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신''해리포터'-상반기 한국 대학생들 열독서 베스트 3
대한민국 대학생들이 올해 상반기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해 읽은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인 것으로 나타났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가 그 뒤를 이었다는 뉴스를 보면서 어쩐지 좀 아쉽다.
상위권 베스트 3권이 모두 외국 소설이었다는 것과 특히 해리포터 시리즈가 상위권에 들었다는 건 다소 믿어지지 않는다. 아직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정신적 연령면에서 청소년 단계를 아직 벗어나지 못했나 하는 의문마저 든다.
물론 해리포터 이야기는 전세계적으로 최고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소설이니까 우리 대학생들도 읽는다는 게 그리 어색하진 않겠지만 내가 알기로 이 해리포터는 주로 초등생이나 중학생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던 책이어서 다소 실망감마저 들었던 것이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유명 패션 잡지의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 편집장이 자신의 쌍둥이 초등생딸들을 위해 해리포터 시리즈를 책이 정식으로 나오기 전에 읽고 싶어 한다면서 신입 여비서에게 '초쇄'를 구해오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기는 장면이 떠오른다.
하지만 어른들도 이따금 ‘동화책’을 읽으면 마음이 정화(淨化)하는 기분이 드는 것처럼 대학생들도 ‘청춘의 고민거리’가 한 둘이 아닐텐 데 그런 마법의 동화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은 치유방법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1Q84'는 52개 대학에서 많이 빌려본 책 1위로 집계됐다. ‘무라카미 하루키 신드롬’이 여전히 ‘대세’를 이루는 걸 알 수 있다. 글쎄 일본 대학생들의 독서경향에 대해선 아직 자료를 수집하진 못했지만 1989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제목으로 아사히 신문에 연재됐던 이 장편소설은 일본에서도 출간되자마자 수 백 만 부가 팔리면서 일본열도전체를 뒤집어놓은 기록의 책이다.
국내에서는 원제목보다 더 그럴싸한 ‘상실의 시대’로 재탄생되면서 ‘방황할 수밖에 없는 청춘시대’의 통과의례 같은 책으로 자리 잡았다. 해마다 무라카미의 작품은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Q84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 특유의 현실과 판타지가 교차하는 세계를 그럴싸하게 재현해냄으로써 ‘웬만한 청춘들’이라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스토리 구조를 가진 점이 우리나라 대학생들을 홀렸던 것 같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은 프랑스 본국에서보다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러 차례 서울을 방문한 베르베르는 아직 40대 젊은 작가로서 자신의 작품을 좋아하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도 했다. 그의 작품을 ‘독점계약’한 출판사는 ‘큰 돈’을 벌었다는 뒷이야기도 돌고 있다.
작가와 출판사가 서로 윈윈하는 형태로 돈을 번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지만 너무 한 작가의 작품을 ‘편식’하는 것은 다소 문제점이 있다고 본다. `신'은 50개 대학 도서관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는 24곳에서, `백야행'(히가시노 게이고)은 15곳에서 가장 인기를 끌어 외국 소설류가 대출 상위권을 휩쓸었다.
인문 교양서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를 비롯해 `로마인 이야기'(시오노 나나미),`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정은궐), `절대군림'(장영훈) 등은 10곳에서 대출 1위였다. 학교별로는 서울대는 `공중그네'(오쿠다 히데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총,균,쇠'(제레미 다이아몬드), `감시와 처벌'(푸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박민규)이 1∼5위였다.
이 중 ‘총 균 쇠’는 예전에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애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그 여세가 지금까지 계속 된다는 건 그만큼 내용이 실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국내 소설가 박민규의 ‘야구 소설’이 베스트 5위 안에 든 것도 이채롭다. 박민규는 젊은 작가로서 젊은 층과의 교감이 가장 활발한 작가로도 꼽힌다. 그런 면에서 보면 서울대생들이 왜 이 작가의 작품을 찾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밖에 `정의란 무엇인가'(연세대), `로마인 이야기'(서강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한양대),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이화여대), `절대군림'(경희대), `1Q84'(한국외대ㆍ숙명여대) 등이 최다 대출 건수를 기록했다.
장서 보유량은 서울대가 443만여권(학생 1인당 158권)으로 가장 많았으며 경북대(285만여권), 고려대(282만여권), 연세대(272만여권), 경희대(227만여권) 순이었다. 종합대학 가운데 1인당 대출도서 수는 서울대ㆍ연세대(각 22권)가 가장 많았으며 숙명여대(21권), 이화여대(20권), 서강대ㆍ서울시립대ㆍ서울여대(각 19권)가 그 뒤를 이었다.
교육대학은 전주교대(35권), 경인교대(33권), 공주교대ㆍ부산교대ㆍ한국교원대(22권) 순이었다. 이런 자료는 오늘(18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임해규(한나라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345개 대학 도서관의 상반기 대출현황 자료에 따른 것이다.
한편 이보다 앞서 교수신문 614호에 실린 대학생들의 애독서도 이번 국회자료와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경희대, 고려대, 서울대, 중앙대, 한양대 등 5개 대학 도서관의 대출현황은 경희대와 중앙대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가 대출순위 1위를 기록했고, 고려대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서울대는 전공서적인 데이비드 할리데이의 <일반물리학 >이 1위를 차지했다.
2009년에 1권이 출간되자마자 8개월 만에 1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갔던 <1Q84 >는 지난해까지 3권이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나온 소설뿐만 아니라 이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도 인기다. 2003년 번역 출간된 <해변의 카프카>는 중앙대와 고려대에서 각각 3위와 7위를 차지했다. 1989년에 번역된 <상실의 시대 >가 한양대에서 1위를 기록했고, 경희대에서는 16위에 올랐다.
이 밖에 인기를 끈 책들은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경희대 2위),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경희대 3위) 등이 있었다.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 >(고려대 1위),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 >(한양대 2위),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고려대 5위) 등도 순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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