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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록 선수! 고맙다 살아줘서!

스카이뷰2 2011. 9. 17. 20:13

밝은 표정으로 "다시 뛰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신영록(다음 뉴스사진자료)

간호사들과 함께 승리의 브이!(sportalkkorea.com ,사진)

        신영록 선수! 고맙다 살아줘서!

 

기적(奇蹟)은 일어났다. 지난 5월8일 대구FC와의 경기도중 '부정맥에 의한 급성 심장마비'로 쓰러졌던 신영록이 제 발로 걸어서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삼성서울 병원에서 16일 열린 신영록의 기자회견은 ‘생명의 기적’이 주는 감동으로 가득 찼다.

 

그 장면을 온라인 뉴스로 지켜보면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나님!”이란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나이가 들어가는 탓인지 요즘은 작은 생명의 ‘부활’에도 큰 감사의 마음을 갖곤 한다. 우리 집 앞 베란다에 몇 년째 앉아있는 고무나무는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 탓인지 시름시름 앓다가 거의 사경(死境)에 도달한 모습이었다.

 

몇 개 되지도 않는 화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내 잘못이 컸다. 물을 줄 때마다 “제발 살아다오”하며 몇 잎 안 남은 두터운 이파리를 쓰다듬어 주곤 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고사(枯死)직전의 고무나무에는 어느 새 작은 신록(新綠)의 싹이 수줍게 돋아오르고 있었다. 그 때의 그 감동은 뭐라 말해야 할지...

 

이렇게 작은 고무나무 하나가 회생(回生)해도 울컥하는데 신영록이 건강하게 걸어나왔다는 얘기는 기적의'복음'이었다고나 할까. 생때같은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어느 날 녹색의 그라운드에서 한창 뛰고 있다가 푹 쓰러져 의식불명이 됐으니 얼마나 황당했는지 모른다.

 

 생사를 확인해주기 어렵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아마 신영록 선수의 부모도 아들처럼 심장이 멈추는 듯한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단순한 축구 광팬으로 그저 화면을 통해서만 경기를 지켜보던 천하남인 나도 가슴이 아팠는데 부모님은 오죽했으랴.

 

‘푸른 말’처럼 기세 좋게 그라운드를 누비던 젊은 선수가 느닷없이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다는 것은 ‘불가사의한’일이다. 의사들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쓰러졌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깨어난다는 ‘장담’은 끝내 말해주지 못했다. 그만큼 위중한 상태였다. 열흘 쯤 후 잠시 의식을 회복한 신영록이 “아빠!”라고 작은 소리로 웅얼거리며 눈물을 흘렸다는 기사는 그의 팬들에겐 거의 ‘복음’같은 뉴스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신영록은 다시 ‘긴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담당 주치의는 ‘억지로 깨어나게 하면 부작용이 생긴다“고 했다. ’저체온 수면상태‘ 속에서 푸른 말같이 그라운드를 뛰어다녔던 선수는 또다시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그리고는 신영록에 대한 소식은 매스컴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7월 6일 신문 스포츠면의 짧은 기사를 보며 또 다시 뭉클했다. 국가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김남일 선수 부부가 제주도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긴 신영록을 문병갔다는 소식이었다. 한 때 함께 녹색그라운드를 누볐던 두 장대 같은 선수들이 한 선수는 병상에 누운 채 서로 두 손을 꼭 잡고 눈물만 흘렸다는 짧은 기사가 눈길을 붙잡았다.

 

국가대표팀의 ‘맏형’으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던 김남일이 10년 후배 신영록의 병실을 찾아가, 아무 말 없이 그저 손을 붙잡고 울기만 했다는 것이다.  무쇠 같은 사나이들이 그저 아무 말도 못하고 ‘뜨거운 눈물’만 흘렸다는 소식은 ‘생명에의 경외감’ 같은 것을 느끼게 해줘 숙연한 심정이었다. 어떤 영화나 소설에서 받은 감동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감동의 물결이 가슴을 쳤다.

 

지난 8월5일 오후 서울 일원동의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신영록은 어머니와 소속팀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보행보조기구에 몸을 기대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10m 거리를 왕복한 뒤 의료진으로부터 "좋아졌다"는 칭찬을 받았다. 구단 직원들은 "올 때마다 상태가 계속 호전된다"고 기뻐했다고 한다. 나도 그런 신영록에게 비록 컴퓨터 화면을 통해서나마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담당의인 김연희 재활의학과 교수는 "보행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1~2개월 후부터 지팡이를 짚고 걷는 훈련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신영록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빡빡한 재활 스케줄을 마친 뒤 휠체어에 의지해 병실로 돌아가면서 "오랜만에 여유가 느껴져 좋다"며 "자장면이 먹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무엇이 먹고 싶다! 는 ‘식욕’이 돌아왔다는 건 신체 싸인이 그만큼 건강해졌다는 얘기일 것이다.

 

신영록은 그 자리에서 또 웃으면서 "일주일 후부터 걸을 거야"라며 "한 달 뒤에는 뛰어야지"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신영록이 저렇게 ‘기력’을 되찾은 것은 ‘기적’이라고 한다. '예후'를 장담 못했던 담당 의사들도 신영록의 강한 투병의지가 대단하다고 말하고 있다.

8월 5일부터 한 달이 조금 지난 9월 16일 신영록은 기자들 앞에 제 발로 뚜벅뚜벅 걸어나왔다. 환한 미소와 함께. 신영록이 중얼거린 '말의 씨앗'이  드디어 푸르게 싹을 틔운 것이다.  말이 씨된다는 옛말이 떠올랐다.  

 

신영록의 담당주치의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김연희 교수는 "입원 초기에 의식은 돌아왔지만 저산소성 뇌손상이 상당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불수의 운동'에 대한 치료에 주력했다"면서 "현재 운동능력은 보조기구 없이 자력으로 20~30m를 보행할 수 있는 정도로 호전됐다"고 말했다.

 

신영록은 "다시 그라운드에 나가고 싶어요.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싶어요"라고 비록 어눌한 발음이었지만 그라운드 복귀에 대한 강한 소망을 말했다. 박수!!! 신영록 선수 그 소망의 말 역시 활짝 싹을 틔울 것이야! 아직 언어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활짝 웃는 신영록의 얼굴을 보며 ‘생명에의 외경심(畏敬心)이 뜨겁게 솟구쳤다.

신영록! 고맙다 살아줘서! 신영록 화이팅!

 

http://blog.daum.net/skyview999/15971273 (스카이뷰 7월 7일 올림)

(기적(奇蹟)’을 만들고 있는 신영록과 김남일의 뜨거운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