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수묵화 한 점 718억 원, ‘돈바람’난 무서운 중국의 자본주의 쓰나미

스카이뷰2 2012. 1. 5. 12:41

 

                                   718억원짜리 수묵화… 치바이스의 ‘송백고립도(松柏高立圖)chosun.com사진

 

 

수묵화 한 점 718억 원, ‘돈바람’난 무서운 중국의 자본주의 쓰나미

 

아직 초등생이던 한참 어린 시절, 인해전술(人海戰術)이란 단어에 엄청난 공포심을 느낀 기억이 있다. 아마 ‘6.25 전쟁’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어린 나의 뇌세포에 극심한 충격으로 박혔던 것 같다. ‘인해전술’로 하마터면 대한민국이 망할 뻔했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은 이후로 중국은 내게 ‘부정적 이미지’로 남은 나라였다.

 

평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이웃이 좋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대한민국은 참 ‘이웃 나라 복(福)’이 지지리도 없는 나라인 것 같다. 임진왜란이니 병자호란에 일제식민침략과 6.25까지... 그 와중에 이만큼 성장했다는 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침부터 이런 ‘잡념(雜念)’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건 중국화가가 그린 ‘송백고립도(松柏高立圖)라는수묵화 한 점 탓이다. 작년 5월 베이징에 열린 경매에서 이 그림 한 점이 무려718억원!(4억 2550만 위안)에 낙찰돼, 2011년 세계 경매시장 경매가 중 최고액을 차지했다는 오늘 아침 신문기사를 봤다.  

 

그림 한 점 값의 엄청난 액수에 어이도 없지만 왠지 으스스한 기분이 든 것이다. 가뜩이나 ’인해전술‘ 이런 걸로 나에게 공포심을 ’조장‘해온 이웃나라 중국은 이젠 인해(人海)를 넘어서 자본주의의 꽃이자 독이라는 ’돈(錢)海 전술‘의 이미지로 사람을 질리게 만드나보다. 그래서 ’돈바람‘난 중국 미술계의 이런 경매시장 소식은 아무 상관 없는 나에게 아침부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문제의 718억원짜리 수묵화는 중국 청나라시절 태어난 화가 치바이스(齊白石·1860~1957)가 1946년 그린 것이라고 한다. 사진으로야 그 ‘진정한 위용’을 알아보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무언가 좀 있어 보여야 할 텐데 그저 그런 수묵화로 보이는 이 그림이 무려 718억원에 팔렸다는 사실에서 과연 ‘중국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돈의 쓰나미'라고나 할까. 아무튼 무지막지하다는 그런 느낌...

 

그동안 세계 미술시장엔 더 설명이 필요치 않는 ‘피카소(Picasso·1881~1973)’라는 거장이 ‘영원한 패자(覇者)’로 군림해왔었다. 피카소는 2010년 역대 개별 작가 연간 경매낙찰총액 최고가(3억6000만달러,·약 4130억원) 기록 보유자였다.

 

그런 피카소의 기록을 중국의 ‘죽은 화가들’ 장다첸(張大千·1899~1983),치바이스(齊白石·1860~1957)가 깼다는 건 꽤나 의미 있는 사건이다. 비단 미술계에서 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용틀임’을 하기 시작한 ‘인해전술’의 나라 중국의 이런 ‘기록갱신’은 대한민국처럼 작은 나라로선 유심히 지켜봐야할 ‘문제적 사건’이라고 본다.

 

프랑스의 글로벌 미술시장 분석회사인 아트프라이스는 3일(현지시각) 발표한 '2011년 세계시장 개요'에서 "2011년 경매 낙찰총액에서 피카소가 중국의 장다첸과 치바이스(齊白石·1860~1957)에게 밀려 3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최근 15년 새 피카소가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작가' 자리를 내놓은 것은 지난 2007년 앤디 워홀에게 밀렸던 것을 제외하고는 처음"이라는 것이다. 사실 앤디 워홀이야 ‘정통 미술’로 치지 않는 시각도 있지만 어쨌든 ‘서방세계’쪽이라는 걸 감안해보면 이번 ‘중국 거장들’의 ‘피카소 제치기’사건은 그 의미가 꽤 크다고 본다. ‘경매시장’처럼 자본주의의 첨단산업이 이제 서양미술계에서 동양미술계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신호탄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트프라이스에 따르면 중국은 2010년에도 경매총액에서 세계 미술시장 점유율 33%로 미국(29.9%)을 앞질렀다고 한다. 아트프라이스는 "중국의 2011년 세계미술시장 점유율은 39%로 2010년보다 6%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25%로 4.9%포인트 떨어져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미술경매시장의 ‘차이나 돌풍’은 ‘죽은 거장’들 뿐 아니라 ‘살아있는 화가’들의 약진에서도 두드러진다. 2011년 ‘생존 작가’ 낙찰총액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아트프라이스에 따르면 "자오우지(趙無極)가 9000만달러(약 1000억원), 쩡판즈(曾梵志)가 5700만달러(약 654억원), 판정(范曾)이 5100만달러(약 585억원), 장샤오강(張曉剛)이 4100만달러(약 470억원), 취루줘(崔如琢)가 3900만달러(약 447억원)를 달성했다고 한다. 미술시장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라면 전혀 생소할 이 중국 화가들이 벌어들인 돈은 그야말로 ‘인해전술’의 새로운 버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에 신세계백화점이 3백억 원인가에 작품을 사들여 우리를 놀라게 했던 미국 작가 제프 쿤스(Koons)는 연간 낙찰총액이 3600만달러(약 413억원)로 6위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이러니 중국이 무섭다는 얘기가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 중국이 ‘뒷배’를 봐 준다는 ‘김정은의 북한’이 그래서 걱정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