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정명훈 “난 음악밖에 몰라 …아침에 일어나 악보만 보고, 퇴근 후엔 요리만 하는 사람이다”

스카이뷰2 2011. 12. 18. 13:36

 

 

2012년 서울시향 지휘자 연봉 협상을 마친 정명훈(왼쪽)과 박원순(다음-연합뉴스사진)

 

 

       정명훈 “난 음악밖에 몰라 …아침에 일어나 악보만 보고,

        퇴근 후엔 집에서 요리만 하는 사람이다”

 

 

예술과 돈은 거리가 먼 것이라고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니 요즘도 예술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고 살기’ 쉽지 않다. 젊은 무명의 예술인들의 자살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게 요즘 세태다.

화가 반 고흐가 37세 때 자살로 삶을 마감했던 10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무명 예술인’의 설움은

대동소이하다.

 

반면 극히 일부 스타 예술인들은 귀족적인 초호화 삶을 누리고 있다. 예술계에도 빈익빈 부익부, 요즘 말로는 ‘1%대 99%’의 양극화가 극심하다. 예술인에게 ‘스타’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건 어쩌면 교양부족일지도 모르겠지만 요새는 사회 전 분야가 하도 ‘스타 시스템’ 위주로 돌아가고 있어 예술 분야라고 예외는 아닐 것 같다.

 

'고귀한 예술과 예술인‘ 앞에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돈‘을 ’투전놀이‘하듯 따져보는 건 며칠 전 “지휘자 정명훈 연봉 7억원 삭감 예정’이라는 섬광(閃光)같은 기사 제목을 보고 나서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의 눈에는 ‘연봉에서 7억 원을 삭감’한다는 얘기는 그야말로 ‘경천동지(驚天動地)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대체 얼마를 받기에 7천만원도 아니고 7억원이나 삭감한다는 게 뉴스 제목으로 떴단 말인가.

 

우선 온라인에 보도된 ‘정명훈 연봉 삭감’기사를 보면서 대한민국도 많이 발전했다는 걸 새삼 느꼈다. 보도에 따르면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은 연간 약 20억 원 이상의 돈을 서울시로부터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시립교향악단 1년 예산의 9분의 1수준이라고 한다.

 

정명훈 감독은 지난 2005년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세계 10대 교향악단에 들게 하겠다는 취지 아래 영입됐다. 하지만 서울시민의 세금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2010년, 서울시는 정명훈 예술감독에게 총 20억4200여만 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정 감독은 한 번 지휘할 경우, 4,244만 원을 받고 있다. 거기다 유럽으로 출장을 오갈 경우, 퍼스트 클래스 왕복비행기 표 2장이 횟수에 상관없이 무한대로 지급된다.

 

뿐만 아니라 연간 1회에 한하여 유럽-한국 왕복 항공표(비즈니스 클래스 3매)와 연간 2회 이내에서 정명훈 예술감독 매니저의 유럽-한국 왕복 항공표(비즈니스 클래스 1매)도 준다. 이 모든 비용을 서울시에서 부담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유럽에 상근하는 정명훈 감독의 외국인 보좌관 활동비 3만 유로(약 4500만 원)도 서울시에서 냈다. 또한, 해외 섭외비, 객원섭외 지휘자, 협연자 섭외비와 단원 섭외활동비 등 사용처가 불분명한 비용 4만 유로(6000만 원)도 정명훈 감독 은행 계좌로 보냈다.

이렇게 지급한 돈의 사용내용은 서울시향재단도 잘 모른다는 게 눈길을 끈다.

 

알려진 바로는 미국 오케스트라 지휘자 연봉 평균은 6만9842달러이고 회당 지휘료를 받아가는 상임 지휘자는 없는 실정이다. 정 감독의 연봉은 이전에 지휘했던 바스티유 오페라단과 라디오 프랑스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까 정명훈은 세계 최정상급 대우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정 감독에게 2011년 1월부터 8월까지 차량 렌털비 4000만 원, 항공료 1억4000만 원을 지급했다. 또한, 해외로 나갈 때, 자신의 아내와 동반으로 나가면서 그 비용을 서울시에 내도록 했다.

