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청와대서 '인생강연'한 부활' 김태원

스카이뷰2 2011. 12. 8. 00:06

(청와대 홈피사진)

 

 

 

                   청와대서 '인생강연'한 부활' 김태원

 

 

‘멘토 범람시대’ 이다보니 ’국민 멘토‘라는 말도 등장했나보다. 남자인데도 ’국민 할매‘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는 록밴드 기타리스트 김태원이 '국민멘토'로 7일 청와대를 방문했다.

대통령 과학장학생과 국제과학올림피아드 대표학생, 대통령 포스트닥 펠로우 등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오찬 초청을 받은 240여명의 과학 엘리트들이 ‘보고 싶은 사람’으로 김태원을 지명해 청와대측이 그를 ‘강연 연사’로 초대한 것이다.

 

말총머리의 록그룹 리더가 청와대에서 ‘과학 엘리트’들에게 ‘인생 강연’을 한 것은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오랫동안 ‘무명’으로 음악활동을 해왔던 김태원은 한 TV방송국 예능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국민할매라는 별명도 그 프로에서 얻었다.

 

그 후 김태원은 모 방송국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자상한 멘토‘로 급부상했고, 무릎팍도사에 출연 자신의 외아들이 자폐아라는 걸 고백하면서 ’국민적 동정‘을 받기도 했다. 아무튼 ‘TV스타’ 김태원을 대한민국 최고 과학엘리트들이 보고 싶어한다는 건 TV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하다는 걸 보여주는 한편, 김태원의 ‘말빨’이 얼마나 호소력이 있는지를 입증해준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미리 ‘연습’하고 나오는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쩌다 그가 심사위원으로 나오는 오디션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에게 ‘심사경과’를 설명해주는 김태원을 보면 ‘시적(詩的)인 언어구사력’이 출중하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그가 만든 노래도 몇 곡 들어봤지만 소녀취향이 매우 강한 가사와 애절한 멜로디가 40대 남성이 만든 것 같지 않다. 그만큼 섬세하고 명주실 같은 고운 정서가 그의 감성에서 우러나오는 것 같다는 말이다.

 

대한민국으 내로라하는 과학영재 출신 엘리트 청년들이 김태원을 ‘만나고 싶은 명사 0순위’로 꼽은 것도 이해가 간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나 할까. 과학과 예술은 어쩌면 전혀 다른 분야이면서도 서로 통하는 어떤 ‘공감대’가 있어 보인다.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한 아인슈타인도 평생 ‘바이올린 연주’를 취미로 삼고, 자신에게 바이올린이 없는 인생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말을 했다. 그만큼 ‘순수한 세계’끼리는 통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평소 ‘너절한 옷차림’의 록밴드 리더답지 않게 김태원은 ‘간지’나는 청색 양복을 쫙 빼입고 긴 스카프를 걸친 채 강연했다. 자신의 인생살이 ‘네버 엔딩스토리’를 들려주고 있는 품새가 사진으로만 봐도 꽤나 멋지게 보인다.

 

김태원은 줄곧 1등으로 달려온 이 엘리트들을 상대로 평탄하지만은 않았던 자신의 연예활동과 인생경험담을 털어놓으며 `인성'의 중요함에 대해 말했다. 언젠가 김태원은 TV에 출연해 자신은 ‘야간 고등학교’ 출신이지만 당시에도 같은 학교의 주간부 학생들을 한 수 아래로 내려다봤다고 호기롭게 말했었다. 아마 이 과학영재들에게도 ‘공부’만이 인생에서 제일로 중요한 건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을 것이다.

 

김 씨는 "제게는 단 하나의 무기가 있다"면서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그 무기는 내놓기도 부끄럽고, 크지도 않은 순수라는 것으로써 제 유일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또 "나는 예전에 연예 활동을 하면서 굴곡이 많았다"면서 이를 극복했던 과정을 설명하고 "정상에 있을 때 나눠주는 마음을 갖자. 목적 없이 성공해 버리면 불행하다"는 ‘격언’ 비슷한 말도 했다.

 

그는 "정상에 있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정확히 가고자 하는 곳까지 목표를 정하고 또 그다음 목표도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독특함을 유발할 수 있는 학생이 돼 달라"면서 "인생의 단 1초도 심심해서는 안 되고, 사건에 포함돼야 한다. 저는 매 순간 사건을 만들고 있고 의문을 풀어가며 심심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자기자랑도 했다.

 

사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단 1초도 심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마도 ‘영재’들을 더 격려하기 위한 ‘덕담’이었을 것이라고 본다. 청와대 블로그에 뜬 동영상을 보면 김태원의 다소 과장 섞인 강연에 감동한 ‘새내기 과학도’들의 해맑은 표정이 퍽 이채롭다.

 

 아마 여지껏 ‘공부밖에’ 별로 다른 세계를 경험하지 못한 ‘엘리트’들이라서 ‘끼’로 뭉쳐진 록 아티스트의 과장법을 그냥 그대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청와대에서 한 김태원의 강연은 일반인이 봐도 꽤 재밌다. 무슨 모노드라마의 주인공같은 그의 ‘강연 연기’는 볼만하다.

그는 또 "여러분의 아름다운 두뇌에 감성이 풍부한 두뇌가 더해진다면 그 어떤 것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저는 음악으로 편견과 차별을 깰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어느 분야든 ‘정상(頂上)’에 오른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온갖 간난신고 끝에 정상에 오른 사람은 비록 ‘좁은 세계’를 파고 들었지만 궁극적으로는 드넓은 세계로 나갈 수 있는 ‘티켓’도 함께 받아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과학의 최정상 엘리트들과 한국 록그룹에서 톱스타로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태원은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행사장에 들어오자 김태원은 자신이 최근에 낸 자전 에세이와 음반을 선물했다. 이에 이 대통령이 "식사는 꼭 하고 가라"고 말하자, "메뉴가 뭔가요"라고 물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현직대통령에게 ‘청와대 식사메뉴’를 물어본 사람은 아마 김태원이 처음일 것 같다. 청와대에 초청받아 간 사람 중 대통령에게 '예정에 없는 질문’을 하는 건 금기시하는 걸로 알고 있다. 

김태원의 돌발질문은 록가수로서의 자부심을 보여준 듯하다. 말총머리 휘날리며 거칠 것 없이 무대를 평정하는 그 기세를 발휘한 것이라고 본다.  

 

아래 김태원의 청와대 강연 내용전문을 소개한다.

 

"제게는 단 하나의 무기가 있습니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무기.

그 무기는 내놓기도 부끄럽고, 크지도 않습니다.

바로 '순수'입니다.

제 유일한 자산은 순수입니다.

 

인생에서 단 1초도 심심해선 안됩니다. 사건이 있으면 들어가세요.

그 사건이 어떤 색깔을 갖고 있든, 사건을 두려워 마십시오.

저는 지금도 매순간 사건을 일으키고, 스스로 의문을 만들고,

스스로 의문을 풀어가며 심심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름다운 두뇌에 감성이 풍부한 두뇌가 더해진다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나이 아니겠습니까.

목적이 없이 성공해버리면 불행합니다.

자기가 정상에 올라가서 뭘 해야할 지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확히 가고자 하는 곳까지 목표를 정해야 하고, 그 다음의 목표도 정해야 합니다.

 

저는 최고점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받은 것을 나눠주려 합니다.

이제 다 비워줄 것입니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음악이든, 책이든, 말이든 다 나눠줄 것입니다.

여러분은 생각 하나로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습니다.

최고점에 갔을 때 조금도 흔들리지 말고 다 나눠주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분명히 성공할 것입니다.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