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를위한 대통령은 없다-"한미FTA발효반대는 노무현 뜻 아니다"

스카이뷰2 2012. 2. 13. 18:48

                                                      

서울 미국대사관앞에서 오바마에게 보내는 편지봉투를 들고 있는 야당인사들.

 

 

99%를위한 대통령은 없다-"한미FTA발효반대는 노무현 뜻 아니다"

 

 

요즘처럼 난세가 없다고 여기저기서 입을 모은다. 대한민국이 아무래도 ‘망쪼(亡兆)’가 들은 거 같다고 비관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런 것 같다. 예전엔 생전 하지도 않던 나라걱정을 자고나면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스스로 웃곤 한다.

 

‘나라 걱정’은 정치인에게 맡기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보니 그게 아닌 듯하다.

얼마 전 ‘모바일 투표’로 민주통합당 대표가 되었다는 한명숙이라는 여성이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라는 여성대표와 ‘수하(手下)’의 국회의원 20 여명과 예비후보 등 100 여명을 이끌고 미국대사관 앞에서 데모하는 장면을 TV화면으로 보면서 박장대소했다.

 

세상에나!!! 저거야말로 ‘개그콘서트’ 교본으로 써먹어야할 거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들은 ‘오바마 대통령 귀하(Barack Obama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와 ’조 바이든 상원의장 귀하‘라고 쓴 대형 봉투를 손에 쥔 채 머리 위로 쳐들며 구호를 외치며 웅성거리고 있었다. 마이크를 연예인포즈로 한 손에 든 한명숙이 ’낭랑한 목소리‘로 읖어 댄 말이 완전히트였다.

 

“이 서한이 오바마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들의 심금을 울려 발효가 중단되기를 기대한다”고 마치 북한 조선TV방송에서 김정일의 사망을 구슬프게 알리던 늙은 여자 아나운서 리춘희처럼 외쳤다.

그 장면이 그렇게 우스울 수가 없었다. '심금을 울려’라는 말 너무 웃기지 않는가. 무슨 막장 드라마 대사도 이보다는 유치하지 않을 것 같다.

 

세계 최대 강국 미국의 대통령 오바마는 10대 사춘기소녀처럼 나이브한 감상주의자가 아니다. 미 역사상 최초로 흑인출신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냉철한 이성과 통찰력을 갖춘 똑똑한 남자라는 걸 알 수 있다. 

 

오바마가 만약 대한민국 야당 대표인 69세된 여성이 자기를 향해 '심금을 울려같은 신파조 대사를 썼다는 얘기를 보고받으면 기막힌 표정으로 아마 코웃음을 칠 것이다.  어쩌면 옆에 앉은 미셸 오바마에게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른다. "미셸 한국 사람들좀 이상한 거 아니야"

 

이 세상의 국가 간 ‘외교관계’에서 ‘심금’을 울리기를 바란다는 어설픈 삐에로 같은 말을 제1 야당의 대표라는 사람이 낭랑한 목소리로 공개적으로 외쳐댄다는 건 코미디가 아니고 뭐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다. 블랙 코미디의 진수다.

 

우리 블로그는 요즘 될수록 정치문제는 코멘트를 하지 않기로 ‘노선’을 정했었다. 점점 더 이상한 정책 같지 않은 정책들, 특히 복지천국 같은 온갖 ‘무상 시리즈’ 정책들과 ‘한미 FTA발효 저지’만이

살 길처럼 외쳐대는 민주당이나 그런 그들의 황당무계한 주장을 제압하지 못하고 끌려가는 듯해 보이는 약해 보이는 여당 모습이 짜증나 더 이상은 정치에 대한 글은 쓰지 않으려고 했다. 

 

게다가 이 알량한 블로그에 정치 관련 글을 올려 본들 그게 과연 정신 줄 놓은 거 같은 대한민국 복지경쟁 정책 공약(空約)들에 과연 브레이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회의가 들면서 더더욱 정치동네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말하자면 자신이 한없이 무기력한 존재로 여겨진다는 말이다.

 

그러다 며칠 전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정책실정 등을 지내며 ‘정책 좌장’역할을 했던 김병준이라는 교수가 ‘99%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한 신문과 인터뷰한 기사를 보고 그래도 최소한의 양식이 있는 ‘좌파 인사’도 있다는 게 신통해 이렇게 몇 자 적고 있는 중이다.