스스로가 별 아는 게 없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지휘자 정명훈씨가 얼마를 받고 서울시향에서 일 해왔는지는 전혀 몰랐다. 이렇게 ‘초호화 대우’를 받고 있다는 건 더더욱 몰랐다. 그렇다고 배가 아프다는 얘기는 아니다.

 

음악에 대해 불학무식하지만 적어도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얼마나 어려운 직업이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정명훈의 연봉에 대해 일반 직장인과 ‘단순 비교’하면서 많다적다를 따진다는 건 무식하고 교양 없는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상식이라는 잣대를 정감독에게도 적용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그가 받는 대우는 좀 지나치다고 생각할 사람이 많을 듯하다.

 

사실 정명훈씨의 ‘연봉’이 얼마인지는 아마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서울에 사는 시민 중 정명훈의 월급액수를 알고 있는 사람은 서울 시향 관계자나 서울시 예산 담당자 그리고 서울 소재 음악대학 교수들 정도일 것이다. 그러니 내가 그 남자의 월급액수가 얼마인지 몰랐던 건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르겠다. ‘연봉 7억원 삭감 예정’이라는 제목을 보고 놀랐던 것 역시 그리 ‘촌스러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정명훈’ 하면 지금 젊은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친 남동생이자 30여년전 무슨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해 대한민국 전 매스컴이 난리법석을 떨었던 ‘화제의 인물’이다. 1970년대 초반만해도 대한민국은 지금처럼 ‘세계적인 나라’는커녕 필리핀 보다 못살던 영세한 나라였다.

 

그래서 1등할 실력인데 ‘국력’이 받쳐주지 않아서 2등했다 이런 얘기는 비단 정명훈 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뉴스는 아니었다. 그때는 거의 모든 국제대회에 참가했던 ‘대한민국 예술인’들이 애석하게도 차점으로 입상했다는 소식만 들려오면 ‘그놈의 국력’탓으로 돌리면서 거의 온 국민이 함께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어쩌면 지금 대한민국이 경제규모 세계 12위권을 자랑하는 ‘부자 나라’로 등극한 것도 지난 30여 년 간 온 국민의 ‘국제 규모 대회’에 대한 국력 콤플렉스와 경제에 대한 원한이 똘똘 뭉쳐져 그걸 원동력 삼아 급기야 ‘세계 부자나라’에 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쨌든 이제는 ‘국력이 모자라 졌다’는 식의 한탄은 쏙 들어간 상태다. 오히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 몇 위’를 다투며 세계인들을 놀래키고 있는 중이다.

그러고 보니 1등 안해도 될 분야인 자살률이라든지 출산율 실업률 이혼율 등등 부정적인 분야마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현상을 보여주고 있는 시절이다.

 

이런 와중에 ‘정명훈 연봉 삭감’에 대한 기사가 터져 나온 것이다. 그러니까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한 요즘 신세대들이야 정명훈씨가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는다 해도 별 놀라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세계 최빈국이었던 시절의 대한민국과 함께 성장해온 올드 세대들은 그 남자의 연봉을 7억 원이나 삭감하기로 했다는 뉴스엔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엊그제 한 신문에 나온 ‘정명훈 인터뷰’를 보니 그는 ‘돈을 모르는 예술가’로서의 모델케이스 같기도 하다. 정명훈은 연봉 논란에 대한 보도를 봤냐는 질문에 이렇게 나이브한 대답을 해 미소 짓게 만들었다. “저는 신문을 안 봐요. 아침에 일어나 악보를 보고 (집에서) 나와 연습을 하고 다시 집에 가서 요리하는 사람이죠.”

 

그러고 보니 정명훈이 언젠가 ‘요리책’을 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세계적인 지휘자’가 ‘요리’에 일가견이 있다는 건 약간은 ‘매력적’이다. 하기야 요즘 웬만한 ‘댄디보이’들은 요리하는 걸 취미로 내세우는 게 유행이라니까 ‘젊은 오빠’ 정명훈도 그런 대열에 합류한 것이라고 보면 별 이상할 건 없다.

