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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의 '놈놈놈'-나는 평범한 놈
이 나이가 되도록 영화감독과 축구감독들 중엔 왜 한결같이 ‘미남형’이 많은지에 대한 명쾌한 분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은 변변치 않은 주제여선지 이 영화와 축구 분야에 ‘미남형 감독들’이 많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 아침신문 스포츠 면에 실린 홍명보 와이드 인터뷰를 보고나서 그동안 시간 낼 틈이 없어 미처 ‘연구’를 끝내지 못했던 미남형 감독들에 대한 단상이 떠올랐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한민국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 홍명보는 차분하면서도 속정이 깊을 것 같은 ‘미남형 감독’ 에 속한다. 국가대표팀 주장선수로 월드컵에서 종횡무진했던 홍명보는 대한민국 축구선수들 중 가장 ‘모범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는 듯하다.
‘홍명보 장학재단’을 만들어 후배양성에 힘쓰는 것도 장하지만 해마다 ‘자선축구’경기를 주관하면서 어려운 환경에서 힘겹게 살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건 천하 남이지만 홍명보 선수가 마치 친동생 같기도 하고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무얼 맡겨도 잘 해낼 것 같은’ 신뢰감이 느껴지는 홍명보의 표정은 하루 이틀에 이뤄진 건 아닌 것 같다. 우리나이로 올해 마흔 셋인 홍명보는 선수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자신의 ‘존재감’을 말없이 보여줘 왔다.
오늘 아침 신문에는 그동안 잘 몰랐던 홍명보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소개되었다. 그는 다소 무뚝뚝해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수비수가 방송화면에 잡힐 땐 위기상황일 때가 대부분인데 그럴 때 어떻게 웃을 수 있냐”고 말했다. 그건 그럴 법한 얘기다. 과묵한 사람이라는 것도 홍명보는 ‘인정’하지 않았다. 아내와 결혼전엔 국제전화로 한 시간 이상 ‘수다’를 떨었다고 자랑했다. 얼마나 가정적이냐는 질문에 쓰레기 분리수거는 자신이 한다고 답했다.
대단하다. 아마 대부분의 가정에선 자질구레한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쓰레기 분리수거는 주부들의 몫일 텐데 말이다. 청소년 시절엔 키가 크질 않아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유에 밥을 말아 먹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는 것이다. 현재 홍명보의 키는 182cm.
홍명보의 세련된 패션 감각도 그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홍 감독은 ‘옷 잘입는 남자’라는 말에 "제가 옷을 깨끗하고 단정하게 입는 이유는 선수들에게 '난 준비가 됐으니 이젠 너희 차례'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절친한 친구이자 영원한 라이벌 황선홍 포항 감독을 ‘옷 잘 입는 남자’로 꼽았다. "둘 다 정장이 잘 어울린다는 말을 많이 듣죠. 차이라면 황 감독은 바지통을 넓게, 전 좁게 입는다는 사실이죠."
그러고 보니 이 두 축구 감독은 지난 20여년 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핵심멤버’로 늘 우리 곁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려온 선수들이다. 언젠가 김남일은 “명보형이랑 선홍이 형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 만나면 그냥 말 없이 앉아있기만 해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과묵한 사나이들이란 얘기다. 혈액형 얘기하면 믿지 않을 분들도 계시겠지만 B형인 홍명보나 김남일, O형인 황선홍은 모두 과묵한 ‘혈액형’이기에 그럴 것이라고 본다. B형들은 대체로 ‘뚱한 표정’에 말없이 앉아 있는 편이다. O형은 B형 보다는 조금 다변이긴 하지만 ‘과묵한 표정’은 B형 못지 않은 경향이 있다. 어쨌거나 홍명보는 ‘스마트한 B형의 모델케이스로 보인다.
오늘 처음 알게된 아주 흥미로운 사실도 하나 있다. 1994년 미국월드컵을 마치고 일본 J리그에 진출할 기회를 잡았지만 한 팬이 '일본은 절대 안 된다'고 쓴 혈서(血書)를 보내온 걸 보고 마음을 접었다고 했다. 대단한 팬이다. 혈서까지 쓰다니...대단한 홍명보다. 그런 열성팬의 의견을 묵묵히 따라준 것 역시 예삿일은 아니다.
홍명보는 국가대표팀 코치 생활을 하면서 ‘모시던 감독’들에게 많은 걸 배웠다고 말한다.
"아드보카트에겐 선수 심리를 파악하는 섬세함을, 베어 백에겐 체계적인 훈련 방법을 배웠다.“ 그 자신은 선수들이 신뢰하는 감독으로 평가받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홍명보가 함께 했던 후배선수들에 대해 ‘촌평’한 걸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박지성은 성실한 놈, 박주영은 축구천재라 불리는 놈, 이청용은 영리한 놈, 구자철은 가장 아끼는 놈, 김남일은 터프한 놈, 안정환은 잘 생긴 놈, 황선홍은 가장 좋은 친구인 놈이라고 한다.
홍명보는 스스로를 ‘평범한 놈’이라고 자평한다. 글쎄 ‘평범’한 사람은 아닌 듯하다. 대한민국 축구계에 홍명보 같은 ‘반듯한 인재’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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