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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46>'아내가 원하는 남편'이 아니었던 천재 아인슈타인

스카이뷰2 2009. 7. 2. 11:43

                                    

                                        

                                                 "여자들은 참 이상한 존재"라고 말한 아인슈타인.

 

'아내가 원하는 남편'이 아니었던 천재 아인슈타인

 

한 사람의 성공한 스타를 만들어내기 위해 집안의 누군가는 그의 받침돌 노릇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편적 현상인 것 같다. 더구나 밀레바처럼 부모의 기대를 잔뜩 받고 자란 딸의 경우에는 결혼이라는 굴레에 의해 자신의 목표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그 상실감이나 소외감은 치유하기가 쉽지 않다.

 

그뿐 아니라 끝내는 ‘가정파탄’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적잖다. 지금도 그런 경우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100년 전에야 오죽했겠는가.

거칠 것 없는 천하의 아인슈타인 역시 10대 후반에 고른 반려자에 대한 불만이 점점 더 커져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한 여성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런 푸념을 했다.“여자들이란 참 이상한 존재야. 여자들은 정말 다른 사람을 통해 영원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난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군.”

아인슈타인은 10대 시절 심취했던 쇼펜하우어의 인생론에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쇼펜하우어는 일상적인 삶에서 벗어나야만 위대한 과학자와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려면 인간의 변화무쌍한 욕망의 사슬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대체로 평범하고 행복한 일상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선 높은 예술적 성취도나 획기적인 학문적 이론의 구축을 기대한다는 건 무리한 일인 듯하다.

 

과학연구 분야도 예외는 아닐 것 같다. 쇼펜하우어의 말이 아니라도 우리 주변의 여러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예술이든 과학이든 어떤 한 분야에서 대성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 자신은 물론이고 그 주변가족들에게 그만큼의 상실감과 예기치 못한 피해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나 톨스토이의 아내들이 최고의 악처로 꼽히는 게 우연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한쪽을 이루려면 다른 한쪽에선 어떤 형태로든 희생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게 세상만사라고 할 수 있다. 그냥 설렁설렁 누릴 것 다 누리면서 무얼 이뤄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인슈타인의 아내 밀레바가 그처럼 처절하게 외로워하고 허탈감에 사로잡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세계적 학설의 대가가 가정에도 충실해서 평범한 남편들처럼 놀아줄 것 다 놀아주고 남은 시간에 세계적 이론을 만드는데 성공할 수 있다면야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밀레바가 알고 있었다면 아인슈타인의 인생이나 그녀의 인생이 그렇게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지는 않았을 텐데...

아무튼 개인적인 삶보다 과학 연구를 우위에 둔 아인슈타인의 사고방식은 그의 앞날이 순탄치 않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었다.

 

천재의 아내, 천재의 가족은 괴로운 법이다. 일본에서 ‘남자는 괴로워’라는 시리즈 영화가 크게 히트한 적이 있다. 아인슈타인이야말로 이‘남자는 괴로워’의 타이틀에 걸맞는 주인공인 듯하다.

학문에 매달리는 동안 그는 아내가 원하는 남편이라는 존재와는 거리가 멀었을 테니까. 아무래도 스스로의 마음자리 역시  편하진 않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