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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奇蹟)’을 만들고 있는 신영록과 김남일의 뜨거운 눈물

스카이뷰2 2011. 8. 7. 08:30

    

       

                                              김남일선수                            투병중인 신영록선수

 

‘기적(奇蹟)’을 만들고 있는 신영록과 김남일의 뜨거운 눈물

 

 

오늘 아침 온라인 스포츠 뉴스에서 축구선수 신영록이 재활치료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감사합니다’라고 중얼거렸다. 뚝심 있는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던 신영록이 지난 5월 8일 경기 도중 별안간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소식에 놀랐었다.

 

‘푸른 말’처럼 기세 좋게 그라운드를 누비던 젊은 선수가 느닷없이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다는 것은 ‘불가사의한’일이다. 의사들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쓰러졌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깨어난다는 ‘장담’은 말해주지 못했다. 그만큼 위중한 상태였다.

 

열흘 쯤 후 잠시 의식을 회복한 신영록이 “아빠!”라고 작은 소리로 웅얼거리며 눈물을 흘렸다는 기사는 그의 팬들에겐 거의 ‘복음’같은 뉴스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신영록은 다시 ‘긴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담당 주치의는 ‘억지로 깨어나게 하면 부작용이 생긴다“고 했다. ’저체온 수면상태‘ 속에서 푸른 말같이 그라운드를 뛰어다녔던 선수는 또다시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그리고는 신영록에 대한 소식은 매스컴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한 달 전, 7월 6일 신문 스포츠면의 짧은 기사를 보며 또 다시 뭉클했다. 국가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김남일선수 부부가 제주도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긴 신영록을 문병갔다는 소식이었다. 한 때 함께 녹색그라운드를 누볐던 두 장대 같은 선수들이 한 선수는 병상에 누운 채 서로 두 손을 꼭 잡고 눈물만 흘렸다는 짧은 기사가 눈길을 붙잡았다.

 

국가대표팀의 ‘맏형’으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던 김남일이 10년 후배 신영록의 병실을 찾아가, 아무 말 없이 그저 손을 붙잡고 울기만 했다는 것이다.  무쇠 같은 사나이들이 그저 아무 말도 못하고 ‘뜨거운 눈물’만 흘렸다는 소식은 ‘생명에의 경외감’ 같은 것을 느끼게 해줘 숙연한 심정이었다.

 

김남일은 2002 월드컵 축구대회 승리 환영행사장인 광화문 특설무대에서 “오늘 밤 나이트에 가고 싶은 김남일입니다”라는 말을 해 수많은 소녀 팬들의 환호성을 자아냈던 ‘쾌남아’스타일의 선수다. ‘한창 때’는 ‘김남일 단독 화보집’까지 나올 정도로 여성팬들을 몰고 다니며 인기가 높았다. ‘의리남’ ‘열혈남’이미지가 강한 김남일은 그 후 KBS아나운서 김보민과 결혼해 적잖은 여성팬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한 스포츠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김남일은 "늘 씩씩하고 건강했던 영록이가 다쳤다는 소식이 믿겨지지 않았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병원에 올 때까지도 믿지 않았다. 그런데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 야윈 영록이를 보는 순간 울컥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남일은 "서로 아무 말도 못했다. 영록이가 이제 말도 곧잘 한다고 들었는데 막상 만나니까 감정이 복받쳤는지 눈물만 흘리며 말을 잘 못하더라. 웅얼웅얼거렸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표현을 못하니까 너무 답답해했다.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울지 말라며 달래주고 말없이 쳐다만 봤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아마 수원과 러시아 톰 톰스크에서 ‘찰떡 호흡’을 맞췄던 선후배 사이여서 애틋한 마음이 더했을 것이다.

김남일은 신영록과 2005년부터 3년간 수원에서, 2010년 톰 톰스크에서 같이 뛰었다. 그는 "영록이와는 먼 러시아에서도 함께 고생한 각별한 사이다. 톰 톰스크 캠프 때는 룸메이트로 같은 방을 쓰기도 했다. 그런 영록이가 이렇게 되니까 너무 안쓰럽다"며 신영록의 현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남일은 "영록이는 가진 게 참 많은 선수였다. 힘도 좋고 좋은 기술도 가졌다. 어서 일어나 다시 함께 그라운드에 섰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신영록을 문병한 다음날 김남일은 소속팀이 있는 러시아로 출국했다. 그러고 나서 꼭 한 달 후 매스컴에서는 신영록에 대해 다시 ‘기쁜 소식’을 전해줬다.

 

8월5일 오후 서울 일원동의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신영록은 어머니와 소속팀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보행보조기구에 몸을 기대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10m 거리를 왕복한 뒤 의료진으로부터 "좋아졌다"는 칭찬을 받았다. 구단 직원들은 "올 때마다 상태가 계속 호전된다"고 기뻐했다고 한다.

 

담당의인 김연희 재활의학과 교수는 "보행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1~2개월 후부터 지팡이를 짚고 걷는 훈련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신영록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빡빡한 재활 스케줄을 마친 뒤 휠체어에 의지해 병실로 돌아가면서 "오랜만에 여유가 느껴져 좋다"며 "자장면이 먹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신영록은 또 웃으면서 "일주일 후부터 걸을 거야"라며 "한달 뒤에는 뛰어야지"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신영록이 저렇게 ‘기력’을 되찾은 것은 ‘기적’이라고 한다. '예후'를 장담 못했던 담당 의사들도 신영록의 강한 투병의지가 대단하다고 말하고 있다.

 

며칠 전 일본에서도 전 국가대표축구선수 마쓰다 나오키(34)가 돌연 그라운드에서 쓰러졌다. 신영록과 같은 증상이어서 일본의 축구 팬들은 ‘신영록의 기적’을 바랐지만 결국 마쓰다는 영원한 잠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신영록 선수! 그라운드가 너를 기다린다! 신영록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