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업은 채 딸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있는 차두리(다음스포츠뉴스사진)
슈퍼 대디 차두리네 정겨운 가족 풍경
빡빡 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인 차두리 선수는 보는 이들을 편하게 해주는 재주를 타고났다.
천하태평에 무골호인 스타일이다. 얼굴엔 늘 선량한 기운이 감돌지만 녹색 그라운드에선 ‘인간 탱크’라는 별명답게 상대 팀 선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재주도 있다.
차두리는 얼마 전엔 무슨 제약회사의 CM송을 불러 꽤 히트시키기도 했다. 그만큼 코믹하고 대중적 흡입력이 있다는 얘기다. 몇 해 전 만해도 ‘기량’면에서 다소 함량 미달인 듯 보였었지만 이젠 국가대표팀 내 서열 1,2위의 ‘맏형’급이 되어선지 경기하는 모습에서 원숙미마저 느껴진다.
차두리는 1970년대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선수였던 차범근의 장남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 이젠 차두리라는 이름으로 통할 때가 더 많다. 심지어 어떨 때는 ‘차범근 아들’보다는 ‘차두리 아빠’로 통할 때가 있다는 소리를 하는 ‘차두리 아빠’의 말이 꼭 ‘자식자랑’처럼 들리기도 한다.
언젠가 차범근 감독은 “두리가 이젠 컸다고 경기에 대해 잔소리하면 싫어하더라구요”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남의 자식은 가르쳐도 제 자식은 못 가르친다는 속담이 맞긴 맞나보다. 어쨌든 차범근-차두리로 이어지는 부자(父子) 축구 국가대표선수 계보는 그들에겐 ‘가문의 영광’일 것이다.
예전엔 운동선수들 하면 가정형편이 좀 어려운 집 아이들이 많은 편이었다. 차두리처럼 ‘한국최고 축구선수 아들’이라는 거의 ‘황태자 급’ 백그라운드가 있는 선수들은 거의 없던 시절이어서 차두리가 좀 더 돋보였던 면도 있었다. ‘좋은 환경’에서 자란 덕분에 차두리는 구김살이 없어 보인다는 평도 듣고 있다.‘철부지’로 보인다는 소리와도 맥이 통하는 얘기다.
1970년대 ‘아빠’의 직장이 있는 독일에서 성장하면서 그곳 유소년축구부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신문에 실렸던 ‘귀여운 두리’가 어느새 두 아기들의 아빠가 된 모습도 우리를 흐뭇하게 해준다. ‘무정한 세월’이 어떤 시점에선 인간에게 위로와 격려를 주기도 한다는 걸 실감한다.
3년 전, 결혼한 차두리는 첫 딸을 본 이후 얼마 전 아들을 뒀다. 지금 저 사진에 차두리의 ‘벌판’같은 등에 업힌 사내아기의 표정이 꽤나 똘망똘망하고 건강해 보인다. 어쩌면 3대에 걸친 국가대표 축구선수로 성장할 아기인지도 모르겠다.
차두리는 지난 7일 자신의 트위터에 "난 슈퍼 대디다. 아일이 업고 아인이 밥 먹이고 아인이가 오랜만에 밥을 잘 먹어줬다" 며 "요즘은 아인이가 밥 잘 먹어 주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다. 물론 먹이는 것은 운동보다도 힘들지만"이라는 글과 함께 인증 샷 한 컷을 올렸다.
사랑이 넘치는 자상한 차두리의 모습에서 '딸바보' '아들바보'의 표준 모델을 보는 듯하다.
녹색 그라운드에서 푸른 말처럼 힘차게 질주하던 인간탱크의 모습대신 편안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는 차두리는 역시 보는 이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재주가 있는 듯하다. 정겨운 가족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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