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의 위스콘신 주립대학생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AP연합뉴스)
오바마와 비틀스 그리고 마리아 칼라스
“폴 매카트니(McCartney)가 백악관 무대에서 나의 아내를 위해 히트곡 ‘미셸’이라는 노래를 불렀을 때다. 나는 시카고 남부의 노동자 가정에서 성장한 작은 소녀 미셸이 비틀스의 멤버가 백악관에서 노래를 불러주는 것을 상상이라도 했을까라는 생각을 마음속으로 했다”
틈만 나면 ‘아내 자랑’을 하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격 주간 대중문화잡지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폴
매카트니의 백악관 공연을 아내를 위한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며 한 말이다.
이 기사를 보면서 백악관 잔디밭에서 열린 작은 콘서트에 나란히 앉아 초청가수들의 노래를 듣고 있는 흑인 대통령 내외의 행복해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검은 재키’로도 불리는 미셸 오바마는 하버드대 법학박사 출신으로 동창인오바마 대통령이 “아내와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참 다행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우수한 커리어 우먼 출신이다.
미셸이 냉철하고 논리적 성격이라면 오바마는 ‘하와이 태생’답게 감성이 풍부해 보인다. ‘탁월한 문장가’로서 베스트셀러의 저자이기도 한 오바마는 유머감각도 뛰어나 늘 좌중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재능도 겸비한 남자다.
그런 오바마이니 ‘왕년의 비틀스’ 멤버인 폴 매카트니가 자신의 아내 미셸 앞에서 감미로운 곡조의 ‘미셸’을 열창하는 모습을 보며 ‘문학적 상상력’에 빠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젊은 대통령’ 오바마는 미국의 유명 정치인 중에선 유일하게 자신보다 ‘더 짙은 피부색’을 가진 여성과 결혼해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그는 ‘소문난 애처가’답게 시시때때로 아내를 띄워주곤 한다.
며칠 전엔가는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모임에서 ‘이 자리에는 자신보다 더 똑똑한 아내’를 둔 남자가 나 말고 또 한사람이 있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던 일도 있다.
클린턴 역시 ‘요란한 바람행각’을 벌여왔으면서도 지금 미국 국무장관인 힐러리 클린턴에대한 ‘경외감’의 표현이 민망할 정도로 ‘팔불출(八不出)의 남편’노릇을 해왔다.
어쨌거나 백악관 잔디밭에서 자신의 이름과 같은 제목의 노래를 듣고 있던 미셸 오바마 역시 남편과 같은 ‘추억’에 잠겼을지도 모르겠다. 시카고 외곽의 넉넉지 않은 흑인부모 아래 성장했지만 지금은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라는 영광의 자리에 앉은 미셸이기에 감회는 남달랐을 것이다.
감수성 풍부한 오바마는 인터뷰에서 “내 아이팟엔 2천곡이나 되는 노래가 저장돼 있어요, 이 노래들은 내 기쁨의 원천입니다”고도 말했다. 아마 세계 최정상급 지도자치고 개인 아이팟에 그렇게나 많은 노래를 저장하고 수시로 들으면서 ‘노래는 내 기쁨의 원천’이라는 멋진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바마가 거의 유일할 것 같다.
오바마의 아이팟에는 어떤 노래들이 저장되어 있을까.
“아무래도 최신 곡보다는 어렸을 적 노래를 즐겨 듣는 편이다. ‘아이 저스트 콜 투 세이 아이 러브 유’로 유명한 스티비 원더, ‘노래하는 음유시인’ 밥 딜런(Dylan), 록 그룹 롤링 스톤즈, 재즈 음악가 마일드 데이비스와 존 콜트레인(Coltrane)...”
그러고 보니 모두 ‘추억의 가수’들이다. 우리나이로 올해 쉰 살인 오바마는 자신이 어린 시절 유행했던 팝송과 재즈곡을 들으며 ‘위로’를 받는 모양이다. 기성세대들은 아마 오바마의 ‘선곡’에 동감을 느낄 것이다. 아무래도 ‘귀’는 새것을 선호하는 ‘눈’과 달리 익숙해진 것에서 안도감을 갖는다는 속설이 여기서도 통하는 것 같다.
오바마는 기자에게 미국 팝계의 거장(巨匠) 밥 딜런의 예술가적 행동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백악관 공연을 오면 우선은 대통령내외와 사진 찍는 것을 적극 바라는데 딜런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딜런은 백악관 공연장에서 매우 멋있게 연주를 한 뒤 무대에서 내려와 오바마와 ‘악수’만 하고 미소를 지으며 퇴장해 오바마를 감동시켰다. 나이 70을 바라보는 노음악가의 그런 모습이 젊은 대통령에겐 퍽이나 신선했었나 보다. 오바마는 “그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겠는가”라는 말을 했을 정도다. ‘시대의 반항아’로 전 세계에 폭 넚은 팬을 갖고 있는 밥 딜런으로선 아주 당연한 매너였을 텐데...
얼마 전 우리나라에도 공연을 왔던 밥 딜런은 ‘노래하는 음유시인’답게 예술적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그러니 최고 권력자 부부와 사진이나 찍는 ‘속물적 행동’은 그와는 어울리지 않았다고 본다.
오바마는 자신의 아이팟에 ‘클래식 음악’도 많이 저장했다면서 ‘20세기 최고의 전설적인 디바’ 마리아 칼라스(Clllas)의 음악이 정말로 필요한 날들이 있었다고도 말했다.
그러고 보니 연전에 봤던 ‘칼라스 포에버’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마리아 칼라스의 삶을 그녀의 평생친구였던 프랑코 제프렐리 감독이 만든 작품이다. 전성기 시절 칼라스가 ‘황금빛 목소리’로 부른 명곡들을 다시 들을 수 있는 ‘품격 있는 영화’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칼라스의 음악에 ‘심취’했던 나날들이 있었다는 것은 ‘음악의 힘’이 인간의 영혼을 정화시킨다는 말과 맥이 닿는 얘기다. 우리도 어느 날은 평소에 좋아하던 클래식을 들으며 ‘영혼의 위로’를 받는 순간들이 때때로 있지 않은가!
예술가적 소양이 풍부한 오바마의 ‘노래 2천곡 자랑’은 요즘 42%라는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한 오바마 대통령이 유권자들에게 ‘감성적 접촉’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의 ‘음악 감상’자체는 순수한 취미생활이라고 보고 싶다. 물론 유권자들과 ‘공감하기’차원에서 대통령도 이런 음악을 좋아한다는 ‘PR’을 할 수는 있겠지만 ‘칼라스의 음악을 절실히 듣고 싶어 했던’ 오바마의 ‘고뇌어린 삶의 순간’은 ‘진정성’있게 다가온다.
어쨌든 ‘멋쟁이’ 오바마는 요즘엔 어린 딸들 덕분인지 ‘랩 음악’에까지 레퍼토리를 넓혀나가고 있다고 한다. ‘음악은 신이 인간에게 베푼 가장 고귀한 선물’이라는 격언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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