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화성인 바이러스 된장녀-점심은 도쿄에서 우동 한 그릇 저녁은 압구정동에서

스카이뷰2 2012. 2. 4. 13:26

 

점심때 우동한 그릇 사먹으러 도쿄까지 간다는 아가씨.

 

화성인 바이러스, 된장녀-점심은 도쿄에서 우동 한 그릇 저녁은 압구정동에서

 

 

어젯밤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아주 희한한 장면에 ‘채널고정’했다.

지상파 방송의 잘나가던 아나운서하다 호기롭게 사표 내던졌다는 김성주라는 남자 아나운서와 개그맨 이경규 김구라가 진행하는 토크쇼였다. 그런 연예인들이 진행하는 그런 쇼는 거의 안 보는 편인데 어제는 특별 케이스였다. 거의 믿거나말거나 수준의 이야기가 화면에 올라왔다.

 

제법 예쁘장한 아가씨 한 명을 앉혀놓고 무슨 청문회라도 하는 양 세 남자가 ‘경탄의 질문’을 하고 있었다. 놀랄만도 했다. 그 아가씨의 별명은 ‘압구정동 팰리스 힐튼’이란다. 그래서 ‘돈 걱정’은 30년 평생 단 한번도 해본일 없는 건 기본이다. 도대체 돈걱정이란 말의 뜻을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일본에 있는 단골 우동집 우동이 먹고 싶으면 바로 김포 공항으로 벤츠 오픈카를 몰고 가서 점심에 도쿄에 있는 그 식당에서 우동을 먹고는 긴자의 명품 매장에서 쇼핑한 뒤 다시 서울로 돌아와 저녁식사는 압구정동에서 친구들과 먹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말만 하는 게 아니라 방송사에서 카메라를 들고 그녀의 뒤를 따라 도쿄까지 갔다오는 ‘현장감’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그 우동집은 도쿄에서도 워낙 유명한 집이어서 5m 정도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간신히 먹을 수 있는 ‘유명 맛집’. 그 아가씨는 “여전히 맛있네요 냠냠”하더니 다음 번에는 돈까스 먹으러 와야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TV화면은 그녀가 먹는 우동 그릇을 클로스업 시키더니 한 그릇에 120만원짜리 우동! 이라고 큰 글씨로 소개했다. 아마 김포에서 도쿄까지 왕복 비행기값을 빗대서 그렇게 쓴 것 같다. 과히 틀린 말은 아닌 듯싶다.

 

세 남자가 경탄과 경악에 찬 표정으로 “점심식사로 달랑 우동 한 그릇 먹으러 도쿄까지 갔다오는 건 돈이 아깝지 않나요”라고 물었더니 그 아가씨 왈, “별로요”라며 아주 시큰둥한 표정이다. 이 정도면 가히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통큰 배포 같다.

 

그 아가씨가 김포공항까지 타고 갔던 벤츠 오픈카는 차값이 1억원 정도인데 ‘현금’으로 바로 샀다는 ‘특종’도 함께 소개됐다. 점입가경이다. 이 아가씨는 집에서 경제적 지원을 받지만 명함을 갖기 위해 취미로 일을 한다고 밝혔다. ‘명함용’이라나. 단순히 경제적 지원이라고 말하기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돈 씀씀이다.  

 

세 남자 진행자는 그녀에게 다음 번에는 저희도 따라가면 안 되나요라고 묻는데 아무리 ‘방송용’ 멘트라지만 거의 ‘시종’스타일의 어투여서 민망하게 들렸다. 그녀의 선선한 대답이 또 걸작이다. “아 네 행사비 드릴게요”. 마치 집에서 부리는 하인들에게 하는 뉘앙스다.

 

방송은 여기서 끝났다. 아무래도 ‘기시감(旣視感)’있는 내용이어서 바로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 프로는 2년전인 2010년 6월에 방영했던 것이다. 화면엔 분명 ‘재방송’이라는 표시는 없었다. 어쨌든 방송내용이 ‘사실’임에는 틀림없는 것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2년 전 방영한 그런 '허황한 이야기‘가 ’정정보도‘ 없이 2012년 2월 현재 ’몇 탕‘씩이나 재방송을 내보낼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세계적 대도시인 서울 하늘 아래는 저렇게 '상상초월녀'도 살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부모가 워낙 부자인데다 금지옥엽으로 자란 딸이라면 뭐 그렇게 맘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게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내 돈 내 맘대로 내가 쓴다는 데 그 누가 뭐랄까.   

 

세 남자진행자가 “살면서 혹시 어려움이 닥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느냐 돈이라는 건 있다가도 없어질 수 있는데”라고 더듬거리면서 말하자 그 아가씨는 순진한 표정으로 또 “별로요”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속으론 "뭐 이런 매너 없는 질문을 하실까"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돈’이라는 괴물이 그녀에겐 ‘영원한 동반자이자 친구’처럼 여겨지는 모양이었다. 집이 얼마나 부자길래 점심 때 우동 한 그릇 먹으러 도쿄까지 비행기 타고 날아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거의 삼성 이건희회장급의 재벌 아버지를 둔 아가씨같다.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유행가 제목이 생각나는 프로그램이다.

 

그 프로가 소개될 당시 아가씨의 나이는 32세. 미혼이라고 했다. 지금 그녀는 무얼하며 살고 있을 지 궁금하다. 언제까지나 그렇게 골드스푼을 입에 물고 별천지에서 살아가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tvN은 ‘그때 그사람’이라는 후속 프로를 만들어 그녀가 요즘도 점심먹으러 도쿄에까지 다녀오는지 취재해보길 바란다. 재밌지 않은가! 세상은 요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