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우루과이전, 졌지만 이긴거다-박지성 '나의 월드컵은 끝났다'

스카이뷰2 2010. 6. 27. 15:38

                               아쉽게 진  태극전사들이 관중들에게 '눈물의 답례'를 하고 있다.(뉴시스 사진)                                                    

 

 

졌지만 이긴 우루과이 전-나의 월드컵은 끝났다

 

졌지만 이긴 거다. 이런 위로를 젊은 태극전사들에게 바치고 싶다.

간밤 늦도록 우리 집 마루에서 남아공 월드컵 16강에 오른 대한민국 12번째 선수로, 혹은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으로 역할을 바꿔가며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쳤다. '저게 아닌데 쯧쯧쯧' 장탄식을 했다.

 

독일인 심판의 몹시 부당한 편파 판정에 당장 그곳으로 달려가 '그라운드의 독재자'인 주심의 멱살을

흔들고 싶었다.주심은 전반엔 웬만큼 공정한 척 하더니만 후반엔 우리를 노골적으로 골탕먹였다.

수중전이어서 심판의 시야가 짧았다는 변명 따위는 용서가 안 된다.

이동국이나 이청용 등 우리 선수가 당한 억울한 파울 선언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특히 패널티 영역에서 고의로 기성용의 발을 밟은 우루과이 선수는 마땅히 경고나 퇴장을 시켜야 했다.

기성용에겐 패널티 킥을 차게 했어야 했다. 하지만 주심과 부심 그들은 무슨 연유에선지 우루과이에게 

한없이 관대했다.

 

오죽하면 우루과이의 노장 감독 타바레스마저 자국팀이 '운이 좋아 이겼다'면서 우리 대표팀 실력을 

'아시아 최고'라며 극찬했을까. 물론 이런 발언은 그 감독의 겸손한 성품도 한 몫했겠지만 우리와 우루과이전을 관전한 대부분의 외신기자들도 '대한민국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운'도 따르지 않았다. 초반에 박주영의 프리 킥이 왼편 골대를 맞고 튕겨나올 때 이미 패배를 직감했었다. 사커 그라운드에 떠도는 징크스는 믿고 싶지 않았지만 왠지 박주영은 '불운'을 달고 다니는 선수같아서 그의 그런 실수는 나에게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았다.

 

지난번 아르헨티나 전에서 자책골을 넣었을 때  박주영의 그 심란한 표정은 4년전 스위스 전에서 상대선수에게 프리킥을  선사하고 얼이 빠진 듯 당황해하던 그 표정과 어쩜 그리 똑같은지...

실력이 뛰어나다 해도 유독 운이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박주영이 아마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다른 경기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훌륭한 경기 모습은 월드컵에선 그 반대로 나타났다. 말하자면 '월드컵엔 재수가 없는' 그런 선수라고나 할까.

 

외신에선 박주영의 실력을 극찬한다지만 '운'이 7할을 좌우하는 축구경기 특히 월드컵 같은 역사적 무대에선 아무래도 '운'이 따라주는 '덕'이 있는 선수가 제격이었다.

어쨌거나 우리 대표팀 정말 잘 싸웠다. '패장은 말이 없어야 한다'는 상투적인 변명은 젊은 그들에겐

해당되지 않는 궁색한 말이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원정 16강이란 쾌거를 이뤄내긴했지만 아쉬운 순간도 참 많았다.이번 우루과이전은 말할 것도 없고 대패한 아르헨티나 전에서 허정무 감독의 '용병술'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미 다 지나간 일이지만 허감독은 인재의 '적재적소'배치에 헛점을 보여준 것 같았다. 축구라는 '90분 전쟁'에선 무엇보다도 타이밍이 중요한 것인데 허감독은 미적거리는 모습이었다. 

 

아르헨티나 전에서 자책골을 먹고 허둥거리는 박주영을 왜 후반전까지 계속 뛰게 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박주영의 실력이 출중해서겠지만 축구처럼 운이 따르는 스포츠에서 '운'과의 비장한 대결에는 무엇보다도 감독의 센스있는 판단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허감독은 번번이 기대이하의 용병술을 보여주었다. 물론 단순한 아마추어 축구팬이 하룻강아지 범무서운 줄 모르고 감놔라 대추놔라 하는 격이지만 어쨌든 허감독의 팀 운영은 왠지 미흡한 여운을 남긴 것 같다. 

 

사실 우루과이와 맞붙게 되었다는 소식에 내심 불길한 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아니 매우 불안했다.

