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돔의 새 왕자, 근짱 장근석-모교에 장학금 12억원 쾌척한 ‘큰손’

 

마차탄 프린스차림으로 무대에 등장한 장근석(트리제이컴퍼니 제공)

 

 

 

 

 

도쿄 돔의 왕자, 근짱 장근석-모교에 장학금 12억원 쾌척한 ‘큰손’

 

장근석이 일본의 여심을 휘어잡고 있다. 새로운 ‘한류 왕자(韓流王子)’가 탄생한 것이다.

지난 26일 저녁 7시 일본 도쿄 돔에는 ‘근짱(장근석의 애칭)’을 보기 위해 적잖은 티켓비를 지불한 열성팬들이 5만 명 가까이 모였다. 5만 명! 대단한 인파다. 1만 명이 한 곳에 모여도 굉장하다. 그런데 무려 5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였다면 이건 일대 ‘사건’이다.

 

요즘 같은 세상엔 제아무리 유명한 정치인이 연설을 한다 해도 이 정도 규모의 청중을 한 곳에 모으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꽤 비싼 티켓을 사야한다면 열이면 여덟 명은 외면하는 게 추세다. 그런데 자발적으로, 그것도 표를 못 사서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하는 수백 명의 젊은 여성들이 아우성쳐댔다면 이건 예삿일이 아니다.

 

한류스타 2세대의 대표주자 장근석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기세다. 한류스타 붐을 일으켰던 ‘욘사마’ 배용준이 주로 40대에서 70대까지 중,노년 여성팬들을 거느렸다면 장근석은 ‘콧대 높은’ 20대 도쿄 아가씨들을 중심으로 일본 전역의 신세대 여성들이 주요 팬 층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40대 이상의 주부들과 할머니들이 ‘귀여운 근짱’을 외쳐대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까 '세대불문‘하고 일본 여성들은 장근석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는 말이다.

 

장근석은 이미 지난 10월 도쿄· 오사카·나고야 순회공연에서 6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해 ‘티켓 파워’를 과시했다. 지난 26일 도쿄 돔 공연은 올해 마무리 공연이었기에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거의 폭발수준에 이르렀던 것이다. ‘2011 더 크리 쇼-더 비기닝’이라는 타이틀로 열린 이 날 공연에서 장근석은 자신을 ‘왕자’라고 소개하며 무대 위를 날아다녔다.

 

“미나상, 쿄오노 프린스 장근석데스!(여러분 오늘의 왕자 장근석입니다)." 이 멘트에 5만에 가까운 팬들은 ‘근짱’을 외치며 환호했다. 상상해보시라! 그야말로 장근석은 왕자님으로서의 존재감을 스스로 만끽했을 것이다. 한국, 일본을 초월해 글로벌 시대인 요즘 이만큼 신나는 일은 드물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외국인 연예인을 보기 위해 티켓을 구매하고 몇 시간씩 차를 타고 달려온 ‘그녀들’의 마음을 이해할 만도 하다.

 

이번에 5만명 인파가 몰린 도쿄돔은 일본에서도 최정상급 스타들만이 설 수 있는 무대다. 도쿄돔에서 콘서트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일본인들이 인정하는 아티스트'라는 의미를 지닌다. 규모가 워낙 커 탄탄한 팬 층이 없는 사람들은 기회 자체를 가질 수 없다고 한다.

 

이날 공연에서 장근석은 금발의 가발을 쓰고 나왔다. 동화에 나오는 ‘프린스’차림이었다.

공연은 '아시아 프린스' 장근석이 팬들을 자신의 성으로 초대한다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은밀한 공간인 침실을 비롯해 왕실의 정원과 친구들을 초대해 신나게 노는 클럽도 등장했다.

 

장근석은 공연 내내 거의 한국어를 쓰지 않았다. 일본어로 팬들과 정감어린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노래는 모두 한국어로 불렀다. 장근석이 일본 팬들에 최대한 가까이 가면서도 한국인의 긍지를 잃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호평 받을 만하다.

 

드라마 '매리는 외박중' 삽입곡 '헬로 헬로'를 시작으로 3시간 남짓 펼쳐진 공연. 장근석은 그 시간만큼은 완벽한 왕자였다. 팬들은 그의 손짓에 맞춰 팔을 휘저었고, 객석을 파도타기로 물들였으며, 그가 농담할 때마다 웃음보를 터뜨렸다고 한다.

 

‘근짱의 인기’를 만들어준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의 삽입곡 '여전히'를 탤런트 박신혜 함께 불렀을 때 환호는 절정에 달했다. 박신혜는 이 드라마에서 ‘남장 가수’로 나왔다. 극 중에서성격이 까칠한 ‘톱 스타’로 나온 장근석은 박신혜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를 보호해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드라마는 작년 일본에 방영되면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면서 장근석은 일약 ‘신 한류 스타’로 떠올랐다. 그 전까지는 팬 미팅 순회공연을 하더라도 2000석 객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드라마 방영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장근석으로서는 ‘미남이시네요’가 ‘기적의 드라마’가 된 셈이다.

 

장근석은 일본의 팬들을 '우나기(장어)'라 부른다. "기운을 북돋는 보양식 같은 존재"란 뜻에서다. 장근석이 서툴게 통기타를 튕기며 '우나기'라고 하니, 팬들은 일제히 '프린스'라고 화답했다. 그는 크레인에 올라타고 20m 위로 솟는가 하면, 열기구에 올라타 공중을 떠도는 등 갖가지 쇼로 '우나기'들을 매료시켰다고 한다.

 

‘총명한’ 장근석은 공연 내내 유창한 일본말로 팬들에게 더 다가갔다. 독학으로 익힌 실력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무슨 일이든 거저 되는 일이 없듯이 장근석도 ‘한류스타 근짱’으로 거듭 나기 위해 적잖은 노력을 쏟아 부은 것 같다.

 

공연구경을 온 팬들은 장근석이 모교에 12억원의 ‘거금’을 장학금으로 쾌척한 사실까지 꿰고 있었다. 그녀들은 장근석의 ‘착한 마음씨’를 사랑한다는 말도 했다.

장근석의 후배를 위한 장학금 기부는 일본 팬들뿐 아니라 한국인들도 놀라게 했다. 연예인들이 이런저런 기부를 적잖게 하고 있지만 모교의 후배를 위해 한 연예인이 12억원이라는 거금을 기부했다는 건 수식어가 모자랄 정도로 대단한 일이다.

 

한 인터뷰에서 장근석은 "학교를 다니면서 연극영화과에 대한 고민을 참 많이했다. 연영과가 다른 과에 비해 등록금이 높은 편이다"며 "그래서 중간에 그만두는 후배들을 많이 봤다. 그런 친구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에 기부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근석은 “12억 원은 1만 명이 반 학기를 다닐 수 있는 금액이라고 들었다. 부디 경제적 형편 때문에 중도 포기하는 친구들이 없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 도쿄돔 콘서트가 ‘대성공’을 이룬 것에는 장근석의 이런 장한 마음도 단단한 받침돌 역할을 한 것 같다.

 

이 대단한 ‘한류스타’ 장근석을 보면서 ‘장강의 뒷 물결은 앞 물결을 밀어내고, 세상의 새 사람은 옛사람을 바꿔친다(長江後浪堆前浪 世上新人換舊人)는 옛말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