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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과 텔레비전의 나라- 유재석·박명수김제동 ‘초고액연봉 개그맨들'

스카이뷰2 2009. 10. 13. 12:36

 

 

 

개그맨과 텔레비전의 나라-

유재석·박명수· 김제동 등 ‘초고액연봉 개그맨’들

 

지금 온 나라가 김제동이라는 개그맨의 ‘퇴출’을 놓고 시끄럽다. 그런 프로그램이 있는지조차 몰랐는데

‘스타 골든 벨’이라는 KBS의 주말 프로그램을 4년간 진행해오던 MC김제동이 ‘돌연’ 방송사측의 ‘퇴출통보’를 받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면서 ‘정권의 탄압’이니 뭐니 하면서 난리가 난 것 같다.

 

매스컴에 보도된 대로 김제동이 ‘진보성향’의 개그맨으로 정치적 발언을 많이 해왔고, 고 노무현전대통령의 노제 때 사회를 맡은 것이 ‘퇴출원인’이라면 문제가 좀 되는 것 같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사상의 자유가 있는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개그맨 한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했기로서니 그 이유 하나만으로 맡았던 프로그램에서 퇴출된다는 건 현 정권이 ‘협량하다’는 평가를 듣기 안성맞춤인 것 같아 보인다.

 

그러고 보니 지난 5월 노전대통령 노제 때 검은 양복을 입고 사회를 보던 김제동이 떠오른다. 그때 김제동은 상당히 격앙된 표정이어서 평소 텔레비전에서 볼 때와는 사뭇 다른 사람 같아 보였다. ‘대통령의 자살’에 대해 그는 누군가에게 항의하는 듯한 표정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그에게서 ‘정치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던 사람들도 더러 있었을 것이다.

 

언젠가는 김제동이 ‘쌍용차 노조문제’에 대해 ‘발언’했다는 기사를 인터넷 뉴스에서 본 기억이 난다. 그 때 ‘사건의 진상’을 잘 알지 못할 수도 있을 텐데 개그맨으로서 너무 나서는 게 아닌가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자리에서 쌍용차 노사문제의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게 아니다. 단지 그 당시 상황이 노·사간의 의견대립이 워낙 첨예했기에 제3자가 뭐라 왈가왈부할 성질은 아니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차에 개그맨 김제동이 노조 측을 편드는 듯한 발언을 했다기에 그렇게 말하는 것은 그의 자유이고, ‘젊은 혈기’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텔레비전에 수시로 나오는 ‘준 공인’이라는 연예인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평소 ‘잘 모르는 부문’에 대해선 함부로 글을 쓰는 걸 삼가자고 혼자 늘 다짐하곤 한다. 전문적 식견이 없는 분야나 ‘진실’을 잘 모르는 경우 자칫 왜곡된 사실을 진실로 알고 글을 쓰다가는 낭패를 볼 염려가 크다는 걸 늘 염두에 두고 있다. 그래서 글을 쓸 때는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전부 옳거나 모두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이다.

 

이번 ‘김제동 퇴출’건도 사회적으로 발언력이 센 명망가들이 앞 다퉈 ‘정권 탄압’을 주장하는 걸 보면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을 하다가도 과연 그들의 주장이 순수한가, 전적으로 옳은 것일까라는 의문도 든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는 대중소설가 이외수씨 같은 사람은 “윤도현이나 김제동을 그런 식으로 방송에서 작두질해 버리는 건, 속 보이면서도 야비한 처사”라고 성토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순간 움찔했다.

 

물론 작가니까 표현력이 뛰어나서겠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작두질’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건 좀 도가 지나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작두질’이라는 단어에서 순간적으로 프랑스 혁명 때 왕의 목마저 잘랐다는 ‘단두대’가 떠올라 으스스해졌던 것이다. 이외수씨는 예전보다 요즘 '뜨는 경향'이 있는데 그 역시 텔레비전의 무슨 예능 프로에 고정출연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고한다. 그러니 이 나라가 '텔레비전의 나라'라는 소리를 들을만도 하다.

 

김제동을 옹호하는 사람은 그 외에도 참 많다. 진보논객으로 그 역시 시간 강사자리마저 ‘짤렸다는’ 진중권이나 한국방송 피디협회,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민주당, 민노당 대변인 이런 ‘내로라’하는 유력인사들이 ‘김제동 일병 구하기’에 발 벗고 나섰다고 한다. 그래서 김제동은 갑자기 야당의 ‘혁명투사’가 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요 근래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개그맨들의 수입 명세서’를 보니 김제동은 ‘퇴출된 프로그램’에서 한 회당 무려 6백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나 같은 서민의 입장에서 볼 때 50분 진행프로그램에 그토록 거금을 받는다는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과연 그렇게 거금을 받을 만큼 프로그램이 재밌고 진행에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거금’은 ‘거금’이다. 그러니 KBS사장이 ‘출연료가 너무 비싸서’ 진행자를 교체한 것이지 정치적 외압은 없었다는 ‘해명’도 다소 설득력이 있는 것도 같다.

