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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 전 보니 나이지리아가 무섭다

스카이뷰2 2010. 1. 10. 12:49

 

                            기빠진 국대팀(연합뉴스)

 

잠비아 전 보니 나이지리아가 무섭다

 

넉 점이나 빼앗긴 잠비아와의 평가전을 보면서 올해 월드 컵 우리와 같은 조인 나이지리아의 존재가 슬며시 무서워졌다. 지난해 12월 ‘2010 월드컵 대회 조 편성 추첨’ 때 아르헨티나, 그리스, 나이지리아와 한 조가 된 우리 대표 팀은 ‘죽음의 조’는 다행히 면했다고 해서 안도했었다.

 

웬걸, 오늘 새벽 1시45분 끝난 ‘잠비아 전’을 보니 아무래도 ‘죽음의 조’가 따로 있는 게 아닌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경기 내내 ‘수세’ 에 몰린 우리 대표팀은 특히 ‘수비’기 너무나 엉성했다.

경기 시작 15분 안에 무려 두 골이나 빼앗겨 허둥대는 우리 팀은 그동안 쌓아온 연속 몇 십 승과 무패를 자랑했던 게 ‘도로 묵'이 된 꼴이었다.

 

아르헨티나만 잡으면 16강은 무난하리라는 ‘예측 보도’는 자칫 우리 팀의 자만심만 키웠던 게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아무리 ‘쟁쟁한’ 해외파 선수들이 빠진 경기였다지만 2002 월드컵 4강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축구 팀의 ‘위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프리카 팀 특유의 터프하면서 리듬감 넘치는 공격은 무섭게까지 느껴졌다. ‘인종차별’적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커먼 사람들’이 마구 달겨 들어 우리 선수들을 그라운드에 패대기치는 모습에선 공포심과 함께 분노마저 느껴졌다. 잠비아 선수들은 거의 조폭같은 플레이를 했다.

 

적군과 아군을 떠나 ‘축구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던 다른 경기들과는 달리 잠비아선수들은 반칙이 너무 심해서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그래도 우리 팀이 본선에서 상대해야할 나이지리아를 어떻게 상대해야하는지를 미리 알려준 ‘예방주사 효과’는 주었다고 본다. 잠비아는 아프리카에서 나이지리아보다는 훨씬 약체 팀이라는 걸 명심해야겠다.  

 

벤치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우리 선수들을 독려하던 허정무 감독에게 단순한 ‘축구애호가’입장에서 해주고 싶은 말은 그저 ‘탄탄한 수비력만이 알파요 오메가’라는 말뿐이다.

잠비아 선수들이 우리 골문 앞에서 ‘위협’하는 순간마다 우리 수비수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던 게 너무도 안타깝다.

 

“또 비었어 또 비었군”이란 말을 전·후반 경기 내내 한탄조로 중얼거렸다. 야심한 시각이라 한탄할 기운도 다 떨어져서 그저 쯔쯔 웅얼거리며 화를 삭혔다. 잠비아 선수들은 왜 그렇게 거친지 김남일 선수의 부재가 아쉬울 뿐이었다. 아마도 나이지리아 선수들 역시 저런 식으로 마구 태클을 걸어올 텐데... 이런 걱정을 하다보니 ‘축구 보는 즐거움’을 제대로 음미하기 어려웠던 아쉬운 경기였다.

 

그나마 전반 끝나갈 무렵 김정우의 멋진 골과 후반 구자철의 더 멋진 골로 겨우 위로 받을 수 있었다.

결국 2대 4로 우리를 크게 혼 내킨 잠비아는 지난해 북한전에선 4대 1로 이겼다고 한다. 아무래도 ‘저력’있는 팀인가 보다.

 

허정무 감독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만 제발 나이지리아 팀과의 경기때엔 ‘수비가 빈다’는 소리는 안 나오게 했으면 좋겠다. 물론 나이지리아 뿐아니라 다른 팀들과의 경기에서도 우리팀이 가장 신경써야할 부분은 오로지 '수비'다. 늘 수비가 부실해 보이는 우리 국대팀이어서 안타까움이 더했다.

 

허정무 감독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서 전술과 전략이 모두 사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또 “오늘과 같은 경기는 전술과 전략이 무의미하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기를 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수비수들이 제대로 돌아서지도 못했다”며 “오늘 경기서 우리의 조직력이나 역량이 모두 드러난 것이 아니다.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빙판에서 뛰는 모습 같았다”는 말도 했다.

 

새해 첫 경기부터 ‘대패’한 패장으로서 아쉬움이 컸을 것 같다. 하지만 상대방 역시 같은 조건에서 뛰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어쨌거나 우리의 ‘역량부족’, 특히 수비력 부진은 허감독이 지금이라도 ‘작심’하고 연구해야할 부분이라는 걸 재차 말해주고 싶다.

 

이번 경기에서 가장 큰 ‘문제아’는 발음하기도 어려운 ‘자블리나’라는 새로만든 ‘공인구’같다. 선수들이 이

구동성으로 ‘공’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긴 패스는 예상한 낙하지점을 벗어났고 크로스는 회전이 약해지면서 반대편으로 날아간다. 컨트롤도 마음처럼 쉽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빠른 공격 전개가 좀처럼 펼쳐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멋진 골로 우리를 조금 시원하게 해줬던 구자철 선수도 “고지대라서 강하게 차면 더욱 강하게 나간다. 감아차기가 안 된다. 미드필더로서 패스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잠비아의 에르브 레나르 감독도 자블라니에 대해 “그동안 볼과는 완전히 달랐고 우리도 오늘 처음 차봤다. 프로선수라면 볼에 잘 적응해야 하는 것은 의무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프로선수’라면이라는 단서를 단 잠비아 감독의 말에 공감이 간다. 어떤 공이든 어떤 고지대이건 여하튼 ‘승자’는 있는 법이다. 우리보다 피파순위가 한참 아래라는 잠비아에게 넉점이나 빼앗겼다는 것은 우리 국대팀이 크게 반성해야할 일이라고 본다. ‘선무당이 작두 나무란다’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어떤 경우라도 경기는 일단 이기고 봐야 한다.

아직 본선까지는 6개월 정도 시간이 있다. 허정무 감독과 선수들은 ‘지혜’를 함께 모아 꼭 나이지리아와 그리스를 이기고 ‘16강’에 오르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