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즐겨 찾던 베른의 호숫가(다음 자료사진(
사촌누나와 위험한 사랑에 빠진 아인슈타인
1912년 봄 휴가 때 아인슈타인은 베를린을 방문했다. 오래전부터 벼르던 일이었다. 쟁쟁한 물리학자들이 포진해 있는 그곳에서 자유롭게 학문적 교류를 하고 싶었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모친을 비롯한 친척들도 만나고 싶었다. 그 때 바로 ‘운명의 여인’ 엘자와 재회를 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 이후 만나지 않았던 엘자는 이종사촌 누나로 그보다 세 살 연상의 이혼녀였다. 무뚝뚝하고 침울한 밀레바와는 정반대로 엘자는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미모에 활달했고 사교적인 생활을 좋아했다. 그녀는 스무살에 결혼했다가 12년 만에 이혼한 뒤 인형같은 두 딸과 함께 독신녀의 삶을 즐기고 있었다. 엘자는 베를린 사교계에서 꽤나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당시 문화계는 물론이고 정치나 과학계에까지 유명한 인사들과 두루 사귀는 중이었다. 번화가의 극장에서 독일시를 낭송하는 모임의 주역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녀의 시 낭송은 당시 꽤 인기를 끌었다.
아인슈타인과 엘자는 호숫가로 단둘이 놀러가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 무렵 엘자는 아인슈타인이 학계에서 꽤 인정받는 소장파 학자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유명인사’취미가 있는 그녀로서는 사촌 동생이 전 유럽에서 명함이 통하는 존재라는 점이 대견스러웠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입장에서는 비록 사촌누이이긴 하지만 모처럼 산들바람같이 상쾌한 여인으로부터 존경의 눈빛을 받으며 대화하는 동안 그녀가 ‘구원의 여인상’이라는 기분 좋은 ‘착각’에 빠졌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이 두 남녀는 그날 호숫가의 데이트 이후 급속히 가까워졌다.
아인슈타인은 프라하로 돌아오자마자 엘자에게 ‘연서’를 띄웠다. 그는 여성의 유혹에 잘 빠져드는 습성이 있는 남자였다. 새로운 연인이 등장하면 기존의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여성들을 배척하는 좋지 않은 습관도 갖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언젠가 밀레바에게 보낸 연서에서 자신의 모친과 여동생을 비방했듯이 이번엔 밀레바와 모친과 여동생을 싸잡아서 ‘결코 좋아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한 술 더떠 자신은 지금 엘자와 같은 사람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모친에 대해 딱한 마녀이며 그 나이에 변할 것 같지는 않다는 철없는 소리까지 적고 있었다. 내 아내와 마야 세 사람 모두 그렇게 좋아할 수 없다는 말까지 했다. 이쯤 되면 아인슈타인의 정신세계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여인이란 과연 어떤 존재일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왜 그는 그렇게 ‘직계 여성’들에게 그 정도의 악감정을 갖게 되었을까. 오히려 그의 인생을 따라다니다 보면 ‘그녀들’의 희생이 눈물겨워 보일 때가 많았는데. 여동생 마야만해도 그렇다. 어린시절 이후 오빠로부터 ‘생명이 위협’받을 정도의 폭행까지 당했어야 했다.
오죽하면 ‘천재의 동생 노릇은 이렇게 힘들다’라는 푸념을 했을까. 그의 모친이나 밀레바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아인슈타인을 향한 사랑과 봉사의 마음이 지나칠 정도로 많았던 그녀들이었다. 어쩌면 복에 겨운 소리지만 그녀들의‘사랑과잉’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수도 있겠지.
그래도 그렇지 새로 나타난 애인에게 그런 식의 신세한탄 같은 ‘연서’를 보낸다는 것은 교양 부족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정서 불안 스타일인 아인슈타인이야말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마인드의 소유자라고나 할까.
아무튼 그는 새 애인 엘자를 향해 그렇게 절박한 연서를 띄우며 새로운 사랑에 목마르다는 절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옷은 새것이 좋지만 사람은 오래된 사람이 좋다는 걸 이 천재 과학자는 모르고 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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