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컵대회에서 우승을 이끈 홍명보 감독(다음 자료사진)
유럽 징크스 시원하게 깨버린 홍명보 감독과 올림픽대표 축구팀
신년 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경기에서 스물한 살 제주청년 지동원이 ‘버저 비터’의 결승골로 리그 최강 맨시티를 격침시키며 ‘최고의 전사(戰士)’로 일약 스타덤에 날아오른 걸 보면서 우리 스카이뷰 블로그는 올 한해 대한민국 축구계에 ‘상서로운 조짐’을 예견했었다.
그래서일까마는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21일 저녁 태국에서 열린 킹스컵 결승전에서 ‘강호’ 노르웨이를 3대0으로 격파했다는 시원한 ‘승전보’를 보내왔다.
‘무뚝뚝한 사내’ 홍명보는 승리가 결정된 게임종료 순간에도 활짝 웃지는 않은 채 스태프들과 함께 기립박수를 보내며 그라운드로 나섰다.
그 표정으로만 봤더라면 꼭 ‘패장’처럼 심각해 보이는 게 외려 홍명보에게 ‘신뢰의 이미지’를 씌워주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1월21일 오후 6시30분 태국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킹스컵 세 번째 경기에서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김현성(서울), 서정진(전북)의 연속골에 힘입어 노르웨이를 3-0으로 꺾었다. 세 선수 모두 시원한 골 세레모니로 축구팬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썩어도 준치’라고 제 아무리 주전멤버가 몇 명 빠진 노르웨이라지만 그래도 피파 순위 11위의 강호다. 피파순위 25위인 우리가 그렇게 쉽게 볼 상대는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 선수들이 ‘춤추듯’ 쉽게 넣은 세 번의 골은 한결같이 쉽지만은 않은 상태에서 넣었다. 물론 거의 모든 축구경기의 골은 ‘쉽지 않은’것이겠지만 말이다.
이번 킹스컵 대회에서 우리 대한민국 팀은 덴마크와 노르웨이라는 ‘한다하는 유럽 강호’팀들과 맞붙어 1승1무의 결실을 거뒀다. 더구나 ‘무실점’이었다는 건 예삿일은 아닌 듯하다.
게다가 3대0으로 노르웨이에게 ‘굴욕’을 안겨준 건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쾌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노르웨이나 덴마크는 비록 정예의 1군은 아니지만 엄연히 A 대표 팀이란 간판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그렇기에 우리 선수들이 그들을 상대로 한 점도 빼앗기지 않은 건 물론이고 세 번이나 상대의 골망(網)을 휘저으며 여봐란듯이 득점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분 좋은 일이다.
이번 올림픽대표팀의 경기 모습은 한마디로 시원했다. 축구경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지부진한 패스미스 같은 건 없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울 줄 모른다’고 한국의 어린 선수들은 노련한 노르웨이 선수들을 코너로 밀어붙였다. 말 그대로 완승이었다. 유럽 팀을 상대로 이처럼 통쾌한 승리를 했다는 건 그만큼 우리 선수들의 내공이 깊어졌다는 얘기다.
축구도 공부와 비슷한 것이어서 자기보다 레벨이 높은 쪽과 겨루다보면 얼겁결에 실력이 올라가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일단 센 놈과 붙어야’ 뭔 일이든 잘 돌아간다는 시장의 논리가 설득력을 얻는 거 같다.
아무튼 이번 노르웨이전의 완승으로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 팀은 자신감이라는 돈 주고도 못사는 영약(靈藥)을 얻어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12 런던 올림픽'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4차전에 이 자신감은 활력소로 작용할 것이다. 승리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최종 예선 세 경기를 치른 현재 승점 7점으로 조 1위를 달리고 있는 우리 대표팀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칠 경우 올림픽 본선 행 티켓을 거머쥘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
하지만 조심성 많기로 유명한 홍명보 감독은 좀처럼 환한 표정을 보이지 않는다. 일단 유럽 강호들에게 밀리지 않는데다 완승까지 한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방심해선 안된다는 얘기다.
보도에 따르면 홍명보 감독은 "이번 전지훈련의 목표를 100% 달성했다. 목표한 대로 선수들도 완벽하게 훈련을 소화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홍 감독은 "2주 동안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노력이 고맙다. 선수들이 어려운 시기에 본인과 팀을 위해서 몸만들기에 열중했다"며 "처음 이곳에 올 때 목표를 설정해 놓고 오지는 않았지만 우승이라는 선물을 가져갈 수 있어 기쁘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이번 전지훈련의 목표는 100% 달성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원정 경기(2월5일)에 대비한 준비 상황에는 만족할 수 없다"면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홍감독은 "한국에 돌아가서 제로(0)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며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유럽 징크스’를 깨기 위해 킹스 컵에 참가했다고 말한 홍명보 감독의 ‘염원’과 겁 없는 우리 어린 선수들의 시원한 골 러시‘를 보다 보니 꼭 10년 전 2002년 한일 월드컵대회가 떠오른다. 그때의 영광이 올 여름 런던 올림픽 축구 경기장에선 애국가가 울려 퍼질 것 같다. 말이 씨가 된다는 즐거운 예견을 또다시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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