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서태지-이지아 -정우성의 청춘극장

스카이뷰2 2011. 4. 23. 13:42

 

                       배용준                                정우성                                서태지                          이지아

 

                                   서태지-이지아 -정우성의 청춘극장

 

 

지난 21일 터져 나온 ‘서태지 결혼 이혼’소동은 대한민국 매스컴의 ‘소재빈곤’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모범사례인 것 같다. ‘서태지 사건’발생 3일째인 오늘(23일)까지 각 신문 방송과 포털 사이트의 온라인 뉴스 면에는 서태지와 그의 전처 이지아 그리고 졸지에‘국민 불쌍남’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별칭을 갖게 된 정우성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어떤 영화가, 어떤 드라마가 이보다 더 재밌겠는가 싶은 듯 별별 스토리가 아기자기하게 엮어져 그걸 다 읽으려면 하루해를 다 보내야 할 것 같다. 좀 우습지 않은가! ‘문화 대통령’이라는 ‘명예 작위(爵位)’까지 붙을 정도로 주인공 서태지를 한껏 띄어주고 그의 전처가 된 이지아와 그녀의 ‘새 남자’ 정우성만이 지금 대한민국 뉴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이건 정상적인 사회현상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이 세 명의 남녀가 한국 연예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나 대단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연 3일째 그들 스토리가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톱을 장식하고 있는 현실엔 좀 씁쓸한 느낌이 든다.

글쎄 나도 이미 기성세대고, 보수파에 가까워서 그럴 것이라는 생각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그들의 결혼파국과 연애 파국 스토리를 메이저 마이너 할 것 없이 대한민국 모든 매스컴이 이토록 광적(狂的)으로 요란한 보도를 한다는 건 아무래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수요’가 있기에 ‘공급’ 한다는 단순한 경제 원리로 따진다면야 이해 못할 일도 아니지만 어쩐지 그들과 매스컴이 ‘힘’을 합해 뭔가를 꾸미는 듯하다는 ‘음모론’적 견해가 나온 것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만큼 불쾌하다는 말이다.

나도 ‘서태지-이지아 이혼 소송 중’이라는 인터넷에 뜬 제목에 1초 정도 놀랐었다.

 

응? 이혼이라고? 그것도 처음엔 서태지를 배용준으로 잘못 읽었다. 이지아라는 여배우는 배용준이 회당 2억원씩 받고 출연했다는 태왕사신기에 신데렐라처럼 등장했다는 기사를 통해 알았다. 그래선지 그 이후 이상하게도 배용준과 이지아가 한 묶음으로 내 기억에 입력돼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배용준과 이지아는 한때 스캔들에 휘말렸다는 소문도 나돌았기에 서태지를 배용준으로 착각한 것이다.

 

그렇기에 배용준이 아니고 서태지와 결혼했다 이혼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다소 놀랐던 것 같다. 처음엔 그들이 결혼한 뉴스를 내가 놓쳤는지 알았다. 읽다보니 15년전 미국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했다는 것이다. 서태지의 엄마도 아들이 결혼했다는 걸 몰랐다고 한다. 오죽하면 서태지 엄마는 '태지 팬들에게' 부모가 모르는 결혼은 없는 법이라며 아들의 결혼설을 부인했을까.

 

그들의 이혼소송이 터지기 바로 하루 전 서울 강남의 냉면집에서 요즘 ‘공개 열애 중’이라는 정우성과 이지아가 함께 냉면 먹는 모습이 기자들 카메라에 잡혔다는 기사제목을 봤다. 좀 우스웠다. 뭐 그네들이 냉면 사먹는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카메라를 들이대는지...이러니 그들도 괴롭지만 그런 기사를 보는 어린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할 지 걱정스러웠다. ,

 

점쟁이는 아니지만 이상하게 처음 등장하는 연예인들을 보며 “쟤 좀 느낌이 안 좋네”라고 말한 연예인들 가운데 거의90% 정도는 꼭 약속이나 한 듯 좋지 않은 뉴스로 지면과 화면을 장식하는 일이 꽤 있어왔다. 이런 얘기를 하면 친구들은 “돗자리 깔아라”고 놀리기도 한다. 내가 그런 예감을 갖게된데는 카메라기자의 피사체 포착 능력도 한 몫했다고 할 수 있다.   

이지아의 경우도 그랬다. 그녀를 화면을 통해 처음 보는 순간 왠지 좀 별로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좋다 나쁘다의 차원이 아니다.  딱히 알 순 없지만 그녀를 에워싸고 있는 분위기가 이상하게 생경한 느낌이 들어 친밀감을 주지 않았다는 말이다.

 

어쨌거나 엊그제 졸지에 ‘괴이한 비밀 결혼생활과 이혼소송 그리고 열애중’이라는 이지아의 스토리를 보면서 그녀를 처음 봤을 때 내게 느껴지던 ‘좋지 않은 그 기운’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서태지도 마찬가지다. 지금 30~40대의 ‘영혼’을 사로잡으며 ‘문화 대통령’이라는 서태지가 혜성처럼 등장해 ‘난 알아요’를 불렀던 20세기 말, 그 어느 날 그 노래를 처음 들으면서 환호나 박수를 보내긴 어려웠다.

 

물론 개인취향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그렇게 썩 심금을 울리는 멜로디는 아니었다. 그래도 어쨌든 ‘서태지와 아이들’은 그 곡 하나로 대한민국 대중음악사에 새로운 지평선을 열었다는 ‘과대’한 호평을 받았다. 그 후 TV화면에 나온 ‘서태지와 아이들’을 보면서 나의 이런 생각은 더 굳어졌다. 

