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늘과 바스코(아래)-KBS2캡처사진.
첫방송후의 심정을 올린 바스코 트위터.
힙합 가수 바스코의 뜨거운 눈물과 유희열의 스케치북
모자 뒤를 앞으로 오게 눌러쓰고 검은 선글라스를 쓴 젊은이가 총알처럼 무대로 튀어나와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팔을 앞으로 쭉쭉 뻗으며 힙합을 불렀다. 선글라스 때문에 얼굴전체를 볼 수는 없지만 콧날이나 입매가 호남형으로 보였다. 화면에 자막으로 나오는 자작곡의 가사도 그가 ‘바른 청년’이라는 분위기를 풍겼다.
그런데 노래를 부르다가 청년은 갑자기 돌아서서 밴드 쪽으로 달려가 잠시 무슨 말을 하더니 다시 무대 중앙으로 나왔다. 20대가 ‘주류’인 관객들은 스탠딩 자세로 일제히 그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제가 음악생활 12년째 인데요 생애 처음으로 방송 무대에 섰어요. 지금 손이 땀에 흠뻑 젖었고 머릿속이 하얗게 백지장입니다"고 더듬더듬 털어놓았다.
요는 생애 첫 방송출연에 너무 긴장하는 바람에 자작곡인 노래의 가사를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스케치북을 즐겨 봐왔지만 이런 현상은 처음 보는 일이다. 그야말로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속담 그대로다. 가수가 무대에서 가사를 잊어버리는 일은 노련한 가수들도 토크쇼에 나와 심심찮게 고백하지만 저렇게 가수가 노래 부르던 도중에 중단하는 모습은 아마 저 청년가수가 처음일 것이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100회 기념으로 유명 인디레이블 세 팀을 초청해 진행하고 있는 도중에 일어난 해프닝이다. 바스코라는 예명의 이 가수는 실수를 만회하려 다시 한번의 무대에 섰지만 또다시 가사를 잊어버렸다. 두 번이나 실수한다는 건 좀 봐주기 어려운 일이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사과하면서 다시 도전하는 그 청년 가수에겐 ‘진정성’이 느껴졌다.
2번의 NG에도 젊은 관객들은 ‘괜찮아’를 연호하며 그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앳돼 보이는 여대생 풍의 몇몇 아가씨들이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이 클로스업 되기도 했다.
바스코의 실수에 그 밴드의 리더라는 가수 이하늘은 "맏형으로서 이런 무대를 자주 마련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하늘이라는 이 가수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가끔 TV에 나오는 걸 보면 농촌 아주머니들처럼 하얀 수건을 머리에 질끈 동여매고 나오는데 어제도 역시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왜 그러냐고 묻고 싶진 않지만 좀 재밌는 캐릭터 같다.
어쨌든 바스코는 세 번째 도전에 나서 ‘완창’에 성공했다. 엄청 긴 곡이다. 가사도 자신이 썼다는데 요즘 좌절하기 쉬운 나약한 젊은이들에게 바치는 노래 같았다. 가사말이 꽤 감동적인 여운을 남겼다. 그가 무사히 노래를 마치자 객석에선 ‘바스코 바스코’를 연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곧 이어 MC 유희열이 나와 바스코를 포옹하며 등을 두드려 주었다. ‘프리 허그’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곤경에 빠진, 외로운 사람들을 얼싸안아 주는 것만으로도 힘을 전할 수 있다는 프리 허그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콧날이 시큰해졌다.
바스코는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었다. 해맑은 모습의 청년이었다. 유희열이 “이렇게 방송에서 무대를 가지니 어떠냐‘고 묻자 바스코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지 눈물 가득 고인 눈으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가수생활을 하다 전 소속사에서 계약이 끝나 직장을 잡았거든요. 근데 음악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하늘이 형한테 찾아갔더니 넌 음악해야 돼, 내가 월급줄 테니 나한테 오라고 하셨어요. 하늘이 형 덕분에 다시 가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들으며 무대에 서 있던 다른 가수들은 물론 객석에서도 순간 숙연한 공기가 흐르는 듯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쇼하는 거 아냐'라고 일침을 가했지만 바스코는 방송 끝난 뒤 자신의 트위터에 간절한 심정을 올려 그의 절실한 마음을 알렸다.
