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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 -아카데미 영화제 모범답안

스카이뷰2 2009. 3. 20. 20:08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 -아카데미 영화제 모범답안


“간단히 말하겠다. 당신이 오늘 밤 무엇을 하든지 당장 취소하고, 이 영화를 보시라.” “별 넷 만점으로도 부족한 영화” “숨이 멎을 듯한 스토리는 애절한 동시에 유쾌하다”


영화사 광고문구가 아니라 미국의 까다로운 영화평론가들이 이렇게까지 극찬했다는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봤다.


그야말로 ‘스토리 되고, 화면 되고, 음악 되고, 배우 되고’, 웰 메이드 영화의 교과서 같은 영화였다. 올해

아카데미 영화상을 8개나 휩쓴 게 그냥 휩쓴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탔다는 점에서 감독의 역량을 인정해줄만하다. 각색·음악·주제가·촬영·편집·음향상도 탔다.


재능 넘치는 영국 감독 대니 보일은 ‘50대 감독의 역량과 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그로서는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작심한 듯 쏟아내 관객들을 두 시간 내내 한눈팔지 못하게 만들었다.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 ‘재미’가 적빈(赤貧)을 바탕으로 한 슬픈 스토리로  엮어져  한 켠으로는 왠지 심란하고 허탈한 마음이 스멀거렸다.  

영화 보고 나서 문득 언젠가 방송작가 김수현이 드라마 속에서 인도를 비하하는 대사를 집어넣었다가 인도대사관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던 일이 떠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이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아카데미영화제를 휩쓸고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자 영화의 배경이 된 동네 주민들이 영화 제작진에게 항의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들려왔다.


그들의 ‘항의’를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적빈은 부끄러운 건 아니더라도 내세울 자랑거리는 아니다. 그냥 자국인들끼리야 괜찮을 수도 있지만 자신들의 적빈이 ‘멋진 포장지’에 싸여 전 세계에 팔려나간다는 것은 자존심 높다는 인도 사람들로선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을 듯하다.


더구나 재주 있는 이 감독은 인도를 300년 넘게 통치했던 영국출신이었기에 어쩌면 인도인들의 심기를 더 복잡하게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인도의 ‘치부’를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마 기가 센 대한민국 국민이었다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을 지도 모르겠다.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났는데도 심란한 기분이 잠시 스쳤던 것은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보편적인 휴머니즘’ 탓이었을 것이다. 그냥 보고 즐기는 영화에 뭐 그리 심각한 의미를 부여하느냐는 힐책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약육강식’이 밀림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개운치 않은 여운이 마음 한 구석에서 떠나지 않았다. 


다 알려진 대로 영화는 ‘운명· 감동· 기적’을 바탕삼은 ‘남자 신데렐라’이야기를  애절하고 달콤하게 그려내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어쨌든 ‘행복’해지는 이야기이기에 아카데미의 구미에는 꼭 맞는 영화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제목 그대로 인도 최대도시 뭄바이(봄베이) 변두리 최하 빈민층이 살고 있는 빈민굴에서 자란 고아 소년 자말이 TV퀴즈쇼에서 2000만 루피 (약 6억원)의 상금을 거머쥐게 되는 로토복권 당첨 같은 ‘성공 스토리’를 큰 줄거리로 삼고 있다.


우연이 필연을 만들어내고 결정적인 순간에 운명의 여신이 안아주면서 주인공은 마침내 행복을 갖는다는 어찌 보면 그렇고 그런 진부한 이야기다.  

21세기 한국 젊은이들로선 상상조차하기 어려운 최악의 빈민굴에서 태어난 자말은 대여섯 살 무렵 마을에서 일어난 이슬람 힌두교도들 간의 충돌로 엄마를 잃고 형과 함께 ‘거리의 아이’로 자란다.


극심하게 가난한 사회에서 가진 것 하나 없는 어린고아형제가 목숨을 연명해내기 위해서 겪어야 했던 일들이 ‘스토리’로 펼쳐진다. 북한에서 탈출해 중국 연변의 시장 통에서 배춧잎을 주어먹으며 하루하루를 버틴다는 ‘꽃제비 소년’들이 겹쳐졌다. 


‘인도의 꽃제비’ 어린 자말 형제와 그 사이에 끼어든 라티카라는 고아 소녀. 이 세 명이 펼쳐내는 ‘운명의

변주곡’은 눈물겹다. 어린고아 형제와 어린고아 소녀 한명이 길거리를 집으로 삼고 살아가야하는 일상을 상상해 보시라. 


아무리 ‘거리의 자식’이지만 사랑만큼은 소중하게 간직하며 자란 자말은

라티카를 자신의 ‘목숨’처럼 여기며 순정을 키워나간다. 동생을 지켜줘야 하는 ‘가장’인 형 살림은 더럽고 거친 뒷골목의 때가 잔뜩 묻은 채 결국 암흑가 보스의 ‘꼬붕’으로 생을 마감한다.


