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오백년의 조용필과 빈잔의 임재범 목숨걸고 무얼 한다는 것...

스카이뷰2 2011. 5. 13. 21:02

                                                                             (다음 뉴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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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오백년의 조용필과 빈잔의 임재범, 목숨걸고 무얼 한다는 것...

       

요즘 인터넷 상에는 임재범이라는 가수가 ‘완전’ 뜬 것 같다. 데뷔 20년된 ‘중고’ 가수지만 거의 ‘신인 스타 탄생’같은 열기로 그에 대한 이러저러한 사연과 함께 동영상도 수 없이 많이 뜨고 있다. 새삼스럽게 ‘인터넷 세상’의 위력을 실감하는 중이다. 임재범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바람에 낡은 헤드셋을 쓰고 있어서 안쓰럽다는 내용까지 '임재범의 모든 것'이 시시콜콜하게 올라오고 있다.

 

라디오에서도 여기저기서 임재범이 불렀던 그 노래가 ‘신청곡’으로 많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다름 아닌 ‘나가수’라는 TV프로그램에서 임재범이 불렀다던 남진의 ‘빈잔’이라는 노래다. 원래 그 곡은 80년대 유행했던 노래로 기억하고 있다. 남진도 자신의 노래가 '임재범의 빈잔'으로 리메이크돼 크게 히트한다는 소식에 20년 정도 연하인 그와 함께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꽤 오래전 친구들과 노래방에 간 적이 있다. 그때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딴 친구가 부른 노래가 ‘빈잔’이었다. 그때 처음 들었다. 가사나 멜로디가 전형적인 ‘뽕짝 풍(風)’이었다.

그렇게 간절한 연애감정을 느껴본 일이 없어선지 그 가사를 들어보니 ‘닭살’이 돋을 지경이었다. 더구나 남진이 불렀다는 걸 알고 ‘어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에야 60대 중반을 넘긴 남진이 TV에 나와 노래하는 걸 보면 그런대로 봐줄만하지만 예전에 젊은 시절엔 남진이나 나훈아 류의 가수는 거의 외면하다시피 했다. 그렇다고 무슨 취향이 고상해서가 아니다. 왠지 칙칙한 느낌의 곡조와 가사가 내 정서와는 맞지 않아서였다.

 

요 근래 ‘세시봉’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다시 ‘확’떴다는 이장희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이런 ‘오빠’들의 노래나 그런대로 들어주는 한창 ‘기고만장한’시절의 얘기다. 거의 누구나 젊은 시절엔 당대의 뽕짝 노래엔 거부감을 갖게 마련이다. 그렇지 않다면 젊은이가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쨌든 그 노래방에서 하버드박사 출신인 그 친구가 ‘빈잔’을 부르는 모습을 보고 ‘아하! 하버드 박사도 대중가요를 좋아하나보네’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얘기도 10년도 훨씬 전에 있었던 상황이다.

그 친구 덕분에 ‘빈잔’이란 노래를 알았고, 그 이후 남진이 TV에 나와 부르는 것도 몇 번 보곤 했다. 뭐 그냥 그저 그런 유행가라고 느꼈다.

 

그런데 지난주 토요일인가 이 ‘빈잔’이 인터넷 포털을 완전 점령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그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만 알았지 임재범이 그 노래를 그렇게 잘 불렀다는 장면은 보질 못했다. 하도 여기저기서 난리들을 쳐서 다음의 뮤직 사이트에서 ‘임재범 빈잔 무삭제 동영상’을 봤다.

 

우선 그 임재범이라는 가수가 20년 만에 처음 나왔다니 생소할 수밖에 없었지만 머리를 승려 스타일로 밀고 나온 그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니 거부감이 느껴졌다. 우선 ‘빈잔의 재해석 곡’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노래는 편곡이 아주 자유로웠다. 심하게 얘기하자면 좀 멋대로였다고나 할까.

