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행복 논쟁에 휘말린 일본 AV(성인비디오) 여배우 요코야마 미유키의 블로그

스카이뷰2 2012. 1. 8. 20:52

일본 AV여배우 요코야마 미유키 블로그(다음자료사진)

 

 

“AV 배우도 행복하다! 아니다”…

日, 요코야마 미유키의 행복추구 블로그 논쟁

 

 

새해 초부터 일본에선 느닷없는 ‘행복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잘 나가는’ 성인비디오(Adult video·이하 AV) 여배우가 블로그를 통해 불붙인 이 행복 논쟁은 우리보다는 다소 ‘개방적’이라는 일본 사회에서도 찬반논란이 뜨겁게 전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스물 세 살인 AV 여배우 겸 방송인 요코야마 미유키(橫山美雪)는 지난 5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행복에 대해 말하다’라는 글에서 “같은 인간인데 직업이 다르다는 이유로 쉽게 평가하지 말라. 이 직업(AV 배우) 때문에 내가 행복할 수 없다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사뭇 도발적인 메시지를 올렸다.

 

“타인이 내 행복을 결정할 수 없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면 된다. 내 삶은 타인이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다. 상대방의 행복에 대한 언급은 스스로 우월감을 느끼기 위한 행동일 뿐이다.” 아직 어린 여배우가 이런 요지의 글을 올렸다는 것과 여배우 자신이 직접 블로그를 운영 중이라는 게 눈길을 끈다.

 

요코야마가 ‘행복’에 대해 철학적 메시지를 올린 것은 'AV'를 ‘매춘’으로 여기는 사회적 편견에 대한 도전적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아무래도 ‘특수 영역’에서 활동하는 여배우의 블로그여선지 대번에 인터넷의 각종 사이트에는 요코야마의 발언이 순식간에 퍼졌다. 커뮤니티 사이트와 소셜 네트워크(SNS)로 퍼지고 일부 매체의 보도로 이어지면서 뜨거운 논쟁을 낳고 있는 중이다. 충분히 그럴만한 소재다.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큰 돈을 쉽게 버는 대신 민감한 사생활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AV 배우의 직업적 특성상 미래에 행복할 수 없다는 부정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직업의 귀천’에 대해선 전통적 사고방식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의 한 여성 네티즌은 “동창회에는 AV 배우 친구를 부를 수 없다. 그런 친구가 있다는 말을 남편에게 할 수도 없다. AV 배우가 친구들로부터 초대 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을 달았다. 또 다른 네티즌도 “매춘으로 존경 받을 수 있는 사회는 세상 어느 곳에도 없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반면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주장을 앞세워 요코야마의 손을 들어준 네티즌들도 적지 않다. 이들 중 일부도 “행복할 권리는 있지만 차별하지 말라는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회의적 입장이다.

자신의 ‘행복론’이 이렇게 사회적으로 화제를 모으자 요코야마 미유키는 7일 블로그에 “내가 행복을 언급하니까 패배자의 발악이라는 분들이 있다. 난 패배자라고 생각한 적 없고 내 길을 택한 것에도 후회가 없다”는 소신을 또 올렸다. 상당히 당돌한 성격의 아가씨로 보인다.

 

“내 생각을 일방적으로 몰아가려는 게 아니라 단지 개인적 공간을 통해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AV를 매춘이라고 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 단순한 매춘이라면 이렇게 큰 반향을 불러오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직업에 대해 이렇게 당당한 자부심을 갖기는 쉽지 않을 듯한데 아주 다부지고 야무진 여배우다. 우리나라에선 쉽게 보기 어려운 스타일의 연예인이다.

 

이 여배우는 2010년 10월 TBS 드라마 ‘사채꾼 우시지마’를 시작으로 지상파 방송에 출연하면서 AV 배우로는 드물게 남성 팬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글쎄, 비단 ‘특수 업종’에 종사하는 여배우 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해주는 첫째 조건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행복 논쟁’은 사실 진부한 것일 수도 있다. 말하자면 ‘깜’이 안 되는 토론 감이란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 ‘행복 디자이너’니 ‘행복 전도사’니 이런 독특한 ‘명함’을 들고 TV에 나와 수많은 여성시청자들에게 ‘행복 세일즈’를 한 중년여성들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행복 세일즈 우먼’들은 자살로 인생을 마무리 짓거나 이상한 스캔들에 휘말려 인터넷 공간을 요상한 스토리로 도배하다가 사라져 버렸다. 바로 한 두 해 전의 일이다.

그런 ‘행복 세일즈 우먼’들은 대중 앞에서 행복을 노래하면서 적잖은 자산을 불렸다지만 결국엔 ‘행복론의 종말’이 어떻다는 걸 비극적으로 보여준 채 대중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버렸다.

 

이런 속담이 있다. “관 속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행복하다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

아주 많은 ‘교훈’을 함축한 말인 것 같다. 행복 여부를 따지기 전에 그냥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건전한 생활인의 자세가 행복의 가장 탄탄한 받침돌이 아닐까 싶다.

 

새해 초부터 행복하네,마네로 떠든다는 건 어찌 보면 그 자체가 행복하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 쓸데없이 한가하게 행, 불행을 따지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파랑새’를 찾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집에 와보니 파랑새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동화가 생각난다. 바로 행복이 그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