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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시나리오 파동 겪은 김수현, “요즘 젊은이 무서워 등골 써늘해”

스카이뷰2 2009. 11. 3. 11:36

 

                                                                   1960년작 하녀 포스터(다음자료사진)

‘하녀’시나리오 파동 겪은 김수현, “요즘 젊은이 무서워 등골 써늘해”

 

어제오늘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인기검색어‘김수현·임상수’의 ‘사건의 전말’을 읽다보니 ‘천하의 김수현’도 이런 황당한 일을 당하는가 싶어 그녀에게 가벼운 연민이 느껴진다.

 

한국 드라마계의 ‘여제(女帝)’로 군림해온 방송작가 김수현씨가 아들뻘인 임상수감독에게 ‘당한 사연’이 온갖 온라인 뉴스에 보도되었고, 그녀 자신이 운영하는 홈피에 구구절절 분노와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실은 걸 보니 이번 일로 김수현씨도 꽤나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 같다.

 

수즉다욕(壽則多辱)이라 했던가. 67세인 그녀도 이제 나이 앞에선 장사 없고, 오래 살면 욕스런 일을 많이 당한다는 격언을 ‘남의 일’로 돌리진 못하는 나이가 된 것 같다.

 

다 알다시피 ‘김수현표 드라마’는 대한민국의 ‘대표 드라마’처럼 한때는 최고의 인기를 누려왔다. 그 인기는 최근까지도 지속돼, 나는 본 적이 없지만 무슨 ‘엄마가 뿔났다’라는 드라마가 중년 이상의 주부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녀는 꽤 유명한 대가답지 않게 인터뷰 기사마다 자화자찬 성 발언을 많이 해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하는 재주가 있어 보였다. “나는 드라마 쓰는 재주가 있다” “내가 아니라면 대한민국 오천만이 기라고 해도 아닌 거다” 뭐 이런 류의 ‘치리어린’ 기고만장한 ‘김수현 어록’은 무궁무진하다. 그녀의 자존심이 그만큼 세다는 얘기일 것이다. 아무리 잘쓴다해도 스스로 그런식으로 말한다는 건 좀 민망하다. 

 

그런 김수현이 “요즘 젊은이 무서워 등골이 써늘하다”는 글을 자신의 홈피에 직접 써서 올렸다는 건 보통 일은 아닌 것 같다.

구경 중 제일 재미있는 게 싸움 구경이라더니 ‘김수현 임상수 싸움’은 요 근래 세종시니, 친박이니 뭐니 정치적으로 하도 시끄러운 현안문제들이 많은 탓에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우리 문화계에 모처럼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사건의 전말을 들어보니 김수현씨가 울화통 터지게도 생겼다. 펜대 하나로 수십억원을 벌어들인 ‘드라마계의 여제’가 어린 영화감독에게 자신이 공들여 쓴 시나리오를 퇴짜’ 맞은 형국이니 그 드높은 ‘김수현 자존심’은 땅바닥에 패대기침을 당한 꼴이 된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이번에 쓴 문제의 ‘하녀’ 시나리오는 임상수 뿐 아니라 그 시나리오를 본 다른 젊은 감독들도 “영화로는 도저히 만들기 어려운 시나리오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아마 이런 소리는 그녀의 귀에까지는 전달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그 시나리오를 직접 보진 못했지만 젊은 감독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듣고 문득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는 다르다’는 말이 떠올랐다. 또 한편으론 김수현이 ‘시대의 흐름’을 못 읽는 나이가 되었나보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가 옳은지 그른지는 모르겠지만 ‘다수의 젊은 감독들’이 그녀의 시나리오로 곤란하다는 판정을 내렸다면 그런 요인이 작용했을 법하다.

 

김수현씨야 17년 전 시나리오를 쓰고 이번이 두 번 째라니 아무래도 영화감독들의 눈에는 안 맞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드라마 시각과 영화 시각은 엄연히 다르니까.

김수현씨가 자신의 홈피에 구구절절 써놓은 ‘사건 전말기’를 보면 그녀가 이번 ‘사건’으로 얼마나 분을 삭히지 못하고 있는지가 생생히 보인다.

 

“요즘 젊은 아이들이 무섭다는 실감으로 등골이 써늘합니다.”라고 호소하는 그녀를 보며 격세지감을 절로 느낀다. 더구나 사과와 용서를 비는 감독에게 사과 필요 없고 야단 칠 의욕 없고 용서 할 수 없다'는 답장으로 마무리 했다는 말에 측은함마저 느껴진다.

무서울 게 하나 없어 보이던 그녀로선 ‘최후의 자존심’마저 접고 자신의 분노를 알리려는 힘겨운 날갯짓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 ‘하녀’는 60년대 탁월한 감독으로 알려진 고 김기영감독의 ‘수작’으로 얼마 전 한 여성영화감독의 남편이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소개한 덕분에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는 아직 아무 곳에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녀’는 원래 여성감독인 김진아가 맡았다가 내부 사정으로 임상수가 바통을 이어 받은 우여곡절 끝에 이번에 또 ‘김수현 시나리오 파동’을  겪었으니 영화로태어나기도 전에 ‘파란만장 홍보전’을 치룬 셈이다.

 

이제 영화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오리지날 ‘하녀’의 작품성이 워낙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터라 여간 잘하지 않으면 호평 받기가 어려운 핸디캡을 안고 있는 셈이다.

어쨌든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가 꽤나 알려진 사람들이어서 이번 ‘논쟁’은 한국 영화사에 하나의 ‘사건’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