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라진 1천만원짜리 루이뷔통 핸드백 특급호텔 '절도 소동' 전말기

스카이뷰2 2012. 2. 1. 19:46

donga.com

                               루이뷔통백700만원대(왼쪽)6백만원대                               

 

 

 

 사라진 1천만원짜리 루이뷔통 핸드백,급호텔 '절도 소동' 전말기

 

 

‘1천만 원짜리 루이뷔통 핸드백을 들고 가는 곳은?’이라는 퀴즈의 정답은 뭘까.

물론 그런 문제의 답은 여러 개가 나올 수 있겠지만 일반 서민들은 알아맞히기 어려운 문제다. 아침신문에 따르면 정답은 특급호텔 피트니스센터다.

 

방금 전 본 동아일보 온라인뉴스에서 알아낸 사실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旣視感)있는

스토리다. 꽤 재밌다. 어디서 봤나 싶었더니 며칠 전 막을 내린 주말 드라마에서 봤다는 게 생각났다. 특급호텔 피트니스센터라는 무대가 동일하다는 말이다. 일반인들은 언감생심 일생 가보기 어려운 장소다.

 

이 기사를 보면서 현재 대한민국 최상류층 사모님들의 취향과 기호 그리고 건강관리를 위해 드는 비용 등등 많은 걸 알 수 있게 됐다. 사회학자들은 이런 기사를 유심히 보면 학문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도 같다. 내용은 이렇다.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부인이 서울 강북의 한 특급호텔의 여성 전용 피트니스센터에서 다른 사람의 명품 핸드백을 자기 것으로 착각해 자신의 라커에 넣었다가 절도범으로 몰리는 소동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일반인도 아닌 상류층 사모님이 잠시나마 그런 소동의 장본인이 되었다는 건 꽤나 흥미있는 일이다.

 

강북의 특급호텔이니까 롯데 아니면 플라자 호텔일 듯싶다. 이곳의 여성 회원권은 정가 6500만 원으로 시중에서는 7000만∼80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회원수는 2000명 쯤 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특급호텔에 등록한 ‘상위 1% 사모님’들이 2천명 가량 된다는 소리다.

 

현 정권의 최고 실세로까지 불렸던 이상득의원의 부인이 절도범으로 몰릴 뻔했다는 스토리는 독자들의 구미를 확 끌어당긴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영부인의 윗동서’가 그것도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알려진 ‘사모님’이 그런 ‘누명’을 쓰게된 사연이라면 이건 뭐 드라마보다 더 재밌다. 하기야 요즘 드라마는 하도 재미가 없어서 웬만한 현실스토리보다 하급이다.

 

어쨌든 경찰에 따르면 이 피트니스센터 회원인 여성 A 씨(60)는 지난해 9월 "라커룸 의자에 올려놓은 내 핸드백을 누군가가 가져갔다"고 호텔 측에 신고했다. 당시 A 씨가 잃어버린 핸드백은 1000만 원 안팎의 루이뷔통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 여기서 평소 궁금하게 여기던 ‘팩트’ 하나가 밝혀졌다. 1천만 원이나 하는 초고가(서민의 입장에서) 루이뷔통 핸드백을 들고 사모님들은 어디로 가나의 답은 바로 특급호텔 피트니스 센터인 것이다. 물론 꼭 '장소'가 피트니스센터로 한정된 것은 아니겠지만 일반인의 상식으론 운동하러 가는데 천만원이나 하는 핸드백을 들고 가는 건 이해하기가 좀 어려운 일이다.

 

아마 운동을 마치고 나와서 1천만원이나하는 핸드백이 없어진 걸 알게 된 그 사모님은 엄청 놀랐을 것이다. 시지구레한 장소도 아닌 서울에서 내로라하는 특급호텔 피트니스센터에서 도난사고를 맞다니 이런 횡액이 어디 있겠는가. 난리가 났을 그 상황은 안봐도 비디오다. 당사자보다 아마 그곳 담당지배인이 더 경악했을 것이라고 본다.

