바더 마인호프 컴플렉스' 프랑스 영화 '더 클래스' 오스트리아 영화 '복수' 이스라엘 영화 '바시르와 왈츠를'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굿’바이>와 마지막 세안


텔레비전 생중계를 통해 서울 명동성당에서 진행된 김수환 추기경의 ‘입관예절’ 절차를 지켜봤습니다.

삼나무관속에 누워있는 추기경에게 ‘마지막 세안’을 정성껏 해드리는 하얀 가운 입은 장의사의 섬세한 손길을 보며 문득 일본 영화 <굿’바이>가 떠올랐습니다.


지난해 늦가을 본 <굿’바이>의 일본 원제는 ‘おくりびと(보내는 사람)’입니다. 납관사라는 특이한 직업을 갖게 된 첼리스트의 스토리를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도쿄의  한 교향악단의 첼로 연주자 코바야시 다이고는 1억 8천만원이나 하는 첼로를 은행대출까지 받아 구입하지만 악단의 전격적인 해산으로 졸지에 실직자가 되고 맙니다.


‘직장 찾기’가 급선무인 다이고는 생각 끝에 아내에게 고향 야마가타로 내려가 살 것을 제안합니다. 고향에는 부모가 남긴 허름한 집이 한 채 있습니다. 딱히 할 일이 없던 다이고는 지역신문에 실린 광고에 눈이 번쩍 뜨입니다.


‘나이, 경력 무관· 고수익 보장’. NK에이전시라는 매력적인 이름의 회사에서 낸 구인광고였습니다.

더구나 ‘여행을 도와줄 사람을 구합니다.’라는 광고 문구는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던 그의 ‘여행 정서’에 불을 댕깁니다.


돈도 벌고, 여행도 하고... 아내 미카에게 ‘해외여행’을 시켜주겠노라고 호언장담했지만 공수표가 될 뻔했던 약속을 실행할 날이 바야흐로 눈앞에 다가온 듯합니다.


역시 고향으로 내려오길 잘 한 겁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게지요. 삭막한 도쿄에서 졸지에 버림받았던 것 같아 꺼림칙했던 기분도 어느새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한달음에 NK회사로 달려간 다이고는 허름한 ‘회사 모습’에 다소 실망했지만 풍채 좋은 사장의 즉석채용에 감격합니다. 하지만 사장의 ‘오리엔테이션’을 들으며 다이고는 대경실색합니다.


NK라는 그럴싸한 영문 이니셜은 바로 납관(納棺)의 약자였던 겁니다. ‘여행’은 다름 아닌 저승에로의 여행을 뜻하는 것입니다. 죽은이의 몸을 깨끗이 닦아주고, 수의를 입히고, 얼굴에 고운 화장을 해준 뒤 관에 넣는 일을 하는  ‘납관사(納棺師)’라는 새로운 직업의 세계가 실직자 다이고 앞에 펼쳐진 겁니다.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위로해준다는 건 그가 누구이든 아름답고도 슬픈 일일 겁니다. 어쩌면 숭고한 직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그런 일은 ‘3D업종’으로 치듯, 일본에서도 친구나 심지어 아내마저도 그런 직업은 아주 천하고 불결한 일로 치부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며 고인에게 따스한 애정을 갖고 배웅하는 일’의 아름다움을 NK사장은 침을 튀겨가며 아주 열정적으로 설명합니다. 게다가 ‘두툼한 현찰’을 넌지시 손에 쥐어주는데 그걸 뿌리치기는 커녕, 오히려 빨리 이 ‘자랑스런 현찰’을 아내에게 갖다 주고 싶다는 소박한 욕심마저 느끼며 다이고는 얼떨결에 납관 회사의 첫 ‘공채사원’이 됩니다.


물론 아내에겐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론 밝히지 못한 채 비밀스럽게 일을 시작합니다.

자! 이렇게 해서 첼리스트 코바야시 다이고는 납관사라는 낯선 직업을 ‘생업’으로 삼고 사장이자 스승인 이쿠에이의 뒤를 부지런히 좇아다니며 쉽지 않은 ‘납관사의 기법’을 배워나갑니다.


영화 전편을 장식하는 첼로의 ‘철학적인 선율’은 인간의 숙명인 ‘죽음’의 다양한 모습과 그 뒤치다꺼리를 헌신적으로 해나가는 납관사의 모습과 어우러져 아주 멋진 조화를 이뤄나가고 있습니다.


가족들에게 조차 시신의 알몸은 보이지 않게 하려는 납관사의 엽렵한 손놀림은 거의 예술의 경지에 도달한 듯 보입니다. 갓난아기를 다루듯 조심조심 시신에게 수의를 입히고 아주 정성껏 화장을 해, 살아있는 사람의 얼굴보다 더 평화롭고 아름답게 보이게 만드는 그들의 솜씨는 ‘연기’를 떠나 실제 상황인 듯한 착각마저 느끼게 합니다.


‘장인(匠人)의 경지’에 다다른 그들의 솜씨에 아내를 맡긴 한 남자는 “이제껏 본 아내의 얼굴 중 가장 아름다웠습니다”라면서 눈물을 흘리며 사의를 표합니다. ‘마지막 가는 길’인데 아내의 얼굴을 그토록 예쁘게 해주다니 그 남편은 다소나마 슬픔을 달랠 수 있었을 겁니다.


NK사의 사장으로 나오는 대인풍의 야마자키 츠토무라는 73세의 노배우와

주인공 다이고역을 맡은 가수출신의 40대 남자배우 모토키 마사히로의 탁월한 연기는 직접 그 영화를 보셔야만 그들의 ‘일가를 이룬 경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32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습니다.


모토키는 이 영화 출연을 위해 실제로 첼로와 납관사 일을 배우고 하루에도 몇 시간씩 맹연습을 해 거의 ‘진짜’같은 연기를 보여주었답니다. 일본에선 굉장히 유명한 연기자라고 합니다.


여섯 살배기 어린 아들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를 원망하면서 살아왔지만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염습해드리면서 다이고의 눈에 맺히는 눈물방울은 어떤 말보다도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원망과 용서, 남자의 진정어린 회한과 화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명장면입니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오쿠리비토’라는 원제는 삶과 죽음에 대한 처연한 의미를 곱씹게 만듭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가족을 보내야 하고 또 언젠가는 자기 자신도 배웅을 받아야만 하는 존재가 바로 우리들입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여행’, 그러기에 저렇게 사상최대 인파의 조문객이 명동성당 앞을 장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에게 ‘마지막 세안’을 해드리는 납관사의 조심스러우면서도 섬세한 손놀림을 지켜보면서 <굿’바이, 오쿠리비토>라는 영화가 다시 한번 보고 싶어졌습니다.


일본영화 특유의 일상적인 소재를 순정한 분위기로 재구성해 내놓은 재주가 아주 탁월한 영화입니다. 2008년 일본 최고의 영화였습니다. 2월 22일 열리는 81회 아카데미 영화제 해외영화부문에 일본 대표작으로 출품되었다고 합니다.  


극장에서는 벌~써 막을 내린지 오래된 영화이지만 비디오로라도 꼭 한번 보시길 강추합니다. 순백의 마음자세로 돌아가게 만드는 울림이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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