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깨소금같던 아인슈타인의 신접살림
“사랑하는 아인슈타인!
벌써 부다페스트에 도착했습니다. 일은 신속하지만 슬프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마음이 몹시 울적합니다. 나의 멋쟁이, 당신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곧 답장 보내주세요. -당신의 가엾은 밀레바”
신혼생활 중에도 그들 부부에게는 밀레바의 친정에 남겨두고 온 그들의 첫딸 리제를 문제로 함께 고민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밀레바는 리제를 문제를 마무리 짓기 위해 머나먼 친정집으로 여행 아닌 여행을 홀로 떠났다.
아인슈타인과 밀레바라는 두 연인의 ‘사랑의 행로’를 죽 따라다니다 보면 볼품없는 세르비아 연상녀인 밀레바의 아인슈타인을 향한 애정이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잘난 연인을 잃을 까봐 늘상 조바심쳤던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아인슈타인이라는 남자는 21세기의 안목으로 봐도 상당히 로맨틱하면서 섹스어필한 매력이 있어 보인다. ‘상대성 이론’이라는 탁월한 물리학이론을 정립한 세계 최고의 두뇌, 매력적인 큰 눈과 빠지지 않는 외모, 171cm의 크진 않지만 다부져 보이는 체격, 감미로운 바이올린 연주솜씨, 어린애 같은 철없는 화법, 아무렇게나 걸친 듯한 옷차림 등에서 은연중 뿜어 나오는 범상치 않은 카리스마.
이 정도라면 오늘날의 젊은 여성들 앞에 내놓더라도 엄청난 지지율을 얻을 것 같다. 그러니 밀레바가 결혼 전, 늘 자신의 친구들로부터 연인을 격리시키려 노심초사했던 그 마음이 측은하게 느껴진다.
그런 그녀인 만큼 조금만 연인과 떨어져 있게 되면 애절한 서한을 띄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혼전에 낳은 리제를을 그리워하는 어미의 마음까지 생기다 보니 밀레바는 한시라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들의 혼전출산 아기에 대한 조사는 아인슈타인을 줄기차게 연구해온 세계적인 역사학자들이나 저널리스트들에겐 초미의 관심사였다. 조각 퍼즐을 맞추듯 리제를이라는 아기의 존재를 추적해 가다보면 우여곡절 끝에 결혼한 젊은 부부가 세상에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그들의 첫딸에 대해 얼마나 애틋한 심정이었는지를 금세 알 수 있다.
‘세간의 눈’에 대해 두려움에 떨면서도 병에 걸렸다는 아기를 걱정하는 부모의 심정은 100년 후에 봐도 애절하다. 여행 중에 밀레바는 둘째 아기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 첫 아기에 대해 걱정하는 와중에 맞이한 둘째였지만 새 생명의 잉태는 그녀와 아인슈타인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나의 가엾은 돌리, 새 병아리를 품고 있다는데 왜 화를 내겠소. 나는 벌써부터 당신이 새 아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 아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리제를이 될 것이오. 나는 그대의 임신 사실에 아주 행복하다오. 하루 속히 내게 돌아오길 바라오. 벌써 3주반이 흘렀소. 착한 아내는 남편을 오랫동안 혼자 두지 않는다오. 이곳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엉망은 아니라오. 잠깐이면 치울 수 있을 것이오.”
이 편지를 보면 이 신혼부부의 알콩달콩한 신접살림이 눈에 선하다. 앉으나 서나 물리학 이론에 매달리느라 집안을 늘 어지럽혀 놓는 신랑이 신부가 출타 중이자 제 마음대로 집안을 한껏 어질러 놓고는 새색시의 꾸지람이 두려운지 잠깐이면 다 치울 수 있다고 능청을 떨고 있는 품새란...
더구나 ‘새로운 아기’가 생겼다는 사실에 행복해하는 신랑 아인슈타인의 모습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느껴볼 수 있다. 그가 저렇게 ‘사소한 일상의 행복’을 느껴본 순간은 그의 평생에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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