 

게다가 그의 모친은 왕년에 서울 명동에서 제일 큰 냉면집을 경영했다는 매스컴 보도를 참조해보면 정명훈의 요리취미는 집안내력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복잡한 연봉문제’가 터져도 그는 그런 ‘돈’문제는 별 관심없이 요리만 하는 ‘순수한 영혼’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또 이번 연봉 논란에 대해 들은 적이 없냐는 질문에도 ‘남의 일’처럼 답했다. “서울시(의회 의원)가 그렇게 지적을 했다고 하던데. 그 정도만 내가 알고 있다. 자세한 것은 나도 잘 모른다. (서울시향 관계자를 가리키며) 저 사람들에게 물어봐라.”

 

이런 정명훈과 지난 10월 말 새 서울시장에 취임한 박원순시장이 ‘연봉협상’문제를 두고 며칠 전 만났다고 한다. 이날 회동에선 논란이 된 유럽 주재 보좌역 인건비, 가족들의 유럽 왕복 비즈니스 항공권 3장, 국내 판공비 등의 경비를 삭제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정 감독은 내년부터 2억4200만원의 기본 급여와 회당 지휘료 4250만원을 받게 된다.

 

기본 급여는 동결하고 회당 지휘료만 5% 증액했다. 연봉은 연간 지휘 횟수에 따라 결정된다. 시민들에게 무료로 공개되는 ‘찾아가는 음악회’ 지휘료는 지금까지 회당 지휘료의 절반을 받았지만 내년부터는 무료로 지휘하기로 했다고 한다. 정 감독은 올해 ‘찾아가는 음악회’를 제외하고 총 35회 지휘를 했다. 내년에 같은 횟수를 지휘할 경우 약 17억원의 연봉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나는 정명훈씨가 얼마의 연봉을 받든 말든 별 관심이 없다. 단지 서울시민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시향의 문제라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최소한의 ‘언급’할 자격은 있다고 본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자신의 돈이 아닌 '나랏돈'으로 비행기 퍼스트클래스를 탄다는 건 최소한 나의 상식으로선 그리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고 꼭 이코노미석을 타야한다는 건 아니다. 무슨 재벌 회장이 아닌 이상 장차관이나 국회의원 또 이렇게 서울시향 지휘자 이런 ‘지도층 인사’들은 웬만하다면 소박하게 ‘비즈니스 석’정도를 타면서 ‘국민의 혈세’를 절약하는 데 동참한다면 오히려 그들은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이 자리는 소위 '지도층 인사들'의 비행기 퍼스트클래스 이용 가부를 논하자는 게 ‘본질’이 아니다. 다만 내년(2012년) 서울시향 지휘자 정명훈감독의 연봉이 그의 ‘양해’로 7억원이나 삭감된다는 소식을 듣고 ‘스타 예술인’의 대우에 대한 기준이 애매해 한마디 언급해 본 것이다.

 

‘요리하기’가 일상이자 취미라는 정명훈 감독은 그러니까 내년엔 '삭감해서' 약 17억원의 연봉을 받는다고 한다. 나처럼 단순한 사람에겐 ‘삭감한 연봉액수’에도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렇지 않는가. 놀라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스타 예술인의 대접이 그렇게 소홀해서야 쓰겠냐고 나무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한 것이니까. 

 

아무래도 이럴 때 바로 개그콘서트 ‘애정남’의 도움이 필요한 것 같다. '정명훈 연봉삭감'을 보고 놀랄 것이냐 말것이냐에 대해 '명쾌한 애정남'이 어떤 '정의'를 내려줄 지 사뭇 궁금하다.  

 

                  

           <미국 10대 오케스트라, 10대 음악감독 연봉>

        CSOM 2011 Compensation Reports: Music Directors(음악감독 최상위 10위권)

       출처 : Adaptistrat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