‘구원의 여인’ 라티카는 보스의 여인이 되어 자말의 가슴을 찢어놓지만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구하기 위해 18세 소년 자말은 필사적으로 뛴다.

자말은 오로지 라티카를 구하기 위해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라는 텔레비전 퀴즈쇼에 출연했다가 자기도 모르는 새에 ‘초능력’을 발휘한다.

 

대학교수 의사 등 인텔리들조차 못 넘었다는 ‘고난도 퀴즈 단계’를 성큼성큼 넘어선다. 운명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어림없는 이야기다.  그저 ‘글자를 읽을 줄은 아는’ 일자무식꾼 자말이 퀴즈를 척척 맞춰나가다

드디어 ‘마지막 문제’를  풀 단계에 이르자 경찰은 자말을 사기죄로 체포해 온갖 고문을 하며 ‘부정한 방법’으로 맞춘 사실을 자백하라고 강요한다.


이제 한 문제만 맞추면 자말은 ‘밀리어네어(백만장자)’가 되는데 ‘악마의 세력’들은 그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해 쓰러뜨리려고 하는 것이다.  

고문을 당하는 사이사이 자말이 털어놓는 ‘지나온 인생살이’가 화면을 요란하게 장식한다. 밑바닥 인생살이가 선물해준 절묘한 찬스는 우연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도 처절한 삶의 진정성이 묻어있다.


그렇게 해서 ‘모든 정답은 그의 삶이었다’가 자말을 변호한다.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화면위의 짧지만 파란만장했던 자말의 인생은 감독이 워낙 솜씨 좋게 엮어내 오히려 ‘동화’같은 스토리로 다가온다. 하지만 ‘꿈결인양 달콤한 엔딩 신’은 관객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당분간은 최고의 엔딩 신으로  남을 것 같다.


‘트레인스포팅’으로 우리에게 영국감독의 ‘영화재능 DNA’를 보여준 대니 보일은 이번 영화로 자신의 감독인생을 총결산하는 ‘작품’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도 최빈민층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영화는 영화’다. 두 시간 동안 몰입의 즐거움을 주었기에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볼만한 영화다.

영화티켓 값이 아깝지 않다.    

 

<후일담> 4월21일자 조간신문에 이 영화에 출연했던 꼬마여배우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슬럼독…' 아역스타 아버지, 딸 팔려다가 망신

오스카상 8개 부문을 휩쓴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여주인공의 아역을 맡았던 꼬마 배우 루비나 케레시(9·Qureshi)가 또다시 곤경에 처했다.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대박을 터뜨리자 돈을 노리고 서로 양육하겠다고 나선 가족들의 싸움에 휘말린 데 이어, 이번엔 아버지가 루비나를 팔려고 했다.

인도 뭄바이 슬럼가에 사는 루비나의 아버지 라피크(36)는 두바이 부호로 가장한 영국 주간지 '뉴스오브더월드'의 기자에게 20만파운드(약 4억원)에 딸을 데려가라고 제시했다고 잡지가 19일 보도했다.

잡지는 "루비나 아버지가 딸을 팔려고 한다"는 이웃 주민의 제보를 받고 라피크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자의 전화를 받은 그는 "영어를 잘하는 내 친척과 통화하라"며 루비나 삼촌인 라잔을 연결해줬다. 라잔은 '몸값'으로 5만파운드를 불렀다. "루비나의 미래를 위해서 내놓는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데려가겠다는 사람의 신분과 이유에 대해 전혀 묻지 않았다.

지난 16일 인도 뭄바이 시내의 한 호텔에서 만난 루비나 가족과 기자들. 모자이크 처 리된 이들이 두바이 부호로 가장한 기자들이다. 오른쪽부터 루비나, 아버지 라피크, 삼촌 라잔./뉴스오브더월드

지난 16일 라피크와 삼촌은 영화 팬을 만나는 줄로만 알고 있던 루비나를 데리고 기자가 기다리는 시내 호텔에 나타났다. 루비나의 아버지는 애초 불렀던 몸값의 4배인 20만파운드를 요구했다. "오스카상 받은 애 아닙니까. 이 정도는 주셔야죠." 삼촌은 한 술 더 떴다. "혹시 남자아이를 원하면 알아봐 줄 수 있소. 싸게 해 드리겠소."

호텔을 나서며 택시비까지 달라고 한 두 사람은 "이번 거래는 우리끼리만 아는 것"이라며 '비밀 엄수'를 강조했다. 아버지는 루비나의 출연료를 자신의 병원비와 고가의 휴대폰을 사는 데 썼다고 이 주간지는 전했다.

그러나 루비나의 아버지는 이 보도가 나가고 나서 "그런 제안이 왔으나 거절했다.나를 음해하려는 이들의 음모다"라며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고 힌두스탄 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