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미국인’김미루의 누드 행위예술-‘돼지와 함께 보낸 104시간’(I Like Pigs and Pigs Like Me (104 hours) )

스카이뷰2 2011. 12. 3. 18:39

 

  

 

                                '돼지와 함께 누드퍼포먼스' 김미루 홈페이지캡처. 로이터 다음뉴스사진. 

 

 

 

 

 

‘미국인’김미루의 누드 행위예술-‘돼지와 함께 보낸 나흘’(I Like Pigs and Pigs Like Me (104 hours) )

 

 서른 살 먹은 지식인 여성이 “나는 돼지를 좋아하고 돼지는 나를 좋아한다.”고 외치며 완전누드로 돼지우리에서 돼지들과 함께 나흘간 뒹굴고 있다면 우리는 그녀를 어떻게 생각할까.

더구나 그 여자는 ‘돼지와 함께한 나흘’이라는 ‘예술’을 구경꾼들에게 완전공개하고 있는 중이라면 우리네 보통사람들은 대번에 그 여성을 ‘살짝 맛이 간’사람으로 볼 확률이 90%이상이라고 본다.

 

더구나 미국 최고 명문고교와 명문대학 출신 학벌의 소유자라면 적잖은 한국사람들은 ‘이질감’이나 ‘위화감’ ‘거부감’을 느낄 것이다. 다행히 그 여자는 한국인의 외양이지만 국적은 미국인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1981년 미국 Massachusetts Stoneham에서 태어난 그녀의 이름은 김미루. 부모는 모두 한국인이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꽤 유명인사의 딸이다. 온라인뉴스에선 ‘누구의 딸’을 앞세워 그녀의 이 ‘희한한 행위예술’을 흥미위주로 알리고 있는 중이다. 우리 블로그에선 그녀를 굳이 누구의 딸이라는 시각에서 보고 싶지는 않다. 예술가에게 그런 시각은 일종의 모독일 수도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김미루는 14세까지는 서울에서 성장했고, 15세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서 살고 있다.  필립아카데미라는 명문고교와 명문 컬럼비아대학에서 프랑스어·낭만주의 문헌학 학사 과정을,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회화과 석사 과정을 각각 마쳤다. 한국식으로 따지자면 ‘남부러울 거 없는 일류학벌’의 소유자다. 말하는 걸 봐도 꽤나 똑똑함이 느껴진다. '원어민수준의 미국어'를 구사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현재는 저렇게 '돼지들과 함께 보내는 나날‘이라는 ’예술‘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오늘 처음 온라인뉴스를 통해 그녀의 존재를 알았지만 이미 그녀는 ’누드사진작가‘로 꽤나 주목을 받고 있었던 거 같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알몸’을 주제로 사진작업을 하고 있는 여성이다.

 

김미루의 홈페이지(http://kimmiru.com/)를 방문해 한참동안 그녀의 ‘작품세계’를 감상했다. 꽤나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느껴진다. 이스탄불의 사원이나 폐허가 된 도시의 건축물 안에서 벌거벗고 뛰어다니는 그 여성의 ‘예술행위’는 알듯모를 듯 공감가는 부분이 전달된다.

 

무언가 이 여성예술가는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갈구하는 듯하다. 누구라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꼈을 법한 답답한 심정을 훌훌 멋대로 확 날려버릴 수 있는 문화적, 예술적, 경제적 배경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녀는 조금은 ‘호사스러운 예술가’로 보인다.

보통여성이 아님은 틀림없다. 예술에 대해 별 아는 게 없지만 그녀가 추구하고자 하는 ‘예술의 세계’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온라인 뉴스를 도배한 ‘돼지와 함께 보내는 나흘’의 원제는 (I Like Pigs and Pigs Like Me (104 hours). 미국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에서 열린 바젤 아트 페어에 참가해 이 파격적인 ‘돼지와의 누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미술관 앞에 마련된 돼지우리에서 돼지 2마리와 함께 옷을 입지 않은 채, 완전누드로 104시간 동안 지내고 있는 것이다. 관객들은 ‘나는 돼지를 좋아하고 돼지는 나를 좋아한다 (104시간)’이라는 이름의 이번 작품을 유리벽을 통해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다.

 

김미루는 “이번 작품을 통해 어둠에 대한 두려움, 위험함에 대한 두려움, 더러움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녀의 ‘예술행위’에 대해선 이론(異論)을 달 생각이 추호도 없다. 예술가들이야말로 우리시대의 ‘공기청정기’역할을 하는 사람들인 만큼 그네들이 무얼 추구하든 온전히 그들 자유다.

 

김미루의 이번 ‘설치예술’은 자신의 누드를 출연시켰다는 점이 다소 생소하지만 어쨌든 그녀가 느끼고 있는 시대적 불안이나 두려움 더러움 이런 걸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다니 그녀의 주장을 고스란히 수용하고 싶다. "이 작품은 프랑스 철학자의 책을 읽고 많은 영감을 얻었으며 돼지와 함께 있을 때 진정한 나를 발견 하는 것 같다" 는 설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왜 돼지여야만 했는지를 이해하기는 다소 어렵다. 물론 ‘예술가의 영감(靈感)’을 일일이 이해하긴 어려운 일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에겐 ‘돼지와 함께 돼지우리에서 나흘을 뒹구는’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타인들에게 ‘전시’한다는 건 혐오스럽게 느껴지지만 ‘예술가의 영혼’은 ‘돼지에게서 발견하는 순수함’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이같은 파격적 누드 퍼포먼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는 모슬렘 국가인 터키 이스탄불에서 폐허가 된 역을 배경으로 누드 사진을 찍다 경찰에 체포될 뻔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체포될 뻔했다는 건 ‘와전’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미루의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면 이스탄불에서 완전누드로 뛰어다니거나 웅크리고 있는 그녀를 발견할 수 있다.

 

지난 3월에는 '돼지, 고로 나는 존재한다(The Pig That Therefore I Am)'라는 누드 프로젝트를 진행해 뉴욕타임스의 조명을 받기도 했다. 유력지인 이 신문은 “뉴욕에서 성장한 김미루가 철학자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도교와 불교에 심취했다”며 “이 사상의 영향으로 누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사람들도 '누구의 딸'이라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김미루는 요즘 한복입고 EBS TV에서 ‘중용’을 강연하고 있는 김용옥교수의 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