 

게다가 임재범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그냥 고함치듯 절규하듯, 좀 박하게 말하자면 ‘악’을 지르는 모습에서 무서움마저 느꼈다. 더구나 피처링을 맡은 여가수의 하얀 옷을 입은 모습과 큰 북을 치는 사람의 우람한 팔뚝동작은 거의 엽기적이었다. 납량특집 장면 같았다고나 할까. 하도  으스스해서 어린이 시청자들은 무섭다고 울 것 같았다.

 

무슨 엄청난 고문이라도 당하는 듯한 그의 노래하는 표정은 기이함마저 느끼게 했다. 사람들 눈은 다양해선지 어떤 신문에선 '임재범 짐승남 등극'이라는 제목과 함께 그의 그런 무뢰배 같은 노래 스타일에 여성들이 환호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나쁜 남자 표'처럼 보이는 임재범에게서 섹시함이 풍긴다고 전했다.

그러고보니 그런 것도 같다. 글쎄 우리같이 '뭘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 류의 노래가 tv에 나오면 바로 채널을 돌릴텐데 '멋쟁이 여성들'은 그런 조폭스런 분위기의 남자 가수에게서 색다른 매력을 느끼나 보다. 

 

곰곰 생각해보니 임재범의 빈잔엔 '중독성'이 있는 듯하다.  절규하는 임재범의 노래 ‘빈잔’이 남진의 ‘빈잔’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어떤 새로운 버전인데다 스트레스로 고통 받는 현대인에겐 바로 어필할 수 있겠다는 ‘히트예감’이 그제서야 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나의 정서엔 별로지만 요즘처럼 살기 힘든 시절엔 저 남자가수의 사무치는 ‘절규’가 어떤 소통의 다리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산꼭대기에 올라가 힘껏 소리지르고 나면 시원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얘기도 잡지에서 본 듯하다. 

 

어떤 신문에선 “임재범은 웅장한 북소리와 거친 샤우팅으로 짐승남다운 포스를 과시했다.”고 호평했다. 임재범의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에 대해 ‘나는 가수다’의 한 자문위원은 “외국 시장에 충분히 들고 나갈 수 있는 퀄리티다. 임재범의 색깔과 북소리까지 삼박자 시너지가 극대화된 무대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이런 온갖 극찬에도 불구하고 임재범은 그 전주 1위에서 4위로 밀려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무래도 내가 느꼈던 감정을 심사평가단도 느꼈던 것 같다.

 

그러니까 그의 ‘빈잔’은 일부 ‘음악 평론가’나 스트레스가 쌓여있는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는 스타일이었다고 본다. 고통스런 표정과 동작으로 샤우팅한 임재범은 노래부르고 나서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웃지못할 보도도 나왔다. 얼마나 혼신의 힘을 다해 불렀으면 응급실로 직행했을까. 노래 한 곡에 목숨을 건다는 게 비장하고도 숙연하게 느껴진다.

 

언젠가도 말했지만 국내 대중가요 중 웬만큼 히트한 노래들은 처음 그 곡을 듣는 순간 ‘필’이 꽂히면서 히트를 알아맞히곤 해왔다.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예언가는 더더욱 아니지만 이상하게 라디오 혹은 TV에 등장하는 ‘신곡’ 중에 히트할 거라는 예감을 갖게 한 노래들은 대부분 ‘대 히트’를 기록했다. (자기 자랑같아서 조금은 부끄럽네요^^*) 

 

이상한 건 그 처음 들은 노래 중엔 내 맘에 꼭 들거나 내 취향에 맞는 노래도 많았지만 몇몇 곡은 속으로 ‘비호감’으로 분류했지만 뜬 노래도 더러 있다.

웬만큼 살아온 나이여선지 우리 곁을 찾아왔다 세월 따라 지나가버린 유행가에 대해선 대부분 그 ‘족보’를 꿰고 있다.

 

비호감 중에 히트한 노래로는 우선 조용필의 대 히트곡인 ‘돌아와요 부산항’을 꼽을 수 있다. 꽤 오래전 얘기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그 곡을 듣는데 그렇게 거부감이 들 수가 없었다. 무슨 노래가 저 모양이야 하면서도 이상하게 곡이 귓전에 맴돌았다.

