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미남인 젊은시절 아인슈타인.
연애편지쓰다 들킨 아인슈타인의 대처법
아인슈타인도 옛정이 떠올라선지 곧바로 답장을 띄웠다. 그는 특유의 ‘솜씨’를 발휘해 안나의 마음에 쏙 드는 글을 썼다. 그는 자신은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적인 욕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운을 뗀 뒤 단지 지금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당신을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 기가 막힌 글솜씨다.
웬만한 여성이라면 그런 이야기에 솔깃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편지 말미에 자신이 결혼했다는 것을 짧게 쓴 뒤 앞으로 편지는 취리히 물리학 연구소로 보내달라고 넌지시 말했다.
운명의 장난인지 연구소로 보낸 그녀의 답장은 어찌된 영문인지 바로 밀레바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그렇잖아도 남편이 자신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다고 느끼던 그녀는 심한 배신감에 사로잡혔다. 화가 난 그녀는 즉석에서 안나의 남편에게 ‘아내 단속’을 제대로 하라는 항의 편지를 써서 보낸 것이다.
양쪽 집안이 난리가 났다. 아인슈타인도 가만있을 수 없었다.
그는 안나의 남편에게 “안나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단지 나의 부주의한 행동과 아내 밀레바의 지나친 질투심 때문에 안나가 곤경에 처한 것이지 아무런 일도 없었습니다”라는 굴욕적인 변명의 답장을 보내야 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내세워 도덕적 결백을 증명이라도 하고 싶어서였는지 편지 말미에 ‘교수 아인슈타인 박사’라고 썼다. 격식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그로서는 그런 식으로 자신을 드러낸 것은 아주 드문 일이었다. 그는 거의 대부분의 편지에서 항상 자신의 이름만 서명했었다.
그 사건 이후 그의 밀레바에 대한 애정은 급격히 냉각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친구 베소에게 자신의 답답함을 호소했다. “나는 정신적으로 안정을 되찾을 수가 없네. 밀레바의 증세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아”한번 금이 가기 시작한 이 부부는 회복하기 힘든 고비를 맞이하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편 자랑을 했던 밀레바도 친구 헬레네에게 자존심을 팽개친 듯 남편에의 원망이 가득한 한탄을 늘어놓았다. “명성이 대단한 과학자에게는 자기 부인에게 할애할 시간 같은 건 없단다. 진주는 다른 사람이 받고 내가 받은 건 진주를 담았던 빈 상자 뿐이야”
무슨 멜로드라마 여주인공의 대사를 보는 듯하다. 이렇게 자신의 인생이 빈껍데기였다고 느낀다면 그건 밀레바의 우울한 성격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학문적 성공을 바라보면서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느꼈다는 건 그만큼 그녀의 이루지 못한 학문에의 아쉬움이 컸다는 얘기일 것이다.
아마 적잖은 세상의 아내들이 화려한 성공가도를 달리는 남편을 바라보면서 마음 한구석에는 그런 소외감을 조금씩은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아마 이런 아내들의 소외감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변하지 않고 있는 진실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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