 

당시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열렬한 팬들을 거느리고 음반이 나올 때마다 1백만 장 이상 팔려나갔다는 소식에 그저 의아해 할 뿐이었다. 몇몇 노래의 가사는 당시  과도한 입시교육을 비롯한 사회현상을 시니컬하게 비판하는 내용이어서 청소년들을 열광케 했는지 모르겠지만 노래 자체로는 그렇게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웠다.

 

1996년인가 그 서태지가 TV에 나와 ‘은퇴 발표’를 할 때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물론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지만 왠지 거부감이 들었다. 데뷔 4년차의 신인급 가수가 그것도 이제 겨우 스물몇살밖에 안된 사람이 은퇴를 입에 올린다는 게 가당찮게 보인 것이다.

 

신비주의네 뭐네 하는데 그의 노래가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도 썩 인정하기 어려웠다. 어쨌거나 은퇴했다가 또 되돌아온 서태지를 보면서 저 친구도 사람 좀 웃기네 하고 흘려버렸다. 관심 밖이었다.

 

물론 텔레비전을 비롯한 신문 잡지에선 ‘서태지와 문화현상’을 분석하는 기사들이 넘쳤지만 관심이 없어 전혀 읽어보질 않았다. 그러는 사이 세월은 이렇게 흘러 급기야는 우리 나이로 마흔 살 된 서태지 아니 정현철이라는 남자가 이지아 아니 김상은 이라는 여자와 14년간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소리가 대한민국을 이렇게 시끄럽게 하고 있다.

 

그 남녀를 처음 봤을 때 왠지 석연치 않은 느낌이었다는 걸 떠올리면서 나의 ‘예지력(?)’이 이번에도 맞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비밀결혼 비밀 이혼 했다는 그 자체를 나무라는 게 아니다. 그건 그들의 자유다. 제 3자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개인적으론 서태지가 ‘신비주의’로 자신의 사생활을 철저히 베일로 가려왔다는 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많은 열성팬들이 있다 해도 그들에게 혹은 매스컴에 “나 결혼 했소”라고 일일이 보고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지아도 역시 마찬가지다.

 

단지 그녀는 요즘 열애중이라는 정우성이라는 남자에겐 최소한 자신이 결혼했던 사실이 있다는 걸 미리 말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정도의 생각은 든다. 매스컴 보도를 통해 자신의 연인이 서태지와 십수년전 결혼했고 현재 이혼 소송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얼마나 놀랐을까. 

  

천하 남인 나도 정우성이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드는데 당사자는 오죽할까. 더구나 정우성이라는 배우는 '자존심 높은 남자'로 소문난 사람이라니 그가 받았을 상처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남자 배우 중 양복입은 폼이 장혁과 함께 제일 '간지'날 정도로 멋있는 평을 듣고 있는데다가 여배우들에게 상당히 좋은 평을 들어왔다니 더 안쓰럽다.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강호제현(江湖諸賢)의 뛰어난 네티즌 수사대는 물 만난 고기처럼 그 남녀들에 대한 각종 최신

정보와 함께 그들의 ‘개인사연’에 저마다 왈가왈부, 갑론을박하고 있다. 심지어 정우성이 제일 불쌍하다면서 ‘국민불쌍남’이라는 칭호마저 부쳐줬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톱스타라도 결혼하건 말건, 이혼하건 말건, 열애중이건 말건 국민 개개인에게 과연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조금만 냉정히 생각해 본다면 그냥 젊은 남녀들에게 흔히 있을 수 있는 러브스토리나 이별 스토리에 지나지 않는 얘기다.

 

그럼에도 현재 대한민국에선 이른바 연예인들의 사생활에 너무 지나친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해 걱정스럽다. 물론 인터넷이 ‘세계 최강’으로 발달한 대한민국에선 스타의 사생활이 미주알고주알 다 까발려져 마치 그들이 우리 가족 같다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사건의 주인공인 이지아의 초등생시절 사진을 찾아내 여봐란 듯이 공개하거나 어떤 여배우의 성형이전 쌩얼이네 하면서 매일매일 인터넷에 오르내리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에 대한 보도, 그걸 보고 이렇네저렇네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지나친 연예계 관심에는 기성세대로서 좀 걱정스럽다.

 

어느 시대나 연예인들을 향한 청소년들의 관심은 뜨거웠지만 요즘처럼 ‘떼’로 몰려다니면서 스타가 살고 있다는 아파트 앞에서 밤샘까지 한다는 청소년들을 보면 우리 기성세대들이 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말하자면 청소년들의 관심분야의 ‘폭과 깊이’를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으면 어린 그들의 정서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칠 것 같다.

 

지금 인터넷에선 전 남편 서태지에게 5억원의 위자료와 50억원의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이지아라는 여배우에 대한 ‘신상털기’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보면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들의 사생활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더 이상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아무래도 서태지-이지아-정우성 스토리는 다음 주까지 계속 될 것 같다. 연예계 관련자들은 1970년대 초반 ‘김지미-나훈아’ 결혼스토리 이후 대한민국 연예사상 최강 스토리라고 평하고 있다.

 

사족이지만 이지아의 전 남편과 현 애인에 대한 공통점이 눈길을 끈다. 마흔 살 된 서태지가 ‘공고 중퇴생’의 O형인데 비해 ‘열애 중’에 날벼락 맞은 정우성은 ‘상고 중퇴생’의 O형이다. A형 이지아가 미국에서 무슨 유명 디자인 학교를 다녔고, 영어 일어를 꽤 잘하고 악기 연주에 솜씨가 있다는 보도를 보면서 어떤 ‘인연’의 끈 같은 것이 느껴진다.

 

 

<서울경제신문 도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