 

물론 그때는 조용필이 지금처럼 ‘가왕(歌王)’대접을 받던 시절은 아니다. 그의 가수로서의 존재가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다. 그 이후 어딜 가나 ‘돌아와요 부산항’이 흘러나왔다. 나의 정서엔 전혀 맞지 않는 멜로디였지만 어쨌든 나는 그 곡이 히트하리라는 걸 예견했었다.

 

그 다음으론 지금은 50대 후반에 들어선 윤수일이라는 ‘다문화 가정’출신 가수의 ‘사랑만은 않겠어요’ 와 ‘아파트’가 생각난다. 90년대인가, 지금은 콧수염까지 기르고 정몽준의원의 ‘문화특보’까지 지냈다던 김흥국의 ‘호랑나비’라는 노래도 듣는 순간 짜증이 날 정도였지만 ‘히트하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예감‘은 적중했고, 김흥국은 그 노래 한곡으로 지금까지도 대우받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헤아리다 보면 대체로 유행가 중에 히트예감‘을 첫 순간에 느꼈던 노래의 절반 이상은 ’비호감‘의 이상한 특색으로 귀를 괴롭혔던 노래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은 그가 처음 KBS열린 음악회에 나와 부르는 것을 보는 순간 ‘호감’이 느껴짐과 동시에 ‘대히트’를 예감했던 곡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니까 첫 인상이 호감을 주었던 비호감이었던 간에 ‘내 귀’에 걸려 떨어지지 않는 어떤 ‘매력’같은 게 있는 노래는 ‘히트곡’ 반열에 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게 비록 샤우팅 계열이든 뽕짝 계열이든간에.

조용필의 노래 중엔 간절한 가사와 멜로디로 호감을 준 노래가 대부분 히트했다. 조용필의 열성팬은 아니어도 그가 열심히 음악인생을 살아왔다는 점은 높이 산다.

 

특히 얼마전 그가 소록도에 내려가 눈물의 ‘위문공연’을 했다는 뉴스를 보고 그의 진면목을 새삼 느꼈다.

조용필은 지난 7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바람의 노래’란 타이틀로 콘서트를 열었다. 올해 우리나이로 62세인 조용필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중년의 ‘오빠부대’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으며 그는 근년에 볼 수 없던 ‘열창 무대’를 선보였다고 한다.

 

그 겨울의 찻집’ ‘창밖의 여자’ ‘한오백년’ 등 애절한 가창의 절정을 맛볼 수 있는 노래들을 잇달아 불렀으며, 그 중 ‘한오백년’은 조용필의 것이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 기사를 읽다가 혼자 크게 웃었다. 한오백년을 혼신의 힘을 다해 원 없이 한껏 토해내던 그는 잠시 노래를 멈출 수밖에 없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것이다.

 

배에 힘을 너무 주며 노래해 바지 허리띠가 툭! 끊어진 것이다.조용필은 팬들에게 “이런 일은 난생 처음”이라고 솔직히 ‘고백’해 그 넓디 넓은 올림픽 경기장이 폭소의 도가니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조용필도 슬슬 뱃살이 붙기 시작하는 노년기에 들어섰나 보다. 그래도 자신의 음악에 목숨걸고 살아왔다는 그의 고백에서는 여전히 청년기운이 느껴진다.

 

그나저나 ‘벨트’가 끓어질 정도로 ‘소리’지르며 부르는 그의 노래의 힘은 가히 ‘가왕’의 경지에 도달한 것 을 '웅변'해주는 것 같다.  절규하듯 ‘빈잔’을 샤우팅한 뒤 병원으로 직행한 임재범이나 ‘한 오백년’의 한을 절절히 열창하다 허리띠가 끊어진 조용필의 노래를 향한 열정은 높이 살만하다.  

꼭 이런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 이런 '열정적인 풍토'가 유행처럼 번진다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질 것 같다. 괜찮은 상상 아닌가! 무엇이든 '목숨'걸고 열심히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