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재미교포 출신 박정현과 한예슬

스카이뷰2 2011. 8. 18. 12:27

 

 

                     

 

     

      

                재미교포 출신 박정현과 한예슬

 

요 며칠 동안 두 명의 여성연예인이 TV화면을 통해 시야에 들어왔다. 재미교포 출신  박정현과 한예슬이다. 두 여성 모두 미국 시민권 소유자로 그곳에서 대학까지 마친 뒤 모국인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가수와 탤런트로 일류급에 속해 있는 일단 ‘대성한’ 연예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리나이로 서른여섯 인 박정현은 최근 TV프로 ‘나가수’에서 가창력을 인정받았다. 임재범 이후 만장일치 1등으로 ‘나가수’를 명예졸업했다고 한다.

 

어제 밤 TV 토크쇼에 나온 박정현은 개나리 새순같이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컬럼비아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한 수재(秀才)다. 미국학생들도 들어가기 힘든 컬럼비아대학 졸업식에서 학생대표로 미국국가를 불렀다고 한다. 대한민국 홍보에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더구나 폐쇄적인 수재클럽 ‘파이베타카파’에 가입하게 됐다면서 “최고의 영광이죠”라고 자기자랑을 하는데도 그 모습이 사랑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겸손해 보인다.  이 클럽에는 미국 전 대통령 빌 클린턴과 전 미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등 미국의 내로라하는 명망가들이 멤버로 있다.

 

1776년 설립된 미국 수재들의 모임으로 미국 내 대학교에서 성적뿐만 아닌 전체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가입할 수 있는 모임이라고 한다. 그러니 박정현이 ‘최고의 영광’이라고 말할 만하다.

박정현은 1998년 데뷔할 때만 해도 한국말은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 밖에 못했던 전형적인 재미동포 2세였지만 이제는 TV방송의 토크쇼를 맡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모국어가 유창해졌다며 활짝 웃는다. 그 웃는 모습이 아주 매력적이다. 

 

가수여서 목소리가 좋은지 목소리가 좋아서 가수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오랫동안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호감이 가는 여성이다. 솔직하고 천진난만한 성격도 사람을 피곤하게 하지 않아서 더 좋게 느껴진다.  아무튼 대한민국 여성 가수 중 저렇게 학벌 좋고 인품 좋고 똑똑한 연예인이 활동 중이라는 것 사실 하나만으로도 공연히 흐뭇한 기분이 든다. 국제적으로도 대성할만한 여가수로 보인다.

 

알고 보니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대표 가수로 뽑혀 무대에 섰다고 한다. ‘미친 가창력’이니 ‘폭풍 가창력’이니 그녀의 노래솜씨에 대해선 온갖 찬사가 다 바쳐지고 있는 것 같다. MC의 요청으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즉석에서 부르는데 과연 가창력이 소문대로 대단하다.

 

30대 중반의 나이인데 ‘요정(妖精)’이라는 불편한 애칭이 고민이라는 이 쾌활한 여가수는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말이 잘통하는 사람, 약간 마르고 키 크며 선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참 소박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일면식도 없지만 괜히 그녀의 그 소원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그만큼 매력이 있다는 얘기다.

 

반면에 요즘 며칠 동안 온갖 매스컴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한예슬이라는 탤런트의 ‘촬영 거부’소동은 그 연유야 어떻든 시청자들에게 짜증을 배가시킨다. 날씨도 우중충한 요 며칠동안 무슨 스파이 어쩌구 하는 TV 주간 드라마의 여주인공이었던 한예슬이 ‘촬영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는 불평 끝에 ‘고향’인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버렸다는 대목에선 좀 어이가 없다는 느낌이다.

 

우리나이로 서른한 살이면 웬만큼 세상물정을 알만도 하건만 그런 튀는 행동을 했다니 그 용기가 가상하다고나 할까. 어쨌든 그렇게 비행기 타고 날라갔으니 이제 다신 안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불과 하룻만에 다시 컴백하기로 했다면서 서울로 돌아왔다고 한다. “나 같은 불행한 후배들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나...

 

한예슬의 이 비장한 심경 고백에 갑자기 50년 전 쯤 육군대장 박정희가 퇴임식에서 “나 같은 불행한 군인이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이라고 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연예가에서는 한예슬의 이 '박정희장군스타일'의 심경고백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소리도 떠돈다. 어떤 pd는 아직 반성이 부족하다고 꼬집는다.

 

그동안 몇번 화면을 통해 그녀를 봤지만 썩 호감가는 얼굴형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미인'이어선지 약간의 '오만'이 얼굴을 감싸고 있었겠지만서도... 하기야 젊고 예쁜데다 tv드라마 여주인공을 맡고 있을 정도로 '출세한 아가씨'에게서 겸손의 미덕을 찾아보려는 건 그야말로 해변 백사장에서 실핀을 찾으려는 것과 마찬가지의 우매한 일일 것이다.

 

일부에선 어쨌건 이 ‘한예슬 파동’은 열악하기 짝이 없는 대한민국 드라마 촬영환경이 세상에 알려지게 했다는 데는 ‘공’을 세웠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런 내부 사정이야 알고 싶지도 않다. 이 드라마에서 한예슬은 한 회 출연료만해도 3천만 원, 주 2회방송이니까 주급 6천만원이나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많은 네티즌들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나오고도 기껏해야 88만원의 월급을 받는다는 대한민국‘88만원 세대’들 입장에선 호강에 겨운 타령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네티즌들은 한예슬 관련 기사 댓글란에 주1회 출연료로 3천만원 받는다니 나같으면 한달이라도 밤 샘하겠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많이 올렸다.

 

박정현과 한예슬, 모두 재미동포 출신이면서도 행동거지는 극과 극을 달리는 것 같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는 비교평가는 하지 않겠다. 다만 여러 가지 짜증스런 일들이 겹쳐서 일어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에서 제발 우리에게 ‘기쁨’을 줘야하는 연예인들마저 화내고 뛰쳐나가버리고 하는 ‘꼴불견 짜증’은 주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