 

이건 단순히 ‘절도사건’에 그치는 게 아니라 관리 소홀의 책임을 지고 자기 ‘밥줄’이 오락가락해야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아닌가. 천만원쯤하는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사모님이라면 신분조사를 안해봤어도 대충 어떤 계층인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인 만큼 눈치빠른 피트니스센터 호텔리어라면 순간 피가 얼어붙는 공포마저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절도사건이라고 직감한 호텔 지배인은 즉시 관내 서울 중부경찰서로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이 도착하기도 전에 핸드백을 가져간 사람은 금방 확인됐다. 다름 아닌 이 피트니스센터 VIP 회원 중 한 명인 이상득 의원의 부인 최모 씨(71)였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황당 시추에이션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경찰에 따르면 당시 라커룸에서는 최 씨가 먼저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뒤따라 들어온 A 씨가 최 씨 맞은편 라커에 자리를 잡고 가방을 라커룸 가운데에 놓여 있던 의자 위에 두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마침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뒤를 돌아본 최 씨는 A 씨의 핸드백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해 자신의 라커에 넣었다. 당시 라커룸에 최 씨와 A 씨를 제외한 다른 회원은 없었다고 한다.

 

호텔 직원은 운동을 하던 최 씨를 라커룸으로 데려와 A 씨의 가방이 라커에 잘못 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최 씨는 "내 핸드백과 모양 색깔 디자인이 똑같은 가방이 의자에 놓여 있기에 내 것인 줄 알고 캐비닛에 넣었다"며 "내 핸드백이 캐비닛 깊숙한 곳에 있어 안 보여 착각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A 씨에게 "미안하다. 내가 나이가 들어 실수했다"고 사과까지 했다고 한다.

 

우리는 여기서 또 한 가지 ‘팩트’를 발견할 수 있다.

이상득의원 사모님도 1천만원짜리 루이뷔통핸드백을 소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두명의 ‘사모님’들이 한날한시에 합계 2천만원쯤 되는 핸드백을 들고 ‘운동’하러 특급호텔 피트니스센터에 왔던 것이다. 지난 번 본 주말드라마에서도 이런 장면이 나왔다. 드라마에선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서로 앙숙인 두 사모님이 피트니스센터에서 맞딱드리자 서로를 재수 없어 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현실에선 상대방의 신분을 확인하고 순식간에 화해가 이뤄진 것이다. 여염집 아낙도 아닌 최고실세의 사모님 아닌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순수한 착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시비 붙을 이유가 없는 ‘해프닝’이었다. 서로 일정 클래스의 교양을 갖춘 사모님들이어서 금방 화기애애해진 건 당연한 일이다.

 

별도의 경찰 조사 없이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 된 것이다. 그 와중에 재밌는 ‘팩트’ 한 가지가 더 밝혀졌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관할 지구대 경찰관은 "라커룸이 여성 전용인 탓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남성 출입금지’ 지역이지만 ‘공무집행’을 위한 것인데 좀 납득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일종의 ‘성역’이란 얘긴데 만약 거기서 ‘살인사건’이 났어도 출입금지를 받아들였는지 경찰아저씨들에게 묻고 싶다.

 

이후 이상득의원 사모님은 심각한 자괴감과 자책감이 들었었나보다. 그 심정 이해가 간다.

"이대로는 미안해서 못 넘어가겠다. 밥이라도 먹자"고 했고 며칠 뒤 이 호텔 중식당에서 A 씨에게 식사를 대접했다고 한다. 식사 도중 두 사람은 같은 고교 동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동문의 인연’에 반가워하면서 다시한번 화기애애해졌다는 것이다.

 

두 사모님들은 ‘사건’ 이후 최근까지도 이 센터에서 여전히 운동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게 오늘 본 기사의 스토리다. 재밌지 않은가. 시중 가정주부들에겐 ‘1천만원짜리 루이뷔통 핸드백’이나 ‘8천만원짜리 피트니스 회원권’같은 건 ‘그림의 떡’일 것이다. 가끔 이렇게 ‘사건’이 터져줘야 알 수 있는 ‘현실의 리얼 스토리’다.  해피엔딩스토리라서 다행이다.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요즘 방영 중인 웬만한 TV드라마의 시지구레한 스토리보다는 훨씬 재밌는 것 같다. 방송작가들에게 이 사건을 앞으로 ‘집필활동’에 참고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제발 드라마 좀 재밌게 써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