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패션 잡지 표지모델 된 미셸 오바마

스카이뷰2 2009. 10. 30. 11:30

 

                                       글래머 2009년 송년호. 자신감넘치고 우아한 미셸 오바마.(글래머 홈피에서)

                         

               패션 잡지 표지모델 된 미셸 오바마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나의 취미 중 하나는 패션 월간잡지를 즐겨보는 것이다. 초등생 때부터 집에 돌아다니는 일본 여성잡지를 글자도 읽을 줄 모르면서 아주 재미있게 봤다.

예쁜 모델들이 입고 나온 물방울무늬의 허리가 잘록한 원피스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처럼 요즘도 나는 ‘보그’를 비롯한 각종 패션지를 매월 관심 있게 본다.

 

젊은 여성들의 패션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직접 해 입진 못해도 멋진 옷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쫙 풀린다. 어떨 땐 그 화려한 컬러와 독특한 디자인의 옷들을 보면서 화려한 이미지의 영감을 받기도 한다. 그럴 땐 마치 자신이 무슨 예술가라도 되는 것 같은 행복한 환상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선지 어제(29일)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여사가 미국의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력 패션잡지 글래머(GLAMOUR)의 송년호 표지모델로 선정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참 반가웠다.

 

‘크리스마스 칼러’인 붉은색 원피스를 입고 우아한 미소를 짓고 있는 미국의 젊은 영부인을 패션잡지 표지에서 보는 건 독자로서는 꽤 괜찮은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검소하면서도 독창적인 매력이 충만한 미셸의 패선스타일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 여성들에게 ‘미셸 오바마 따라하기’열풍을 불러왔다.

 

이번에 패션잡지 글래머에서 그녀를 표지모델로 내세운 것은 비단 옷만 잘 입어서가 아니다. 그녀가 ‘의식 있는 영부인’으로서 차세대 젊은 여성들 특히 어린 소녀들을 위한 멘터로서의 지평을 넓힌 공로가 커서이다.

 

미셸 여사가 다음 달 10일 발간될 '올해의 여성' 판에서 표지 인물로 선정된 것은 그녀의 패셔니스타로서의 명성 때문이 아니라 어린 소녀들의 조언자(멘토)로서의 활동을 인정받은 것이다.

흑인이면서 여성인 ‘이중고(二重苦)’의 역경을 딛고 최고 권력자의 부인이 되기까지 그녀가 나름 쌓아온 삶의 철학을 신세대들에게 ‘전수시켜주는 것’ 자체가 진취적인 걸 좋아하는 미국인의 성향에 어필한 것이다.

 

‘인터넷세상’ 덕분에 나는 곧바로 글래머지의 홈피(http://www.glamour.com)를 방문해 자세한 기사를 볼 수 있는 ‘복’을 누릴 수 있어서 모처럼 흐뭇했다.

미셸 여사는 '글래머'의 새 칼럼니스트이자 CBS 앵커인 케이티 쿠릭(Kati Couric)과의 인터뷰에서 어린 소녀들의 역할모델이 되는 것이 자신이 백악관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진 일 중 하나라고 밝혔다. 요란스럽지 않으면서도 상당히 수준 높은 일을 하려는 그녀의 의지가 느껴진다.

 

그는 "나의 크고 작은 대외활동이 내 딸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고 있다"며 "미국과 전 세계 소녀들에게 같은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미셸 여사는 자신이 쌓아온 ‘지적인 자산들’을 차세대 어린 여성들에게 전수할 수 있는 것을 영부인으로서 해야 할 ‘최고의 과제’로 선정한 것 같다.

 

그녀는 또 "예쁜 것도 좋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않는다"며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를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통장이나 지위가 아니라 마음과 영혼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음(heart)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말은 내가 좋아하는 쌩떽쥐베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도 나온 어록이다. 아마 미셸도 이 ‘어린왕자’를 읽었을 것이다.

 

그녀는 또 진짜 역할모델(real role model)은 인기영화배우들이 아니라 부모님을 비롯한 학교선생님들을 꼽고 있다. 환상에 사로잡히기 쉬운 소녀들에게 ‘현실과 환상’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를 키워주기 위한 그녀의 배려를 느낄 수 있는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는 말에는 그가 자신을 "완전하게" 느끼게 해준다고 답했다. 부창부수라고나 할까. 서로를 이렇게 ‘완벽한 상대’로 말해주는 그들 부부의 금슬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미셸 여사는 사람들이 항상 자신을 지켜보는 것과 특히 의상 선택에 주목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이 내 의상에 주목하는 것에 당황해서는 안 된다"며 "하지만 내가 한 선택에 불안해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글래머의 표지에서 미셸 여사는 낮은 허리선에 변형된 모양의 둥근 스커트를 가진 붉은 칵테일 드레스와 커다란 리본 모양의 목걸이를 착용했다.

