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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오른’ 박지성의 프리시즌 나이스 골

스카이뷰2 2011. 7. 15. 11:42

                                                               박지성의 나이스 골!(다음뉴스사진)

     

      ‘물 오른’ 박지성의 프리시즌 나이스 골

 

박지성이 어제 보여준 프리시즌 첫 골은 박지성식 축구가 ‘경지(境地)’에 도달했다는 것을 아주 시원하게 보여주었다. 14일, 미국 폭스보로의 질레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유와 미국프로축구 뉴잉글랜드 레볼루션과의 친선경기에서 박지성은 나비처럼 날아서 ’톡‘하고 가볍게 발등으로 골을 튕겼다. 이런 골은 유럽 최강선수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나이스 골‘이다. 아주 쉽게 춤추듯, 즐기면서 제 아무리 강한 골키퍼도 미처 손 쓸 시간조차 주지 않는 신기(神技)의 골이다.

 

‘극강은 즉유’ 라는 말처럼 강해질 수록 부드러워지는 경지가 바로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것 같다. 월드컵 시즌이나 유럽 시즌에서나 볼 수 있는 폼으로 아시아 출신 선수들에게선 좀처럼 나오기 어려운 ‘포스’다.

박지성은 후반 30분 교체로 그라운드에 들어간 뒤 5분 만에 페널티지역 안에서 라이언 긱스와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뒤 골키퍼를 살짝 넘기는 슛으로 골을 뽑으면서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골 문 앞에는 이미 키퍼를 비롯한 상대팀 선수들이 포진해 있어 ‘박지성 식 골’이 나올지 조마조마했지만 결국 ‘경지’에 오른 박지성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장하다!

맨유의 퍼거슨 감독 할아버지는 박지성의 볼이 골 넷을 출렁거리게 하는 걸 보자마자 늘 그렇듯 껌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만세를 불렀다.

 

프리시즌은 유럽축구팬들에게 기다려지는 계절이다. 5월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 후 막을 내린 유럽축구에 대한 갈증을 프리시즌에서 풀 수 있다. 프리시즌은 새로운 전술의 시험무대이자 새롭게 영입한 선수들을 볼 수 있는 첫 번째 무대이기도 하다. 또 쉽게 보기 힘든 명문 팀들을 비싼 항공료 지불하지 않고 홈그라운드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올여름에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클럽들은 세계 각지로 프리시즌을 떠난다.

사실, 명문 클럽들의 프리시즌 투어의 '내부' 목적은 아무래도 ‘돈’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로 시장을 넓혀 수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다. 팬서비스를 앞세운 프리시즌은 가장 확실하고 쉬운 돈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말하자면 손쉽게 벌어들일 수 있는 ‘황금어장’인 셈이다.

 

맨유는 아시아투어를 통해 매 경기당 천문학적인 수익을 얻었다. 팬들의 유럽축구에 대한 사랑을 새삼

확인한 건 덤이다.  2009년 맨유와 서울의 친선경기에는 무려 6만5000여명의 관중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기도 했다. 스폰서들의 압력도 프리시즌 투어가 잦아진 원인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거액을 쏟아 붓는 스폰서로서는 광고효과가 최고인 프리시즌 투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래저래 ‘프로 축구’는 프로가 곧 돈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가장 강력하게 보여주는 경기라고 할 수 있다.

 

프리시즌은 유럽 축구에 열광하는 아시아인들에게 ‘꿈의 무대’로 자리 잡았다. 아시아 시장 진출을 원하는 EPL클럽들은 올 여름에도 프리시즌 행선지로 아시아를 정했다. 올 시즌은 말레이시아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

 

첼시, 리버풀, 아스널 3팀이 말레이시아를 찾는다. 첼시는 21일 동남아시아로 떠나 말레이시아와 태국에서 친선경기를 갖는다. 당초 한국을 찾기로 예정돼 있던 리버풀은 13일 중국 광동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프리시즌을 시작했다. 투어를 떠나지 않기로 유명한 아스널도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중국에서 친선 경기를 갖는다.

 

이런 ‘아시아 투어’열풍 속에 맨유는 미국으로 프리시즌을 떠났다. 맨유는 미국의 메이저리그 사커(MLS)팀들과 3차례 친선경기를 가진 후 7월 28일 MLS올스타팀, 31일에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패배를 안겨준 바르셀로나와 경기를 갖는다. 박지성의 재계약 여부도 프리시즌에서 결정 날 가능성이 높다. 맨유의 지역 라이벌 맨시티도 프리시즌을 위해 미국땅을 찾았다. 맨시티는 16일부터 24일까지 MLS팀들과 친선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이번 프리시즌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올 시즌 구상을 엿볼 수 있는 경기였다. 퍼거슨은 새로 영입한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 애슐리 영을 나니와 함께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기용했다. 박지성은 후반 교체로 들어가 주 포지션인 측면 미드필더가 아닌 중원에서 뛰었다. 맨유 입단 후 이따금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센트럴 팍(Central Park)'이란 별칭을 얻었던 박지성은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프로페셔널 골’로써 멋지게 해냈다.

 

현재 박지성은 어중간한 입장이다. 맨유와 계약기간이 내년 6월까지여서 올여름 팀과 재계약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계약기간이다. 영국 언론은 최근 "맨유가 박지성과 1년 계약을 원한다"고 보도했다. 이런 외신보도를 접하다 보면 왠지 '인종 차별' 비슷한 개운치 않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적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엔 이탈리아의 명문 클럽 유벤투스가 박지성 영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는 "맨유 잔류를 강력히 원하지만 재계약이 안 되면 유벤투스가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잘은 모르지만 '맨유'가 오히려 박지성을 붙잡아야 하는 건 아닌지...

 

이런 여러 가지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가운데 어제 박지성은 ‘여봐란 듯’ 아주 산뜻한 골을 팬들에게 선사했다. 올해 서른이 된 박지성은 9년 전 서울에서 열렸던 월드컵 폴란드전에서 첫 골을 터뜨리자마자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와락 안겼던 ‘청소년 풍 이미지’는 많이 벗었지만 그래도 ‘골’을 보여주고 나면 어김없이 수줍은 미소를 '시익~'보여주는 ‘매력’을 여전히 갖고 있다.

 

재지도 않고 주눅 들지도 않고 늘 ‘포커페이스’처럼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대한민국 축구대표 팀 주장으로서, 맏형으로서의 역할을 빈틈없이 해냈던 것이다. 그래서 박지성의 팬들은 그를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좋아할 것이다. 대한민국 축구역사상 최고의 선수라는 걸 확신한다. 참한 규수감이 있으면 소개해 주고 싶은 믿음이 가는 선수다.

어쨌거나 맨유 퍼거슨 할아버지는 너무 이상한 주판알 튕기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