전 전 날인가 멕시코를 야무지게 이겨버린 우루과이 팀의 정교한 실력을 직접 눈으로 보았기에 현실감을 동반한 불안이 나를 괴롭혔다.

더구나 남아공 월드컵 16강 중 유일한 '무실점'의 위업을 이룬  그들이기에 더 두려웠다.

 

한편으론 우루과이와의 대전은 내게  '행복한 스토리'를 선사했다. 

내가 존경하는 우루과이의 저명한 원로 언론인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선생이 그의 집 소파에서 혹은 우루과이의 어느 카페에서 젊은이들과 함께 '골!'을 외치며 월드컵 종주국 국민으로서 프라이드를 한껏 느끼고 있을 장면은 내게 한 편의 '스토리가 있는 영화'화면을 만들게 했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명저'축구 그 빛과 그림자'를 읽고나서 머나먼 남아메리카의 조그만 나라 우루과이에 그런 명문장가 저널리스트가 그들 축구팀의 '정신적 지주'로 버티고 있다는 게 부러웠다.    

월드컵 첫 대회를 열었던 나라 우루과이 국민들의 축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그 어느 나라보다  드높았을 것이다. 비록 인구 3백40만의 작은 나라지만  월드컵에서 두 차례나 우승한 빛나는 전적은 그들에게 무한한 자긍심을 갖게 했을 것이다.

 

지난 20년간 우루과이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 한번도 이긴 적이 없었던 우리 팀 기록도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러다 아르헨티나 전에서처럼 참패하는 건 아닐까하는 기우마저 들었다.

하지만 우리 태극전사들은 맹호처럼 달렸다. 비록 선취골을 빼았겼지만 우리 선수들의 '투혼'은 빛났다.

특히 주장 박지성의 놀라운 질주 장면과 어린 선수 이청용의 재치있고 기습적인 헤딩 골은 그 하나만으로도 우리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줬다.

 

이제 '잔치는 끝났다'. 70%에 가까운 경이적인 TV시청률이 말해주듯 우리 국민은 간밤 모두가 하나되어 

박수치며 환호했고, 장탄식을 했다. 하지만  우리는 벼락처럼  잘 싸운 우리 젊은 아들들에게 따스한 위로의 박수를 보냈다. 우리는 눈물흘리는 선수들에게 '괜찮다,고 '정말 잘했다'고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박지성 이영표  이동국 이정수 이청용 차두리 김정우 기성용 조용형 정성룡 박주영 등등 

우리를 행복하게, 신나게 해주었던 태극전사들을 일일이 호명해 본다.

그토록 어려워서 월드컵 참가 54년 만에 드디어 이룬 '원정 16강 달성'은 참으로 대단했다.

장하다! 대견하다! 아름다웠다! 멋있었다. 어떤 찬사도 젊은 태극전사 그들에겐 부족하다.

언제까지고 그들과 함께 있고 싶다.

 

그러나 시간은 냉엄한 것이다. 저렇게 멋지게 그라운드를 내달리던 박지성도 '나의 월드컵은 끝났다'라는 한마디를 했다. 그는 이제 월드컵 무대에서 하차한다는 선언을 스스로 한 것이다. 

그를 더 이상 월드컵 무대에서 볼 수 없다는 사실은 그렇잖아도 약해진 나의 누선을 힘들게 한다.

 

박지성 뿐만 아니다. 날쌘돌이로 묘기에 가까운 양다리 드리블을 보여준 이영표나 02년 월드컵의 화려한 주역들이었던 이운재 안정환 김남일 설기현 이런 선수들도 이제 모두 '그리운 이름'들로 사라질 것이다.

12년을 벼르며 이번 월드컵을 기다렸다는 이동국도 '너무 허무하다'는 한 마디와 함께 물러간다.

 '국민 로봇'이란 애칭을 선사받은 까까머리 차두리도 아직 한번은 더 뛸 수 있을 법한데도 " 더 이상 월드컵같은 세계적 무대에는 오를 수 없을 것 같다"면서 엉엉 울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는 것이다'. 젊은 그들과 함께 울고 웃던 나도 이제 서서히 월드컵 시청무대에서 내려와야할 시간 같다. 아쉽지만 '나의 월드 컵 관전도 이제 끝났다'. 쎄라비^^*

 

 

*오늘 새벽 한시 넘어까지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16강전을 열렬히 시청했습니다. 아침이 되니 약간의 허탈감과 상실감이 몰려왔습니다.

오랫동안 쉬고 있던 블로그의 커튼을 잠시 열고 '울컥해진' 심사를 달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