 

물론 김제동소속사 주장대로 출연료문제나 자질부족이라면 미리 귀뜸좀 해주지 그랬냐는 항의성 의견도 일리는 있다. 어쨌든 그 프로그램의 MC로 6백만원 가까운 돈을 받았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비단 김제동 뿐 아니다. 현재 ‘최상급 개그맨’이라는 유재석의 경우 MBC에서 ‘무한도전’과 ‘놀러와’라는 단 두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1년에 무려 9억 5천여만 원을 받아간다는 보도도 나왔다.

 

개그 프로에서 꽥꽥 고함지르는 걸로 ‘떴다는’박명수라는 개그맨도 방송 출연으로 받은 출연료가 연간 무려 8억 4천여만원, 이휘재는 5억 7천여만원, 김구라 5억 3천여만원 김제동이 5억 1천여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가히 ‘개그맨과 텔레비전의 나라’답다. 유감스럽지만 위에서 언급한 5억원 이상의 ‘초고액 연봉 개그맨’들의 면면을 보면 ‘식상하다’ ‘왜 맨날 쟤네들만 나오나’라는 느낌을 줄 정도로 시청자에게 특별한 ‘재미와 감동’을 주지 못하는 인물들이다.

 

대한민국에 ‘개그 인재’가 많을 텐데 저들 다섯 명의 개그맨들만 이 방송 저 방송 번갈아 나오면서 ‘방송 독점’을 한다는 건 사실 문제가 있다고 본다.

더구나 김제동처럼 ‘정치지향적' 개그맨들은 내심 염두에 두고 있을지도 모를 ‘정치판 입성’을 대비한 ‘경력 쌓기’용으로 텔레비전을 발판 삼고 있다는 ‘비판’도 한쪽에선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어쨌든 내가 놀라고 있는 것은 나에게 별 ‘웃음’을 선사하지 못하고 오히려 ‘불쾌감’마저 유발시키고 있는 바로 그들 ‘개그맨 5인방’이 저렇게 5억 원 이상의 ‘초고액 연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돈 많이 받아서가 아니라 그들의 초고액 연봉의 ‘파장’이 우리 사회에 미칠 파장이 걱정되는 것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선 유재석이니 박명수니 하는 현재 텔레비전 개그프로를 휘어잡고 있는 개그맨들을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유재석 같은 개그맨은 아나운서 부인이 임신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아기’가 탄생할거라는 듣기에도 민망한 ‘찬사’들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지만 내겐 전혀 ‘호감’을 주지 못하는 개그맨 중의 한 사람이다.

 

박명수도 마찬가지다. 그가 나오는 프로를 자주 보진 않지만 어쩌다 볼 때마다 역시 ‘비호감’에 속하는 개그맨이다. 무슨 호통치는 걸로 인기를 끈다는데 내겐 영 별로로 보인다. 매너 없고 무식해 보인다.

 

이렇게 ‘초고액 연봉 개그맨’들이 어쩜 그리 한결같이 ‘호감’보다는 ‘비호감’에 속하는지 모르겠다.

별로 우습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과장되게 이어나가는 그들을 보면 대한민국 개그수준이 아직 멀었다는 느낌을 자주 갖는다.

 

그런데도 ‘텔레비전’에서 쏟아내는 우습지도 않은 개그 프로그램 덕분에 그들은 ‘인기’를 누리고 저렇게 ‘사회 저명인사들’로도 대접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들도 나름대로 적잖은 노력과 내공을 쌓아왔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개그를 보거나 MC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 영 시원찮아 보인다. 

 

게다가 지금 이렇게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왜 저렇게 몇몇 개그맨들만이 ‘초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사회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야하는지에 대해선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청소년들에겐 ‘악영향’을 미치기 쉬운 이상한 유행어들이나 만들어내고 있는 그들이 방송사로부터 그렇게 ‘과분한 대우’를 받는다는 건 차제에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라고 본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개그맨과 텔레비전의 나라’만은 아닌 것이다.

 

*PS: 이 글을 블로그에 올린 직후 김제동이 MBC의 새 프로그램 MC에 발탁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권의 탄압으로 퇴출당했다는 소리가 무색해지는 뉴스다. KBS프로그램에서 퇴출되기전 이미 김제동은 MBC와도 프로그래협상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김제동은 이제 더 이상 '탄압받는 개그맨'은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