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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44>아내 몰래 연애에 빠진 아인슈타인

스카이뷰2 2009. 6. 25. 10:48

  

                            72세 생일에 찍은 아인슈타인.AP-연합뉴스사진.

   

   아내 몰래 연애에 빠진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은 특허국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세계 과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혁명적 논문을 발표했지만 자신의 직무를 소홀히 하진 않았다. 상대성 이론을 발표할 무렵  그는 오히려 관료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한 직급 승진과 함께 연봉도 인상됐다. 특허국 국장은 아인슈타인을 ‘우리 사무소에서 가장 훌륭한 전문가’라며 칭찬했다.

 

1909년 7월 6일 아인슈타인은 인정받고 다니던 첫 직장 특허국을 사직했다. 만 5년을 봉직한 것이다.

1909년 5월 아인슈타인은 취리히 대학의 물리학 이론 특별 교수로 임명되었다. 그렇게도 바라던 대학에 교수로 일할 수 있게 된 것에 아인슈타인 부부는 크게 기뻐했다. 취리히대학에서 받는 봉급은 특허국에서 받았던 것과 비슷했다.

 

단지 계속 학문적 연구에 매진하고 싶었던 그는 일단 대학 쪽에 속해 있어야 장기적으로 비전이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특유의 독설로 자신의 기쁨을 친구에게 이런 식으로 말했다. “매춘부 조합에 공식 회원이 되었다네.”

 

아인슈타인 가족은 그 사이 좀 더 넓고 경치 좋은 아에게르텐 동네로 이사했다. 창밖으로 멀리 아레 강이 흐르고 베른 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 좋은 집이었다. 외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나날이었지만 아인슈타인이 학문연구에 몰두할수록 밀레바는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그렇잖아도 우울증에 시달리던 그녀는 창가에 서서 강물이 흘러가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더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밀레바는 여자의 직감으로 자신과 남편 사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 이전엔 남편의 수학문제를 풀거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남편과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시간이 허락되었으나 언젠가부터 그런 그녀의 ‘작은 참여’마저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어느 정도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어려웠던 지난 시절에 향수를 느끼듯 밀레바도 가난했던 학생시절과 백수시절의 아인슈타인이 그리워졌다.

 

그녀는 이제 겨우 서른한 살밖에 안 되었는데도 가진 것 하나 없는 초라한 중년여성이 된 듯 크나큰 상실감에 괴로워했다. 그녀는 자신이 못다 이룬 학문을 아인슈타인이 승승장구 이뤄나가고 있는 것을 크게 자랑스러워한다고 친구에게 말하긴 했지만 그 이면에는 진한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남편의 이론을 이해하지도 못해”라고 남편의 학문적 위업을 은근히 과시하면서도 “지금 그의 명성이 그의 인간적인 면을 훼손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그때 이미 그녀는 아인슈타인이 한 여인과 자신 몰래 은밀히 편지를 주고받는 것을 알아낸 뒤 한바탕 소동을 벌인 뒤였다.

 

아인슈타인은 대학생 시절인 1899년 여름방학 때 안나 슈미트라는 여성과 잠시 사귄 일이 있다. 그때 아인슈타인은 밀레바와 이미 장래를 약속한 사이였다. 안나와의 연애는 밀레바에겐 물론 ‘절대 비밀’이었다.

 

안나는 지역신문에서 아인슈타인의 교수 발령 소식을 듣고 10년 전 여름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바람둥이같이 건들거리는 아인슈타인이라는 물리학도를 떠올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를 기억해낸 것은 워낙 그의 언행이 남달리 호방했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아내로써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던 유부녀 안나는 즉시 축하편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