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수 백억원 그림 송사에 휘말린 삼성 안방마님 홍라희 여사

스카이뷰2 2011. 6. 8. 13:36

 

                                                        홍송원씨             홍라희씨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90억원.

 

 

 

                              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아이를 데리고 가는 남자'216억원. (다음뉴스사진)

 

                                    미국 추상주의 작가 빌럼 데쿠닝의 무제 Ⅵ 313억원 호가.(조선일보 다음뉴스사진.)

 

        수 백억원 그림 송사에 휘말린 삼성 안방마님 홍라희 여사

 

 

세상 살다보면 참 별일을 다 보지만 어젯밤 TV뉴스에 나온 ‘송사에 휘말린 삼성 안방마님 홍라희 여사‘의 소식은 요 근래 제일 큰 수다거리가 될 듯하다. 삼성 미술과 리움 관장인 홍라희 여사를 상대로 누가 ‘감히’ 그런 간 큰 짓을 했을까.

 

뜻밖에도 사건의 장본인은 그동안 홍 여사의 미술품 컬렉션에 깊이 관여해 왔던 화랑 여주인이었다. 현재 오리온 그룹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된 서미갤러리 대표 홍송원(58)이라는 여성이다. 홍씨는 20년 전 쯤 홍라희 관장이 서미갤러리의 전시회를 관람하면서 알게 되었다.

 

1990 년대 초, 서미갤러리에서 열린 미국 대지 미술가 크리스토 전시회를 개최한 홍대표의 ‘안목’을 눈여겨 본 홍라희여사는 그 이후 그녀와 ‘미술품 컬렉션’에 대한 대화를 나눴고, 홍 대표는 그동안 리히터, 크리스토, 마크 로스코 등의 작품을 홍라희 여사에게 팔았다.

 

서미갤러리는 삼성 이건희회장 부인인 홍라희여사에게 그림을 파는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렸다. 삼성 안방마님이 ‘거래하는 곳’이라는 소문은 서미갤러리의 사세확장에 큰 도움을 주었다.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때,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행복한 눈물’의 실 소유주가 삼성이냐 서미갤러리냐를 놓고 논란을 빚었다.

 

홍씨는 “그 작품은 내가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직접 구입한 것”이라고 말해 삼성의 ‘비자금’용 그림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기도 했다. 만화 풍(風)으로 그린 듯한 눈물 짓고 있는 여자 얼굴 모습이 담긴 그저 그런 그림이 수십억원을 호가한다는 소리에 잠시 놀라기도 했다.

 

유명화가의 ‘그림 값’은 상상이상으로 천정부지(天井不知)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 정도로 ‘쎈’줄은 미처 몰랐다. 그리고 3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 이 시점에서 홍라희여사의 ‘집사’로 알려질 만큼 친밀한 관계였던 화랑 여주인이 갑자기 홍여사를 상대로 수 백억 원의 송사를 걸었다는 건 비싼 그림 값보다 더 사람을 놀라게 한다.

 

이번에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가 홍라희 관장을 상대로 ‘물품대금 청구소송’을 낸 미술품 14점 중 가장 비싼 작품은 미국 작가 빌럼 데 쿠닝의 '무제 '(1975년작·작품가 313억원)이다. 미술세계에 문외한인 내가 볼 때 그런 그림이 300억원이 넘는다는 건 이해 불가능한 일이다. 이 '무제 Ⅵ'은 가로 177.8cm, 세로 203.2cm의 유화다. 강렬한 색채의 활발한 붓질이 특징인 추상화로 국내 컬렉터 사이에도 지명도가 높다고 한다.

 

얼핏 보면 작고한 여성화가 최욱경의 작품과 이미지가 비슷하다. 물론 세계적인 화가의 작품이라 비싼 것이라면 그런가보다 하겠지만 아무래도 ‘과대평가’된 가격이 아닐까 싶다. 이 그림 외에 비싼 그림으로는 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아이를 데리고 가는 남자’라는 작품으로 216억원이나 한다. 어제 TV화면으로 봤을땐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이 무서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림이었다. 괴기스럽다고나 할까?

 

가로 141cm, 세로 197.5cm의 이 작품은 2006년 5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나왔으나 유찰됐다. 당시 추정가는 800만~1200만달러(약 74억~111억원)선이었다.

미술 관계자들은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은 기괴하지만, 그런 기괴성이 사람의 마음을 끄는 데가 있어 비싸게 팔린다"고 말한다.