모든 의상은 미셸 여사의 개인 소장품으로 잡지에서는 의상의 디자이너를 소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아마 ‘영부인 단골 디자이너’를 공개했다가는 미국에서도 여러 모로 부작용이 커지는 모양이다.

 

그녀가 패션잡지 표지모델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셸 오바마는 유명 패션잡지  ‘보그’ 금년 3월호의 표지모델로 등장한 것뿐만이 아니라 중년 여성독자들을 타깃으로 한 ‘모아’ 매거진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당시 레슬리 제인 세이무어 편집장은 “미셸 오바마는 ‘포스트 페미니스트’ 세대를 대변하고 있다”며 “여성들은 좀 더 섹시하고 강력한 이미지의 미셸에게 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허리와 엉덩이 부분이 타이트한 원피스에 미셸이 즐겨 추가하는 것은 허리띠. 허리를 살짝 조여주는 벨트로 포인트를 주면서도 몸에 꼭 맞는 옷을 다시 한 번 강조해준다. 중년층을 끌어당기는 미셸 패션의 매력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말판 특집을 통해 미셸이 정장 차림의 보랏빛 투피스를 입고 걷는 전신 사진과 함께 ‘미셸이 40대 이상 중년의 여신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나치게 마르지도 않고, 큰 키에 덩치가 있는 편인 미셸의 타이트한 패션이 나이를 감출 수 있을 만큼의 슬림한 옷을 원하는 중년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당신도 할 수 있어요’라는 자신감을 시들시들한 중년여성에게 몸소 보여준 건 영부인으로서 아주 멋진 일을 해낸 셈이다.

 

미셸은 ‘옷만 잘 입는 영부인’이 아니다. 알다시피 그녀는 최고 엘리트 과정을 거친 매우 ‘똑똑한 재원’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멘토’역할도 충실히 해왔다. 오바마는 아내를 ‘마이 보스(My boss)'로 부를 정도로 아내의 ’지성‘을 틈만 나면 자랑하고 있다. 우리 같으면 ’팔불출‘이라고 대번에 흉잡힐 일일 텐데 매력적인 젊은 대통령이 그러니까 오히려 더 멋있다.

 

오바마는 “나의 아내와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게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할 정도로 아내의 명민함을 치켜세웠다. 남편에게 이렇게 인정받는 부인도 드물 것이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출신 영부인이면서 ‘블랙 재키’라는 애칭마저 붙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미셸은 프린스턴대 사회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하버드대학에서 법학박사를 딴 ‘최고 엘리트 영부인’이다. 그녀는 전문직 여성으로 한때는 남편보다 훨씬 수입이 많은 고소득 캐리어우먼이었다.

 

그러면서도 ‘비싼 옷’은 잘 해 입지 않는 ‘짠순이’였다. 그런 가운데 그녀의 ‘의상 안목’은 높아진 것 같다. ‘싼 옷을 비싼 옷처럼 입는 지혜’를 영부인이 되어서까지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중저가 브랜드나 재간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옷을 즐겨 입음으로써 미국 패션계를 격려해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미셸 오바마는 몇 달 전 대중잡지 피플(people)이 뽑은 올해의 베스트 드레서에 2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피플은 홈페이지에 미셸 오바마를 '가장 대중적인 매력(Best Accessible Glamour)' 부문의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했다고 밝히면서 황금색 민소매 원피스 차림과 지난 4월 영국방문 때 입은 크림색 카디건 아래 박하색 스커트 차림을 한 사진 2장도 함께 실었다.

 

그러니까 미셸 여사의 패션 감각은 이미 정평이 나 있던 셈이다.

‘패셔니스타 닷컴’의 편집장인 애비 가드너는 미셸이 입고 나오는 옷마다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리고 해당 제품이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가는 만큼 그가 지금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명사임은 틀림없다고 평했다.

 

이번에 글래머지의 표지모델로 선정됨으로써 미셸 오바마는 ‘양수겸장’의 성과를 이룬 것 같다. 옷도 잘 입지만 ‘철학적 비전’이 분명한 젊은 엘리트 영부인 미셸 오바마의 활약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