 

김병준 교수는 “FTA 죽이자는 건 노무현 전 대통령 뜻이 아니다“고 딱 부러지게 말하고 있다. 한미FTA 협상과정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알고 있는 사람으로 자타가 공인한다는 김교수의 이 말에 한명숙을 비롯 ‘FTA 폐지만이 대한민국의 살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 사람들은 아마 대번에 ‘가자미눈’으로 김 교수를 힐난할 것 같다. 지금이 어느 땐데 저렇게 눈치없이 구냐며 빈정댈 것이다.

 

‘도와주진 못할 망정 재를 뿌려”라며 종주먹 질을 해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라는 옛말도 있는 것처럼 오죽했으면 ’노무현의 장자방‘이라고 블렸던 김병준이 쓴소리를 했겠는가.

 

김교수는 “보수 쪽은 FTA가 기회라고 하고 진보쪽은 재앙이 될것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둘 다 잘 못됐다”고 단언한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어느 진보 정당은 미국 투기 자본이 대한민국을 접수하고 의료보험이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 서비스 자본이 들어오면 도박천국 매춘천국이 된다고도 했다. 반면 정부는 근거 없는 낙관론만 폈다. 피해가 예상되는 부분에 대한 설명 없이 일 자리 수십만개가 창출될 것처럼 얘기했다. 두 가지 모두 왜곡과 과장 또는 근거 없는 낙관론이다”

 

김교수는 “진보와 보수 양쪽 모두 진영논리에 파묻혀 있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누가 집권해도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분노의 정치는 실패를 부른다. 1%의 탐욕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얘기를 정치인들이 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맞는 얘기 같다.

 

요새 야당은 한창 신났다. ‘1%대 99%’라는 월가의 시위 프레임을 슬쩍해 와선 재빨리 대한민국 정치판에  대립구도를 만들어 냈다. 1%최상위 그룹과 나머지 99%의 ‘박해받는 민중계급’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세계 경제규모 12위권 안팎이라는 대한민국 위상은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그들의 눈에 대한민국은 저 적빈했던 1960년대 불쌍한 대한민국만 있을 뿐이다. 이 얼마나 가당찮은 소리인가.

 

이번 4월 총선때 표 얻으려고 야당이 대한민국 국민들을 ‘선동질’ 한다는 보수쪽 ‘어르신들’의 주장이 과히 틀린 것 같지 않다. ‘정권 탈환’을 위한 얄팍한 술수 같다는 냄새도 솔솔 피어나는 것 같다.

제일 우스운 건 한미 FTA폐기를 ‘오바마의 심금’에 기대고 있는 한명숙 같은 여성은 노무현정권 시절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총리직을 지내면서 ‘한미FTA'를 누구보다도 더 열렬히 찬미했던 부류다. 대한민국 경제의 살길은 바로 FTA가 모멘텀이라며 외쳐댔던 인물이다. 

 

지금 백주 대낮에 저렇게 피켓 들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한미 FTA폐기를 악을 쓰며 외쳐대는 한명숙과 야당 사람들은 그야말로 99%가 자신들이 집권당시절엔 한미FTA'를 찬미했던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는 듯하다.

 

지금 민주당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10개 항목 중 9개는 노무현정부때 체결했던 것이라는 걸 그들은 어떻게 ‘변명’할지 궁금하다. 오죽하면 김병준교수가 '노무현 뜻이 아니다'라고 했을까.

지난 8일 ‘99%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라는 괜찮은 제목의 책을 펴낸 김병준교수의 주장은 그래서 더 양심적으로 들린다. 김교수는 주장한다.

 

“ 복지 없는 성장은 없다. 그러나 복지만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것도 자명하다. 철학자라면 저성장을 얘기해도 좋다. 적게 벌어 나누며 사는 사회,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사람들이 그러면 안 된다. 저성장의 아픔은 고스란히 서민에게 돌아간다. 스웨덴에도 성장 담론이 있다. 영리병원도 있고 영리 학교도 있다. 복지 속에 모든 것이 있다고 주장하는 우리나라의 진보 진영을 나는 걱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