TV프로그램 중 제일 좋아하는 거 두 가지만 꼽으라면 드라마와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꼽고 싶다. 드라마는 재미있어야 보기에 결국 제일 좋아하는 1위 프로그램은 젊은이 대상 음악 프로인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주 금요일 자정 무렵 시작해 새벽 1시까지 하는 이 프로그램은 언젠가도 말했지만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권 11위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국력의 증표라고 말할 수 있다. 20대 젊은이들은 이 말이 무슨 소리인지 모를 것이다.
지금 10대 20대들은 우리나라 국민이 ‘평균적인 부’를 누리는 시대에 태어나 자랐기에 대한민국이 얼마나 ‘위대한 나라’라는 걸 잘 모른다고 할 수 있겠다. 1960년대만해도 대한민국은 아프리카 가나보다 훨씬 못사는 국민소득 80달러 정도의 최빈국 중 4위였다. 지금 젊은이들의 부모세대는 그러니까 웬만한 서민의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그리 넉넉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다. 그러니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음악프로그램을 '무료'로 방송국에가서 볼 수 있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기성세대인 내가 볼 때 ‘유희열~’같은 프로그램이 젊은이 대상으로 매주 방영된다는 것 자체가 큰 축복이고 행운이라고 할 수 있겠다. 1주일에 한 번 방송하는 프로가 벌써 100회를 맞이했다니 꽤 오래된 셈이다. 아마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계속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을 것 같다. 나 역시 이 프로를 계속 보고 싶다. 스케치북 같은 정예의 음악프로그램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가야 할 것이다.
*아래는 바스코가 두 번씩이나 실패했던 Hero라는 자작곡의 가사의 일부다. 이렇게 긴 곡을 스스로 만든 것도 대견하지만 이걸 다 외워서 관객에게 선사한다는 건 멋진 일이라고 바스코에게 말해주고 싶다.
내게 안된다고 하지마
용기가 없다면 손을 잡아봐
I'll show you how to fly
두렵다고 절대 피하지는 마
Open up your eyes wide feel your soul
In the sky high fly
니가 내 CD를사든 다운받든 상관안해 I don't care
내 가슴에 박혀있는 칼을 뽑을 차례
내 음반을 MP3로 변환해도 내 길은 못 막어
너가 내 밥줄은 끊어도 내 입맛은 절대 못 바꿔
음질은 떨어져도 내 값어치는 안 변해
내 가슴 한편에 내 상처를 보고 더 깊게 반성해
No more love to this game man
신이 있다면 당신 답은 필요없으니
날 시험하지 마소서 또 Amen
세상에 희망보다 포기가 먼저 나오는 곳은
사전밖에 없어 나이 들어 무릎꿇어 늙고 녹슨
Vasco 쉬거나 잠들지 않아 난 깨있어 늘
5월 15일 내 실패란 놈에게 카네이션을
멈춰 서지마 일어서서 더 달려
Yes I'm a rider 자 더 세게 밟어
만약 무릎을 꿇었다면 다시 신발끈을 조여
목표는 내 앞에 한계라는 놈의 심장끝을 노려
내가 나의 Hero (내가 나의 Hero)
Yes 내가 나의 Hero (내가 나의 Hero)
두 손을 하늘 위로 (두 손을 하늘 위로)
두 손을 하늘 위로 (두 손을 하늘 위로)
1% 가능성과 99% 의지
도전 그게 바로 내가 사는 참된 삶의 의미
불가능에서 불을 빼서 내 가능성은 어두워
그래도 1% 가능성 그 빛을 따라가는 것
난 나는 법을 위해 남들보다 더 더 높게
올라가서 내 날개를 펼쳐 더 더 넓게
이 하늘의 주인은 나 언덕을 박차고 날아 올라
나 눈감지 않아 앞을 바라봐 난 저 바다로 Fly
난 공책을 펴고 펜끝에 내 상상을 펴
난 머리로 생각하고 내 혼으로 가사를 써
내 입을 거쳐서 내 가사가 발음이돼
난 복식호흡따윈 몰라 내가 뱉는 랩은 내가슴이 해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 백억원 그림 송사에 휘말린 삼성 안방마님 홍라희 여사 (0) | 2011.06.08 |
---|---|
영국 왕세자빈 캐서린, 미셸 오바마, 사만다 캐머런 패션 승자는? (0) | 2011.05.27 |
한오백년의 조용필과 빈잔의 임재범 목숨걸고 무얼 한다는 것... (0) | 2011.05.13 |
삼성 가(家) 시누-올케 이명희 회장과 홍라희 관장의 컬렉션 경쟁 (0) | 2011.05.05 |
장하다! 김장훈, ‘대한민국 독도’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에 광고 (0) | 2011.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