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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비에서 우연히 만난 태극전사 조원희 선수

스카이뷰2 2009. 2. 22. 00:25

 

                                                                        트로피를 들고 있는 조원희 선수.  마이데일리 사진.

 

호텔로비에서 우연히 만난 태극전사 조원희 선수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조원희가 지난 20일 영국 이민국으로부터 취업허가서(워크 퍼밋) 발급을 받으면서 예정대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위건 어슬레틱에 입단하게 됐다고 합니다.

우리의 태극전사들이 축구의 본고장에 속속 진출해 코리아의 명성을 드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건 조원희 개인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의 영광이기도 합니다.

조원희의 에이전트사인 텐플러스 스포츠는 20일 '잉글랜드축구협회(FA)로 부터 취업비자 확인서를 받았고 공식 입단만을 남겨두고 있다 " 며 6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출발을 알렸다고 합니다.

조원희의 취업비자는 위건의 스튜어트 헤이튼 사무국장이 영국 이민국에 직접 신청했다는군요. 공식 입단의 큰 변수였던 취업비자가 발급됨으로써 조원희의 프리미어리그 진출에는 걸림돌이 모두 사라진 셈입니다.

지금 영국에 머물고 있는 조원희는 지난 19일 대표팀 선배인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풀럼의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 경기를 관전하는 등 현지 적응에 힘쓰고 있답니다. 

에이전트에 따르면 조원희의 데뷔전은 오는 3월1일 영국 런던 스템포드브리지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새롭게 부임한 첼시와의 리그 27라운드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히딩크 감독이라면 우리와 깊은 인연이 있는 감독 아닙니까! 운명적인 경기가 될 것 같네요.

 위건의 스티브 브루스 감독은 "조원희는 우리가 영입했던 선수들 중에 매우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라며 강한 신뢰감을 전했다고 합니다. 영국 프로 축구팀 감독에게 신뢰받는 대한민국 조원희가 영국 데뷔전부터 화려한 골로 그의 존재감을 드높이기를 바랍니다.


*아래는 꽤 오래전 서울의 한 호텔로비에서 조원희 선수를 우연히 만나고 나서 제가 쓴 글을 우리 블로그에 다시 소개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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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 전사 조원희 선수와의 우연한 만남


지난 토요일 오후 뜻하지 않은 ‘행복한 조우’를 했습니다. ‘월요병’증세로 기분이 별로인 월요일 아침인데도 엊그제 느꼈던 ‘짧은 행복감’을 기억해내니까 다시 기운이 반짝 돌아오는 것 같군요.

추운 날씨에다 주말이어선지 호텔 로비는 사람들로 꽤 번잡한 분위기였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우람

한 청년들이 하나 둘씩 나타났습니다.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저로서는 ‘이웃집 아들들’같은 그 청년들을 눈여겨보면서 어디서 봤는데 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이었습니다. 월드컵때 그렇게 생난리를 치며 좋아했던 선수들인데도 막상 실물로 보니까 누군지 잘 몰라본 저의 '얼굴혼돈증'이 한심했습니다.

사람들로 워낙 북적대는 호텔의 중앙 로비에서 비켜나와 로비 끝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 쪽으로 갔을 때 한 청년과 딱 부딪쳤습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그의 매력적인 경기를 보고 단박에 팬이 되어버린 바로 태극전사 조원희 선수였습니다. 사람들로 한창 북적대던 로비와는 달리 그곳에는 저와 조 선수만 있었습니다.

물론 조 선수와는 초면이었죠. 그도 마찬가지구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와 눈이 마주치자 조 선수는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더군요. 그 순간 저는 뭉클한 심정이 되었습니다.
나이로 보면야 ‘아들 급’이니까 인사를 받는 게 이상하진 않지만 그래도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공손히 예를 갖추는,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그 청년이 아름답게까지 보였습니다.

게다가 주변엔 아무도 없으니 오붓한 그 분위기 하나만으로도 이게 웬 횡재입니까! 자나 깨나 언제 어디서나 ‘오! 블로그’ 하며 ‘모든 길은 블로그로 통한다’ 는 자체 슬로건까지 만들어 낸 저로서는 너무도 좋은 기회였죠.