 

내가 어제 TV를통해 받은 그 느낌이 바로 베이컨이라는 화가의 특징이고 매력이라는 얘기다. 참 별스런 ‘유인요소’같다. 전문가가 아닌 만큼 그런 ‘고가(高價)’의 그림값에 대해 마음이 불편해지지만 ‘그들만의 세계’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다고 그 세계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작품 값이 지급되지 않았다는 14점의 작품들 중 가장 기괴하고 엽기적인 작품으론 미국의

'생존작가 중 가장 비싼 작가'로 불린다는 데미안 허스트의 설치작품 '황소의 머리(Bull's head)'(64억5000만원)다. 이 작가는 죽은 상어를 포름알데히드로 찬 유리진열장 속에 넣는 등 엽기적인 작품으로 유명하고,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고 한다.

 

더 끔찍한 기분이 들게 한 허스트의 작품으론 실제 사람의 두개골에 백금을 씌우고 8600여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은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무려 1억달러(약 940억원)에 팔렸다는 것이다.

재벌들에게 ‘괴기 취향’이 있어서 그런 작품이 비싼 것인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두개골에 백금을 씌우고 8600여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았다’는 대목에선 구토가 일 지경이다. 작고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예술은 사기야”라고 말했던 게 떠오른다.

 

이번 사건으로 재벌가 안방마님과 여성 화상(畵商)의 관계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서미 갤러리의 홍송원씨도 지난 20년간 삼성 안방마님의 ‘예술적 파트너’로 한국 화랑계에서 부러움을 살 만큼 삼성 덕을 많이 봤다.

 

그런데도 삼성 측에서 볼 땐 소송이라는 ‘배은망덕(背恩忘德)’한 배신행위를 한 서미 갤러리 측이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돈다. 일부에선 ‘오리온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까지 당한 서미 갤러리 대표가 어차피 삼성과의 관계도 이제 끝났다고 판단해, ‘밀린 그림 값이나 받자’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송사를 벌였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미적 안목’을 갖췄다고 자부한다는 서울의 화랑 여주인들은 재벌가 안주인들과 어떻게든 ‘인연’을 맺기 위해 그림매매는 물론 '집사' 혹은 '퍼스널 쇼퍼(개인구매대행)' 역을 자처하고 있다"는 게 미술계 안팎의 정설이다.

 

비교적 잘 알려진 한 여성 화상(畵商)은 "한 재벌 집에서 겨울에 고무장갑 끼고 김장까지 해주며 신뢰를 받기 시작, 자녀 혼수 문제를 맡아서 하는 '집사' 수준까지 올랐다"는 소문이 퍼질 정도로 지극정성으로 재벌가 안방마님을 모셔왔다고 한다.

 

이렇게 재벌가의 신임을 얻기 위해 투자할 만한 작품을 골라내는 '감식안'이나 해외 갤러리와의 인맥 관리는 물론, 외국 부자들의 최신 옷, 음식, 인테리어, 레저 정보까지 입수하는 것이 화랑여주인들의 ‘기본 업무’라는 얘기도 떠돈다.

 

화랑들이 집사를 자처하면서까지 '재벌마님들'을 잡으려고 하는 건 그들과 교류한다는 소문이 나면 화랑 매출과 이미지가 수직상승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화랑가에서는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서미갤러리가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얘기한다. '삼성이 그림 사는 갤러리'라는 이미지가 상류층에선 '훈장'으로 통했다는 것이다. 삼성이 다녀갔다하면 다른 재벌기업들도 경쟁적으로 '삼성 따라 하기'를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서미 갤러리엔 실제로 지방 부자들까지 와서 작품을 사려했다는 풍문이 파다했다고 한다. 이런 화랑가의 뒷이야기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재벌 비자금, 고가의 미술품, 재벌 안방마님과 화랑여주인 이런 단어들이 뉴스로 등장하는 걸 보면서 그들이 ‘보통사이’는 아닐 것이라는 추측은 할 수 있다.

 

삼성쯤 되면 ‘아무나’하고 거래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상식 아닌가. 그런 차원에서 서미갤러리는 돈 한 푼 안들이고 수억원어치의 TV광고를 한 셈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받아야할 그림값만 700억원이 넘는데 그 중 우선 50억원만 청구했다는 ‘통큰’ 갤러리 대표를 보면서 어쨌든 ‘대단하다’는 느낌이 든다. 보통사람들이야 대통령영부인급인 ‘삼성 안방마님’에게 ‘감히’ 접근조차 못 할텐데 말이다. 이번 송사의 결말이 어떻게 날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