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독립 좌석 받은 ‘아티스트’ 조연배우 강아지 어기

스카이뷰2 2012. 2. 28. 12:11

                                     시상식 후 행사에서 감사 인사하는‘어기’ (chosun.com사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연남우상을 받은 장 뒤자르댕과 함께한 조연배우 어기.(AP연합)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독립좌석 받은‘아티스트’ 조연배우 강아지

어기

 

 

오늘 아침, 이 사진들이 웃음과 행복을 선사해준다. 상쾌해진다. 그야말로 ‘머무르고 싶은 순간’의 기쁨이다. 무조건적인 행복이다. 한 마리의 강아지가 주는 이 순수한 감동이 ‘알부민 효과’를 팍팍 주고 있다. 기운이 난다. 신난다. '대가성 없는' 활력의 무상배급이다. 보약을 따로 왜 먹는가. 

 

이 강아지 이름이 ‘어기’라는 건 오늘 아침신문을 보고 처음 알았다. 며칠전 우리 블로그에선 이 어기의 이름을 미처 몰라 그냥 ‘똘똘이’로 호명했다. 영화 아티스트에서 주연배우 장 뒤자르댕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심복 강아지’다. (http://blog.daum.net/skyview999/15971507 2월 20일) 

 

이 똘똘한 강아지 어기가 이번 84회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도 인기를 독차지했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웬만한 배우 찜쪄먹을 탁월한 연기력은 요 근래 어떤 영화보다 아티스트를 활기찬 영화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어떤 이는 이 강아지를 보기 위해 다시한번 아티스트를 보고 싶다는 말도 했다.

그만큼 어기의 연기는 포복절도(抱腹絶倒)할 순간순간을 보여주며 관객을 즐겁게 해준다.  

 

시상식에 참석한 다른 남자배우들처럼 어기도 까만 나비넥타이를 목에 두른 채 무대에 올라가 머리를 무대마루에 대는 ‘90각도의 감사인사를 했다. 이 장면에서 박수갈채를 보내지 않았다면 감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어기는 이번 시상식에서 다른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독립 좌석’을 배정받고 시상식 내내 기침 소리 한번 내지 않고 의젓하게 시상식을 지켜봤다고 한다. 참 영특한 강아지다.

올해 열 살이 된 어기는 아티스트가 작품상을 받자 제작진·출연진과 함께 무대에 나와 관객들의 우렁찬 기립박수를 받았다. 박수에 대한 답례 세레모니로 무대마루에 코를 박고 인사까지 했으니 장내는 어기를 연호하는 관객들의 탄성으로 뒤덮였다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이날 시상식을 끝으로 어기는 ‘은막생활’에서 은퇴한다. 2005년부터 영화에 출연해온 어기가 '배우생활'을 접는 자리여선지 어기는 물론 ‘동료배우’들도 아쉬운 순간이었을 것이다 . 사람 나이로 70대에 해당하는 어기는 더 이상 영화에 출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아티스트’를 보신 분은 알겠지만 영화에서 어기의 종횡무진 활약상은 조연배우 이상으로 빛났다. 이번 시상식에서 남우 주연상을 받은 어기의 ‘주인님’ 장 뒤자르댕은 한 인터뷰에서 "씬 스틸러(Scene Stealer·뛰어난 연기력으로 주연보다 주목받는 조연배우를 일컫는 말)가 따로 없다"며 어기를 치켜세웠다고 한다. 영화에서 '주인님'의 생명의 은인이 되기도 한 어기의 연기는 그야말로 불후의 명연기라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 블로그도 아티스트에 출연한 어기에게 ‘강아지 주연상’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알고보니

어기는 이미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가장 뛰어난 연기를 펼친 개에게 주는 '팜 독'상을 받았다고 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열연을 펼친 개에게 주는 '골든 칼라 어워즈'의 최고상 '톱 독'상을 받았다. 말하자면 강아지계의 ‘톱스타’로 이미 군림해왔던 ‘명배우’였던 것이다. 이번 ‘아티스트’를 끝으로 은퇴한다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아무튼 한 마리의 스타 강아지가 이토록 훈훈한 감동을 선사한다는 그 자체가 삶을 아름답게 해주는 것 같다. 어기 같은 똘똘이들이야말로 그 날이 그날인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에겐 활력소 역할을 해준다. 아니 삼성 이건희회장 같은 특별한 부류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듣기로 집에서 여러 마리 강아지를 곁에두고 있는 '애견가'이건희회장은 사람보다 강아지가 더 믿을 만하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그 심정을 이해할 만하다.  

 

이번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부문을 휩쓴 무성영화 아티스트는 3D네 뭐네 하면서 기술적인 영화의 위용을 자랑해오던 할리우드 영화계에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교훈을 선사해주고 있다. 특히 강아지 배우 어기의 활약은 정서적으로 황폐해지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삶의 위안을 어떻게 구하나를 가르쳐주는 것 같다.

 

어쨌든 소박하면서도 진정으로 기쁘고 충만한 정서적 행복을 원하는 분들은 '조연배우' 어기가 열연한 아티스트를 꼭 보시길 강추한다.