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김 주한미대사의 새해연하장
성 김 주한 미국대사의 연하장과 3가지 새해 결심
역대 주한 미국대사 중 첫 한국계인 성 김 대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새해 연하장을 올리면서 ‘새해 결심’ 몇 가지도 함께 소개했다. 성 김 대사는 이런 자신의 ‘결심’을 이멜로 보내왔다.
그는 “2012년은 분주하면서도 흥미롭고 멋진 한해가 될 것입니다. 한국, 미국, 그리고 다른 어느 곳에서 올 한해 어떤 일들이 있을까요? 많이 기대가 됩니다. 또한 올해는 한미 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입니다.”라는 말로 운을 뗐다.
크리스마스 휴가를 미국에 있는 어린 딸들과 함께 보낸 뒤 1월 1일 새해 첫날에 한국으로 돌아온 성 김대사는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새해 결심 1호로 ‘운동하기’를 꼽았다. 대사로서 일하다보면 짬을 내 운동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정신적으로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좀 더 활동적으로 움직인다면 장기적으로는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산들과 제 관저에 있는 훌륭한 테니스 코트를 생각해보면 이제 변명도 못하겠네요! 라는 말을 덧붙였다.
테니스 코트가 있는 미 대사관저를 떠올리자 언젠가도 말한 적이 있지만 작고한 소설가 강신재의 유명한 단편소설 ‘젊은 느티나무’가 오버랩됐다. 서울에서 중학교 1학년까지 다녔다는 성김대사는 어쩌면 이 ‘젊은 느티나무’라는 소설을 읽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니스 코트나 비누냄새는 이 소설의 소녀취향적인 로맨틱한 정서를 느끼게 해주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의부(義父)를 따라온 명문 S대에 재학 중인 ‘오빠’를 사모하는 여고생 나는 오빠의 모든 것에 가슴 설렌다. 특히 테니스 코트에서 힘차게 테니스를 치는 ‘오빠’와 늘 비누냄새를 풍기는 오빠의 ‘깨끗하면서 세련된 아름다움’을 속으로 좋아한다.
성 김대사가 테니스 코트 덕분에 운동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하는 걸 보면서 순간적으로 시공(時空)을 초월한 이미지의 여행을 해봤다. 서울 정동에 있던 나의 모교는 고등학교치고는 드물게 야외수영장이 있는 학교였다. 수영장과 낮은 담장 하나 사이로 미국 대사관저가 있었다.
물론 아름드리 나무들이 있어서 대사관저 안쪽을 들여다보기는 힘들었지만 학교도서관 3층쯤에선 대사관저가 내려다 보였다. 종종 파티라도 하는지 불빛이 휘황찬란한 대사관저를 볼 때면 피츠 제럴드의 유명 소설 ‘위대한 개츠비’도 생각나곤 했다.
헤밍웨이와의 '끈질긴 우정'으로도 널리 알려진 피츠 제럴드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숙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한국의 문청들이 '사숙하는' 하루키적인 분위기는 피츠 제럴드가 '원조'라는 말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가장 미국적인 분위기의 소설이라는 평도 들었다.
아무튼 그런 '소설적 이미지'와 사연이 있는 미국 대사관저에 한국계 미국인인 50대 초반의 젊은 대사가 주인으로 있으면서 ‘운동하기’를 새해 첫 결심으로 세웠다는 건 재밌는 현상같다. 성 김은 서울에서 중학교에 다닐 무렵인 1970년대 중반쯤, 30 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서울 정동에 있는 미국 대사관저에서 자신이 대사로 일하며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이런 '시공 역행적 이미지 여행'을 하다보면 '운명의 힘'이 주는 불가사의함에 숙연해진다.
성 김대사는 두 번째 결심으로 서울을 벗어나 한국의 아름다운 풍광을 많이 보고 싶다는 걸 내세웠다. 그러니까 ‘모국’인 한국에 온지 이제 한 달 남짓된 성김 대사는 ‘여행’을 통해 ‘한국과의 교류’를 하고 싶은 모양이다.
“많은 분들이 황홀한 경치 사진이 가득한 한국에 관한 책을 저에게 보내주셨는데요, 제가 미처 가보지 못한 지역도 많았습니다. 이 사진을 보면서 저와 제 가족에게 너무나 큰 의미를 지니는 한국의 모습을 좀 더 보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지런히 일상을 벗어나 한국의 여러 지역을 보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의 세 번째 새해 결심도 소박하다. 세 번째 결심은, 다양한 한국 음식 먹어보기다.
“안동을 방문해 찜닭을 그릇째 비운다던지, 제주도의 싱싱한 회나 대사관 근처에서 맛있는 순두부찌개 먹기, 수작업으로 만든 울릉도산 소금으로 요리하기에 이르기까지 평생 한식을 가까이 한 저 같은 사람에게도 한식의 다채로움과 풍성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저한테도 이 정도니 보통 외국인들은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입니다. 매운맛, 순한맛, 단맛, 신맛, 쓴맛, 차갑거나 뜨거운 음식이거나, 뭐든지 다 먹어보고 싶습니다. (전부 다는 아닐수도 있겠네요. 홍어는 메뉴에서 제외하겠습니다.)”
글쎄 왜 홍어를 메뉴에서 제외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홍어무침 특유의 톡 쏘는 아릿한 맛이 ‘미국 음식’에 익숙한 그에겐 다소 괴로웠을 지도 모르겠다. 홍어찜은 그런대로 괜찮을 텐데...
그러고보니 성김대사의 새해 3가지 결심은 평범한 한국인들의 결심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요즘처럼 ‘운동’이 시대적 과제처럼 된 세상에서 운동하기만큼 현대인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도
드물 것이다. 웬만한 성인들은 모두 이 ‘운동’을 해야하는데 라고 거의 강박적인 생각에 쫓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갓 부임한 주한 미대사마저 ‘운동하기’를 첫 번째 결심으로 꼽은 것 같다.
이 결심의 성사여부는 장담해주기 어려울 듯하다. 제 아무리 테니스코트와 운동기구 같은 것이 바로 옆에 있다하더라도 이 ‘운동하기’는 여간 독한 마음을 품지 않고서는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일인 듯하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다.^^*
성 김 대사의 두 가지 계획인 한국 여행하기와 한국 유명음식 먹어보기는 대사로서 당연히 해봐야할 ‘일’이기도 해서 어쩌면 이 두 계획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아무튼 지난 연말부터 대사업무를 시작한 성김 주한 미대사의 3가지 새해 결심‘이 모두 성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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