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미셸 오바마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책 ‘오바마 가(家), 대통령 보좌관들 인사 개입 지적

스카이뷰2 2012. 1. 9. 12:33

 

 

뉴욕타임스 캡처사진. 퍼스트레이디의 '진화'란 표현이 눈길을 끈다.

                  

중국 후진타오 주석과 악수하는 미셸 오바마, 오바마의 표정이 재밌다.(다음뉴스사진)

 

 

 

영부인 미셸 오바마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책 ‘오바마 가(家),

대통령 보좌관들 인사 개입 지적

 

 

새해 초부터 한 권의 책이 오바마대통령의 부인 미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조디 캔터라는 기자가 쓴 ‘오바마 가(家)’라는 ‘백악관 뒷 담화’류의 책이다.

캔터 기자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 정부의 전·현직 정부 고관들과 오바마 부부의 친구 30여명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발품을 꽤 판 책인 만큼 생생한 비하인드스토리가 소개된 듯하다.

 

미셸 오바마는 그동안 매스컴에 알려진 것처럼 조용한 내조형 부인이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 전 대통령 부인처럼 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스타일이라는 대목이 미셸의 심기를 건드렸을 법하다.

"미셀 여사는 오바마 행정부의 알려지지 않은 권력"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말하자면 ‘내주장(內主張)’이 강한 아내라는 얘기다.

 

캔터 기자는 미셸 여사가 조용한 내조를 펼치다가도 전통적 정치 관점에 우려를 표하는 배우자라고 썼다. 미셸 여사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대통령 부인에까지 오른 자신의 위치를 더욱 의미 있게(more meaningful) 만들기 위해 스스로 심리적 압박감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왜 아니겠는가. 백악관 역사상 최초의 ‘블랙 퍼스트레이디’라는 대단한 영예를 안은 사람으로서 나름 책임감이나 자부심이 대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남편 오바마는 아버지는 케냐인이지만 백인 엄마의 아들로 태어난 ‘혼혈’이지만 미셸은 부모 모두 흑인이라는 점에서 그녀가 느낄 내면의 복잡한 심경도 ‘영부인’으로서의 역할에 각별한 신경을 쓰게 했을 것이다.

 

‘공처가, 애처가’로 잘 알려진 오바마대통령은 기회있을 때마다 ‘아내자랑’을 늘어놓는 ‘팔불출’남편이다. 오바마는 “미셸과 결혼해서 제일 좋은 점은 그녀와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아내의 ‘출중한 능력’을 자랑하곤 한다. 심지어 클린턴 전 대통령내외와 함께한 파티 석상에서 “여기 저와 또 한 사람은 자기보다 훨씬 똑똑한 와이프와 산다”라는 말을 해 웃음폭탄을 선사했을 정도다.

 

그런 미셸이고 보니 아무래도 남편의 국정경영에 ‘한 말씀’ 거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미셸 여사는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개혁이나 이민정책개혁과 같은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밀어붙이게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야당인 공화당과 정부가 타협하는 문제를 두고 남편의 보좌관들과 이견을 보였다.

 

아무래도 자기 확신이 강한 영리한 미셸로서는 ‘남자들 하는 일’이 못 마땅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선지 미셸 여사는 백악관의 람 이매뉴얼(Emanuel) 전 비서실장과 로버트 기브스(Gibbs) 전 대변인이 지지한 정치 전략들에 반대 의견을 내며 대립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미셸 여사는 일부 참모들에 대해 "너무 배타적일 뿐 아니라 전략적인 사고를 갖추지도 않다(too insular and not strategic enough)"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들을 교체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이쯤 되면 ‘국정간섭’ 수준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캔터 기자는 자신의 책에서 "대통령이 내놓은 제안은 교착상태에 빠지고, 대통령 부인은 (야당과 타협하려는) 백악관을 탐탁지 않게 여겼으며, 참모들은 미셸 여사에게 짜증이 나있는 암울한 상황도 있었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또 미셸 여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야당과 타협하며 정치를 하는 과정에서 남편이 '평범한 정치인' 중 하나로 전락하는 것으로 보여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남편’의 정치적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좌시’할 영부인은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미셸의 ‘내주장’은 설득력있게 보인다.

프린스턴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1988년 하버드 법학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변호사 출신의 영부인으로선 어쩌면 ‘당연한 능력’을 보여준 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미셸 여사는 시카고의 한 로펌에서 일하다가 이 로펌 인턴사원으로 들어온 버락 오바마를 만나 결혼했다. 결혼 이후 백악관 생활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남편보다 수입이 훨씬 좋은’ 커리어 우먼으로 당당한 ‘자기 일’이 있던 여성이다. 그렇기에 ‘대통령 남편’이 행여 그른 판단을 하는 것처럼 보이면 가만 참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매스컴에 현모양처 스타일의 살림꾼 솜씨도 자주 보여주고 있는 미셸여사로선 그런 지적이 다소 억울한 주장일 수도 있다.  그래선지 백악관 측은 이 캔터 기자의 ‘오바마 가’라는 책에 대해 평가절하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측은 책의 내용에 대해 "구태의연한 이야기들을 지나치게 과장했다(an over dramatization of old news)"고 밝혔다는 것이다.

 

에릭 슐츠 백악관 대변인은 "작가(캔터 기자)가 (백악관 내부에서 벌어진 것이라 여기고 쓴 내용 중에는) 개인 생각을 많이 집어넣었다"며 "캔터 기자는 2009년 이후 대통령 내외와 이야기를 나눠본 적조차 없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대충 짐작이 가는 ‘그림’이다. 사실 이런 스타일의 책은 자칫 잘못 쓰면 ‘용비어천가’수준으로 될 ‘위험’이 있거나 아니면 ‘픽션’처럼 변질할 우려가 있다. 더구나 '현직 대통령 집안‘의 일을 ’감히‘ 책으로 냈다는 건 기자가 용감하거나 아니면 무모하거나 둘 중의 하나일것이다.

 

그런 걱정을 저자인 기자도 꽤나 했나보다. 캔터 기자는 영부인 미셸여사를 이렇게 묘사함으로써 그녀에 대한 은근한 호의(好意)도 이렇게 내비치고 있다.

"(미셸 오바마 여사는) 점점 더 영리해지는 정치 플레이어, 노련한 동기 부여자이자 매력적 인물(an increasingly canny political player, an expert motivator and charmer)"

어쨌거나 현직 대통령 부인이 ‘남편의 일’에 시시콜콜 간섭한다는 식으로 묘사했다면 당사자인 미셸 여사로선 그리 유쾌한 일만은 아닌 게 사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