‘조원희 선수’는 그 자신 A매치로는 첫 출전이었던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경기 시작 59초 만에 자로 잰 듯한 번개 같은 ‘슛 골!’로 제게 ‘순수한 기쁨’을 선사했던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제 시간이 많이 흘러 그 순간 느꼈던 강렬한 쾌감이야 많이 퇴색했지만, 그땐 나도 모르게 박수까지 쳐가면서 정말 기뻐했었죠. 짧게 깎은 머리에 다부진 체격의 조선수의 그날 경기는 굉장히 매력적인 것이어서 ‘조원희’하면 무조건 흐뭇해지는 기분이 드는 선수였는데 이렇게 ‘단 둘’이 조우하고 인사까지 받고 보니 저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겠죠.

‘조원희 선수죠!’ 웃으면서 말했더니 그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고 정중히 예를 갖추더군요. 조 선수는 위아래 검은 정장을 갖춰 입고 있었습니다.

머리모양은 예의 ‘빡빡 깎은’ 고교생 스타일이었구요. 텔레비전에서 볼 땐 다소 와일드한 인상이었는데 실물은 의외로 선이 고운 핸섬보이더군요.
탤런트 차인표와 꽤 비슷한 인상이었습니다. 조 선수 본인말로는 자신이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였던 고 손기정선수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하더군요.

‘실물이 훨씬 잘 생기셨네요’라고 했더니 조 선수는 수줍은 듯 웃었습니다. 그라운드를 야생마처럼 질주하던 건장한 청년의 그런 모습은 어디로 사라지고 선생님에게 칭찬받고 다소곳하게 좋아하는 초등학생 같아 보였습니다. 축구선수치고 키는 그렇게 커보이진 않았지만 말쑥하게 차려입은 양복 입은 폼이 패션모델처럼 깔끔해 보였습니다.

‘요샌 하루 몇 시간씩 운동 연습을 하세요?’라고 물었더니 조 선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평균 다서, 여섯 시간 합니다.’라고 공손하게 대답했습니다. 여기는 웬일이냐고 묻자 그는 ‘홍명보 선생님 장학재단 출범식에 참석하러 왔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조 선수가 ‘홍명보 선수’를 ‘선생님’이라고 호칭하는 걸 들으니 뭐랄까요, 좀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그들만의 세계’에서의 어떤 ‘단호한 기강’ 같은 게 느껴져 흐뭇한 마음마저 들더군요.
그러니까 조 선수가 엘리베이터 앞에 있었던 것은 ‘홍명보 선생님’ 행사장에 가기 위해서였던 거죠.

조 선수에게 우문을 하나 던졌습니다. “월드컵 엔트리로 선발되겠죠.” 라구요. 우문에 현답이라고 조 선수는 “글쎄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답하더군요. 몇 마디 더 묻고 싶었지만 조 선수의 품새를 보니까 빨리 ‘행사장’에 가야하는 듯해 보여서 아쉽지만 ‘그냥 ’보내기로 했습니다. 악수라도 요청하고 싶었지만 왠지 정치인스러운 것 같아서 참았습니다.

그래도 경기 시작 ‘1 분’도 안 돼  ‘강한 골’로 네트를 가르며 우리를 기쁘게 했던 ‘멋진 주인공 청년’을 만나서 몇 마디 주고받으니까, 마음이 뿌듯해졌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저런 청년들이 ‘조국’을 위해 뛰고 있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위로’를 받은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으로 ‘조원희 선수’를 검색해 봤더니, 조 선수는 이미 ‘유명인사’더군요. ‘팬 카페’도 있고, 조 선수에 대한 ‘기사’도 꽤 많이 있었습니다.

조 선수에 대한 기사들 중 인상 깊었던 대목은 ‘100m를 12초대에 주파하는 빠른 발의 소유자, 조원희 다리는 백만 불짜리 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홍명보 코치’도 “조원희에게 감동했다”는 말을 하고 있듯이 조 선수는 성실한 훈련 태도로 코칭스태프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조금 전 조 선수가 ‘생면부지’의 저에게 ‘예를 갖춰 인사’한 것도 그의 이런 평소 ‘성실함’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는 해석도 할 수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대한민국 태극전사, 그 ‘푸른 말’같은 청년들이 녹색그라운드를 누비며 장렬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축복인 것 같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우리 국민에게 원기를 나눠주는 ‘귀한’ 태극전사를 조우해, 몇 마디 나눴다는 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조원희 선수  홧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