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애정남 코너.(엑스스포츠뉴스사진-다음뉴스)
‘애정남’ 최효종이 정해준 농담과 디스의 기준
얼마 전 한 포털사이트에서 조사한 우리 사회의 시대상을 반영한 2011 신조어들 중 ‘애정남’이 1위에 올랐다. 애정남은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의 줄임말로 일상 속에서 겪게 되는 애매한 상황들을 명쾌하게 정리해주는 개그 프로그램의 제목이다.
'아저씨와 오빠'의 차이라든지 '아가씨와 아줌마'를 구별하는 기준, 결혼축의금을 3만원, 5만원, 10만원 해야하는 상황에 대한 기준 등을 개그맨 답게 유머러스하게 설명해주는 걸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에서 이 '애정남' 코너가 하일라이트인 듯하다. 거의 매주 이 코너가 연예뉴스의 톱을 장식하곤 한다.
하지만 개그 콘서트를 보는 사람들은 ‘애정남’이 어떤 말이라는 걸 알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게 당연하다. 물론 인터넷 사용인구가 전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어쩌면 ‘애정남’은 그리 낯선 단어는 아닌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올드 세대인 50대 후반 이상에겐 ‘애정남’이 뭐라는 걸 다시 설명해주는 ‘제2의 애정남’이 필요할 것 같다.
며칠 전, 어떤 블로거가 현재 제일 잘 나가고 있다는 여성 방송작가에게 “당신은 왜 ‘뿌나’의 아무개를 ‘디스’하고 있는가?”라며 항의하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실은 걸 제목만 본 적이 있다. 그 짧은 문장에서 두 개의 단어가 무슨 뜻인지 잘 몰라 잠시 당황했다.
‘뿌나’ 와 ‘디스’다. 디스는 어렴풋이 유추할 수 있었지만 뿌나는 아무래도 그 뜻을 해석하 기 어려웠다. 원, 한글의 뜻을 모르다니 이젠 완전 구세대로구만하며 스스로를 한탄했다.
그 두 단어의 정확한 뜻을 알기 위해 인터넷 서핑을 요리조리하다가 ‘드디어!’ 그 ‘깊은 뜻’을 알아내고 혼자 쾌재(快哉)를 불렀다.
‘뿌나’는 요즘 sbs의 수목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약자라는 것이다. 맙소사! 아무리 약자(略字)전성시대라지만 그 드라마를 보는 사람이라도 문장 중에 그렇게 ‘뿌나’라고 덜렁 쓴다면 알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올드세대에 한해서다. 문득 예전에 학교다닐 때 배웠던 시조 중 한 구절이 떠오른다. ‘늙기도 설어라커든’... 한국말 뜻 조차 잘 몰라서 어리버리해야 한다는 이 현실이 좀 씁쓸하다. 어쨌든 그 뜻을 알아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디스’의 뜻 역시 ‘친절한’ 인터넷 검색기능 덕분에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KBS 개그콘서트-애정남'에서 최효종이 농담과 디스의 차이를 명쾌하게 정리해 눈길을 끌었다는 것이다. 얼마 전 방송에서 최효종은 "농담과 디스의 차이, 경계가 모호하다"며 "농담은 웃음을 주지만 디스는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렇구나!
개그 콘서트에서 최효종은 "둘이 있을 때 얘기하면 농담이며, 사람이 많을 때 얘기하면 디스다. 단, 전혀 찔리지 않으면 농담이다"고 말해 시청자와 방청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나왔다.
‘디스’에 대한 인터넷 사전의 설명은 이렇게 나온다.
'존경'을 의미하는 'respect'의 반대인 'disrespect'의 줄임말로, 주로 다른 그룹이나 사람을 폄하하거나 공격하기 위한 행동 혹은 노래를 일컬음. '개그콘서트-애정남'에서 농담과 디스의 차이를 명쾌하게 정리해 화제를 모음.
그러고 보니 ‘디스’는 얼추 짐작했던 게 맞았다. 그 익명의 블로거는 그 인기있는 방송작가의 오만함을 질타하면서 “당신이 뭔데 뿌리 깊은 나무의 작가를 무시하느냐”라고 항의했던 것이다.
인터넷 시대이다 보니 ‘공부’해야 할 ‘거리’들이 자고나면 무척 많이 생겨나는 것 같다. 아주 오래전 어른들이 “인간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고 말씀했던 그 ‘깊은 뜻’을 이제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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