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스캔들-21세기 대한민국 자화상?

                      

 

                   성균관 스캔들-21세기 대한민국 자화상        

   

 며칠 전 우연히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드라마를 봤다. 정조 시대 성균관 유생들의 '캠퍼스 라이프'를 소재로 한 사극인데 꽤 재밌다.'퓨전 사극풍'의 이 드라마는 정권의 실세라는 좌상대감의 자제 이선준을 비롯 이른바 유복하게 자란 '명문가 자제들'과 요즘으로 말하자면 '소녀가장'출신인 김윤희가 우여곡절 끝에 성균관 유생으로 입학하면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아주 깔끔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동방신기의 믹키유천이 남자주인공 이선준을 맡았다. 아이돌 가수출신 답지 않게 꽤나 의젓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유아독존,까탈 공자,자존심 대마왕,독고 다이'의 연기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과거시험장에서 남장을 한 채 김윤식이라는 남동생 이름으로, 응시생에게 '컨닝'시켜주고 받는 구전으로 가솔을 봉양하고 있는 '거벽꾼' 김윤희는 얼떨결에 정조임금으로부터 '성균관에 입학하라는 '어명'을 받게 된다. 성균관에 입소하면서 '어여쁜 유생' 김윤식은 도련님 출신 이선준과 매사에 티격태격한다.

 

부잣집 아들로 어릴 때부터 온갖 사교육을 받아온 끝에 성균관 유생이 된 구용하는 '깐족 지존, 지름보좌,여색제왕, 주차구역(酒茶區域)'으로 통한다. 꾀는 멀쩡해서 돈만 많은 상인출신 자제들은 정승은 커녕 변변한 벼슬자리는 언감생심 꿈도 못꾼다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매사에 시니컬하다.

 

아버지의 기회주의적 정치행태를 혐오하는 문재신은 '미친 말'처럼 행동한다하여 '걸오'로 통한다.

걸오는 복장, 태도, 언행이 얌전한 다른 유생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른바 '언터처블'. 그래도 '정의감'은 누구 못지 않게 강해 야밤엔 변복을 하고 일지매처럼 반가의 지붕위를 날아다닌다. 

 

이런 '청춘 유생'들과 함께 '아부의 달인'인 성균관의 대사성(지금의 국립대학 총장 격) 최신묵과, 꼬장꼬장한 '박사'정약용, 성균관권력의 실세인 장의(학생회장)로 병판의 아들인 하인수의 연기도 볼만하다.

안경쓰고 국사를 돌보는 정조대왕의 모습도 TV드라마에선 처음 보는 것 같다.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대화는 눈을 감고 듣기만 한다면 지금 21세기 대한민국 상황을 고스란히 그려내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마치  요즘 세태를 풍자라도 하듯,  드라마속 3백년 전 조선시대 한양 사람들은 21세기 서울로 환생한 것 같은 언행을 보여준다.

 

출세에 목마른 성균관 대사성은 '명문대갓집 도련님'인 좌상대감 아들에게는 아첨의 경지를 넘어선 '특별 대우'를 하면서도 "요즘 세상에 누가 그런답디까"하며 오리발을 내민다. 그런 모습에선 얼마전 '딸의 특채 문제'로 낙마한 외교부 장관이 바로 연상된다.

 

외교장관 역시 기자들이 특채가 아니냐는 질문을 하자 큰일날 소리 한다는 투로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그럽니까"라고 말했지만 불과 하룻만에 거짓말이 들통났다. 결국 온갖 편법을 동원해 장관딸만 달랑 입사시킨 외교부 관리들 역시 조선 정조시대 '눈치 백단' '아부 천단'의 관료들과 오버랩된다.

 

남장여자로 홀어머니와 병든 남동생을 봉양하는 여주인공 김윤희는 '금녀 구역'인 성균관에 얼결에 입학한 뒤, 정약용에게 '여성'이라는 것을 들켜 버리는 순간 자신의 가정형편을 고백하면서 '용서'를 구하다가 오히려 호된 꾸지람을 받는다.  

 

극중 김윤희의 경우는 자신이 모두 잘못한 것이라는 뜻에서 가족을 언급했지만 정약용은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의 행위는 자신이 책임져야한다면서 '책임전가'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드라마 속 3백년전 사람들과 요즘 사람들이 어찌 이렇게 놀랄만큼 똑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우리시대의 모습이 드라마에 투영된 것인지 아니면 그런 한국인 특유의 DNA가 면면히 전해져 내려온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드라마는 꽤나 재밌게 전개되고 있다. 3백년 터울인 조선시대 백성들과 대한민국 국민이  앞으로 얼마나   더 똑같은 풍경을 우리 앞에 보여줄 지 궁금하다.재미나는 드라마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시청자들께 강추!         

 

*아래 도표는 KBS 2TV 월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홈피에 소개된 드라마 제작 의도와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