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첩보영화 패러디 같은 수목 드라마 ‘아이리스’의 운명

스카이뷰2 2009. 10. 16. 22:42

 

 

첩보영화 패러디같은 수목 드라마 ‘아이리스’의 운명

 

지난 수요일(14일) 새로 시작한 드라마 ‘아이리스’에 대해 하도 여기저기서 극찬을 아끼지 않아 목요일에

2부를 작심하고 봤다.

시청소감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라고나 할까.

 

사람 눈은 다 다른 법이니까 그 드라마에 열광할 수도 있겠지만 ‘탄탄한 대본’이라든지 ‘놀라운 기획’이라든지, 여주인공 김태희의 연기력이 눈부시게 좋아졌다고 칭찬하는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린 것을 보면서 선뜻 수긍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아이리스라는 드라마의 수준보다는 그 드라마를 평하는 강호제현 블로거들의 빼어난 글솜씨가 더 돋보였다.

 

여주인공 김태희의 표정연기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경직된 듯하다. 연기수업을 집중적으로 받았다지만 이 ‘자의식 강한 여배우’는 어떤 경계선을 뛰어넘는 시원한 연기력은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드라마 시작부터 시청률이 무려 25%에 달하는 ‘대박 드라마’에다 많은 시청자들이 칭찬하는데 까탈을 부리는 것 같아 그냥 지나치려했지만 몇 마디는 지적하고 싶다.

 

우선 예전에 많이 봤던 ‘첩보영화’의 재탕 같다. 데자뷔(deja-vu,기시감)가 너무 심하다. 예전에 봤던 ‘자칼의 날’이나 007 시리즈, ‘본 얼티메이텀’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제목은 잊었지만 로버트 레드포드와 캔디스 버겐이 주연한 미국 첩보국 내부를 다룬 영화까지 지금 아이리스에는 그런 류의 영화에서 봤던 장면들을 거의 ‘짜깁기 수준’으로 펼쳐놓은 것 같다.

 

제작비를 200억원이나 투자했다니 한국 드라마치고는 대단한 스케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째 시원치 않아 보인다. 더 두고 봐야겠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웬만한 드라마는 초반에 그 ‘싹수’를 가늠할 수 있기에 ‘아이리스’가 지금 저렇게 ‘대박 드라마’반열에 들어갔다고 ‘자축분위기’인 듯한 제작진들이 걱정스럽다. 과연 초반 레이스를 지켜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아이리스’는 국가 안전국 엘리트 첩보요원들의 일과 우정과 사랑을 그리는 대작드라마라는데 초반부터 결말이 보이는 것 같다.

아무리 액션 첩보드라마라지만 좀 차분하고 진지한 접근이 아쉬웠다.

 

일본에서 잠입한 ‘거물 스파이’가 카지노에 가서 노닥거리는 장면이나 김태희가 화려한 의상을 입은 콜걸로 변해 그에게 접근해 호텔까지 가는 것하며, 백화점에서 의상을 사주는 장면 등을 보며 ‘상상력의 빈곤’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결국 그 스파이는 같은 편의 ‘솜씨 뛰어난 킬러’에 의해 저격당해 숨을 거둔다. 이런 장면도 우리가 첩보영화에서 무수히 봐 온 것이다.

그 스파이를 쫓고 쫓는 과정 또한 새로울 게 하나 없고 스토리도 엉성하다.

화면만 휙휙 변한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다. 올해 나이 마흔이라는 이병헌이나 정준호가 숨을 헉헉대며 달리는 장면도 안쓰러워 보인다.

 

‘본 얼티메이텀’에서처럼 웬 첩보위성 화면이 그리 수시로 비쳐지는지 그야말로 눈요기 거리로나 맞춤한 것이지 그런 화면이 드라마 전개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그저 보는 이들의 눈이나 어지럽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허름한 빌딩 옥상에서 대선후보를 정 조준하는 스나이퍼가 창문 밖으로 총구를 내밀고 쏘는 장면이나 초스피드로 그 암살범을 발견해내 살해하는 안전국요원 정준호의 뛰어난 순발력 같은 것이 도무지 현실감이 나질 않는다.

 

대선후보 이정길을 몸으로 막아내는 이병헌도 역시 마찬가지다. 엉성한 느낌이다. 그냥 ‘자칼의 날’같은 영화의 저격 장면들을 패러디한 듯하다고나 할까. 아무튼 아이리스를 보는 내내 어디서 많이 봤는데 하는 느낌이 떠나질 않았다.

 

김태희와 이병헌의 러브라인도 진부한 장면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열심히 연기하고 있는 두 남녀 배우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이병헌은 예전 ‘올인’ 시절 보다 오히려 훨씬 못한 느낌이다.

 

아무래도 ‘세월 탓’에 그런 연애 분위기를 소화하기엔 무리가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풋풋한 연인 역으론 미흡하다. 물론 김태희도 청순하고 앳된 여배우는 이미 아니어서 연애장면이 역시 어색해 보였다.

 

앞으로 18부나 남은 드라마인데다 시청률도 아주 높게 나온 드라마지만 시청률이 높다고 꼭 좋은 드라마는 아닌 것이라는 건 하나마나한 얘기인 것 같다. ‘아이리스’는 스토리 자체가 워낙 뻔한 것이어서 무슨 새로운 걸 기대한다는 자체가 우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TV드라마도 ‘운’이 따라야 히트하기 쉽다는 걸 감안해 보면 수목 드라마 중엔 지금 현재 볼거리가 거의 없기에 ‘아이리스’의 순항은 어느 정도 보장은 되겠지만 지금 그 드라마에 열광하는 시청자들의 기대치에 과연 부합할 드라마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어 보인다. 아마도 ‘실망했다’는 시청자들이 더 많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