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삼성 가(家) 시누-올케 이명희 회장과 홍라희 관장의 컬렉션 경쟁

스카이뷰2 2011. 5. 5. 12:49

 

                                                               이명희 회장                           홍라희 관장

                                           신세계백화점 옥상에 설치된 제프 쿤스의 세이크릿 하트(연합뉴스-다음 사진제공)

 

    

         삼성 가(家) 시누-올케 이명희 회장과 홍라희 관장의 컬렉션 경쟁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속담이 있다. 그만큼 시누이-올케 사이는 껄끄럽다는 얘기다. 대한민국의 최상류층이라 할 수 있는 삼성가(家) 여인들 중 이건희 회장의 여동생 이명희 신세계회장과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 관장이 바로 그런 사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앙숙’이라는 그런 얘기는 아니다. 그들이 비슷한 취향과 안목으로 국내 미술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어 화제다.

 

이명희 회장과 홍라희 관장은 연령대도  비슷하고 대학시절 전공도 같다. 이 회장이 대한민국 ‘최고 부자아빠’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막내딸로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자랐다면 홍 관장은 자유당시절 내무부 장관을 지낸 고(故) 홍진기 장관의 맏딸로 ‘라희(羅喜)’라는 이름도 부친의 근무지였던 전라도에서 얻은 ‘기쁨’이라는 뜻으로 지었을 정도다. 두 여성 모두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딸바보 아빠’의 지극한 사랑 속에 성장했다. 두 사람은 부친을 쏙 빼닮았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68세인 이 회장과 66세의 홍 관장은 비슷한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냈다. 이 회장이 이화여고, 이대 생활미술학과를 나왔고, 홍 관장은 경기여고, 서울대 응용미술학과 출신이다. 당시로는 최고의 명문여고와

명문 대학을 나란히 나왔다는 건 그 두 사람이 만만치 않은 ‘실력’의 소유자라는 걸 말해주고 있다.

 

이명희 회장은 삼성이라는 국내 최고 재벌가문의 막내딸답게 당시로는 경기여고보다 좀 더 자유로운 학풍의 명문 미션스쿨인 이화여고와 이화여대를 다닌 건 이 회장에게 어울리는 ‘학벌’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고위 관료의 맏딸인 홍 관장이 졸업한 KS코스는 역시 그녀에게 잘 어울리는 학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마 이 두 여인은 각각 출가(出嫁)해 가정을 이룬 24,5세 무렵부터 오늘까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한민국의 ‘톱 오브 톱’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살아오면서 굉장한 자존감과 자의식을 소유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집안이면 집안, 외모면 외모, 학벌이면 학벌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대한민국 최고 상류에 속해온 만큼 그녀들의 취향도 비슷해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부친으로부터 ‘여성도 일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고 재벌집 딸임에도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 회장은 부친의 어깨너머로 배워온 경영 비법을 자신의 회사에 도입해 신세계 그룹을 어엿한 대기업으로 이뤄냈다.

홍 관장 역시 시아버지인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골동품을 비롯한 미술품 보는 안목을 배워 현재 국내 최대 사립 미술관인 ‘리움’을 솜씨 있게 운영하고 있다.

 

요즘, 수 십년 간 ‘아버지와 시아버지’로부터 ‘경영수업’을 받아 온 이 ‘시누-올케’는 비슷한 ‘심미안’으로 비슷한 취향의 작품을 경쟁적으로 사들여 미술계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세계와 삼성의 미술품 컬렉션을 진두지휘하는 사령탑인 두 여인은 최근 들어 더욱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작품 값이 비싼 현존 작가 제프 쿤스’의 수십, 수백억 원대 작품을 앞다퉈 사들이는가 하면, 성대한 전시회도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두 ‘미술계 큰손’이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작품이 공교롭게도 상당부분 겹친다는 점에서 흥미를 모으고 있다. ‘살아 있는 피카소’로 불리는 제프 쿤스(56) 작품과 ‘초대형 거미 조각’으로 유명한 루이스 부르주아(작고)의 작품을 나란히 구입했다. 이  미국 작가 들의 작품 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경영 마인드’를 ‘이병철’이라는 대한민국 최고의 경영대가로부터 직접 전수받은 두 여성의 ‘안목’이 미술 작품 구입에도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미술계는 물론 재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이 어떤 작품을 구입했는지에 꽤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어서 화랑계 인사들의 화제에 오르내리고 있다. ‘시누이’ 이명희 회장은 지난 4월 29일 초콜릿캔디를 연상케 하는 300억 원 대 제프 쿤스의 고광택 조각 ‘Sacred Heart(그리스도의 심장)’를 신세계 본점 옥상의 조각공원에 설치했다. 높이 3.7m의 이 조각은 쿤스의 대표작 중 하나다.

 

사실 제프 쿤스의 작품을 국내에 먼저 들여온 사람은 ‘올케’ 홍 관장이다.’ 그녀는 2009년 쿤스의 ‘리본 묶은 매끄러운 달걀’을 리움 초입에 설치하며 국내에 ‘쿤스 열풍’을 일으켰다. 비슷한 시기에 이 회장도 쿤스 조각을 소개받았으나 심사숙고 끝에 작년에야 그의 작품을 사들이기로 했다고 한다. 쿤스는 지난 4월 말 자신의 작품이 설치된 서울 명동 신세계 백화점을 방문해 팬 사인회를 열기도 했다.

 

화랑가에선 홍관장이 먼저 리움에 들여온 쿤스의 작품 설치가 자극제가 되었을 것이란 얘기가 나돈다.

현재 쿤스의 조각은 CJ, 하이트 진로도 보유 중이다. ‘막강 시누-올케’ 이명희-홍라희 두 큰손은

‘페미니즘 미술의 기수’인 부르주아의 ‘거미’ 조각도 나란히 구입했다. ‘거미’는 이 회장이 먼저 구입했다.

 

이 밖에도 알렉산더 칼더, 헨리 무어, 엘즈워스 켈리 등 ‘겹치는 컬렉션’이 많아 취향이 너무 비슷하다, 서로 신경전을 벌인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 두 큰손과 모두 거래를 해본 화랑관계자는 이런 말을 하고 있다. “물론 서로를 의식하는 것은 사실이다. 해외서 이슈가 되고 있는 작품을 소개하면 ‘어디 다른 데서 안 샀느냐’고 묻는다. 그만큼 자극이 되고, 그만큼 더 좋은 작품들을 확보하기 위해 힘을 쏟게 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두 사람은 국내 유명작가들에 대한 안목과 취향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환기, 이우환 등 국내 작가도 좋아하지만 최근엔 해외 미술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지명도가 있는 슈퍼스타급 작가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품의 완성도와 아울러 미술사적으로 미래가 보장되는 작가가 그리 많지 않은 것도 두 여성의 컬렉션이 겹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술계 일각에선 ‘돈을 쓸 줄 아는’ 이 회장과 홍 관장이 국내의 역량 있는 젊은 화가들을 발굴해 그들의 작품활동을 지원하는 방안도 기대해 본다는 말도 하고 있다.

삼성가(家) 여자들 중엔 최 고참 ‘대왕 대비 급'인 이 두 여성이 미술품 컬렉션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건 우리나라 미술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