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연습경기중인 오바마대통령(연합뉴스사진)
수행비서가 털어놓은 오바마의 '결점'과
날씬한 몸매 유지 비결
“오바마 대통령의 가장 심각한 결함은 아무리 더워도 승용차 내 에어컨을 켜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상원의원이던 시절부터 수행비서 역할을 해온 레지 러브(29)가 최근 말한 오바마의 ‘결점’이다. 레지 러브는 미국 TV스포츠채널 ESPN에 출연해서 이렇게 말했다.
“나를 미치게 한 건 그 친구(the guy)가 여름에도 에어컨을 끄고 승용차를 타는 걸 좋아했다는 것”이라면서 “나는 땀을 흘리기 시작하고, 차안은 화씨 80도(26.7℃) 정도로 올라가서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 자신의 얼굴에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릴 정도가 돼야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권한’을 포기하고 에어컨 켜는 것을 허락했다” 36도면 몰라도 26도 정도로 기절할 지경이란 건 좀 과장법인 듯하다.
결점치고는 좀 싱겁다. 러브의 이런 ‘불만’을 들으면서 문득 “집안 하녀에게 존경받는 장군은 없다”는
서양 속담이 떠올랐다. 레지 러브는 펜실베이니아대학에 편입하기 위해 올 연말 백악관을 떠날 예정이다. ‘세계의 대통령’이라고도 할 수 있는 최강파워맨 오바마 대통령의 수행비서라면 예사로운 직업은 아니다.
제아무리 최고 권력자라지만 대통령도 사람이니까 ‘인간적인 결함’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하루 종일, 잠자는 시간만 빼고 대통령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게 직업인 대통령수행비서라면 대통령의 기침소리만 듣고도 그의 심기를 단박에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심기 경호’란 말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말이지만 이 말은 백악관 수행비서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직업적 단어’같다.
레지 러브는 오바마가 상원의원이던 2006년부터 수행비서 역할을 해왔다.
러브는 처음에는 상원의원실 우편 담당 직원이었다가 수행비서가 됐고, 지금은 어떤 백악관 참모보다 대통령과 가까운 ‘오바마의 그림자’로 통한다. 이른바 ‘문고리 권력자’였던 러브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18시간 오바마 대통령의 옆을 지켜왔다.
러브는 종종 백악관 소파에서 새우잠을 자기도 하고, 늘 들고 다니는 가방에는 대통령 옷의 얼룩을 지우는 세제와 치실 등을 담고 다닌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함께 여행한 거리가 88만780마일(약 140만㎞)이라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을 정도로 두 사람은 늘 함께였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브가 옆에 있어도 전혀 개의치 않고 치실을 사용할 정도로 거리낌이 없었고, 러브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아이팟을 생일선물로 주고 최신 유행곡을 소개하기도 했다. 우리 블로그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지만 이 아이팟에 오바마는 비틀스나 밥 딜런의 노래를 비롯해 클래식 명곡 등 2천곡 가까운 음악을 담아놓고 수시로 들었다고 한다.
‘농구광’으로 알려져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기간에도 종종 듀크대 농구팀 주장 출신의 러브에게 연습경기를 요청했고, 이 ‘라이벌전’은 지금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오바마가 50대 초반의 나이에도 청년 같은 날렵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무래도 농구부 주장출신의 이 수행비서와의 ‘농구경기’덕분인 듯하다.
레지 러브는 찜통 차를 타는 것 외에는 꿈같은 직업을 가졌던 게 사실이지만 자신의 시간을 위해 떠날 것을 결심했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를 털어놨을 때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큰 형과 같았고 또 나의 스승이었다”면서 앞으로도 오바마 대통령과 종종 연락하면서 언젠가는 백악관에 잠시 들러 함께 식사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수행비서인 레지 러브 역시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수행비서로서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것 같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수행비서 레지 러브의 불만 아닌 불만을 보면서 왠지 훈훈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최고 권력자 오바마의 인간적 면모는 ‘합격점’을 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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